이정후가 최고의 선수가 된 순간, 어머니가 흘린 눈물 “아빠 이름 안고 산 아들, MVP 기쁘다”

키움 이정후가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며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2022.11.17/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이정후는 올시즌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이정후가 MVP로 선정되면서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와 최최로 부자 MVP에 오르는 쾌거를 안았다.

‘바람의 아들’이라 불렸던 이종범 코치의 아들로 데뷔 때부터 이목을 끌었던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버지의 그늘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아버지의 이름을 지웠다. 이정후는 단상에 올라 “항상 제가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는데 오늘을 계기로 나의 야구 인생은 내 이름으로 잘 살아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 어머니 정연희씨. 김하진 기자

이런 이정후를 기쁜 마음으로 바라본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어머니 정연희씨다. 이정후는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신데 MVP를 수상하면서 작은 효도를 한 것 같아 기쁘다”라며 특별히 어머니를 향한 고마움을 표했다.

정연희씨는 “MVP는 모든 선수 엄마의 꿈일 것”이라며 “항상 아들이 시즌을 부상없이 끝내기만을 바랐지 상은 욕심 안 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남편과, 아들 중 더 기쁜 수상은 단연 아들이 받은 MVP였다. 정씨는 “남편은 선수로 이미 다 만들어진 뒤에 만났다면 정후는 아기 때부터 키웠기 때문에 아들의 수상이 더 기쁘다”라며 “정후가 아빠 이름을 안고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항상 안쓰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전세가 역전된 상황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정씨는 “예전에는 정후가 아빠 때문에 힘들었다면 지금은 아빠가 정후 때문에 힘들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이정후는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언제나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정씨는 “돼지 등갈비찜과 멸치볶음을 가장 좋아한다”며 “지난해까지는 아들을 감싸줘야 했는데 올해는 의젓해져서 기댈 수 있는 아들이 됐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해외 무대 진출이 기대된다. 내년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 진출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정씨는 “해외 진출을 하게 되면 아빠가 못한 것도 이루고 왔으면 좋겠다”라며 “아빠와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응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