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9월 3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양산형 로보택시 ‘사이버캡’ 출시 행사를 열고 현지 서비스 투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고객 차량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자율주행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고객·시험 차량의 실주행 데이터를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AI’에 학습시키고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다시 배포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테슬라는 9월3일 오스틴에서 초청 고객을 대상으로 사이버캡 출시 행사를 개최한다. 사이버캡은 운전대와 페달을 없앤 2인승 로보택시 전용 전기차다. 테슬라는 행사 이후 사이버캡을 기존 오스틴 로보택시 서비스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이미 미국 6개 도시에서 모델Y 기반의 비감독형 로보택시 운행을 확대하고 있다. 사이버캡 생산도 올해 2분기 시작했으며 지난달에는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임직원 대상 탑승 서비스를 진행했다. 일반 고객용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에서 운전자가 타지 않는 로보택시로 자율주행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다.

현대차가 이에 맞서 제시한 핵심은 데이터다. 이경민 현대차 자율주행개발센터 상무는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 콘퍼런스에서 ‘데이터 플라이휠을 통한 자율주행 모델의 지속 개선’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이 상무는 차량의 경쟁력이 하드웨어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를 배터리·모터·전력제어 중심의 전동화 단계,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OTA 기반의 스마트화 단계로 구분했다. 올해부터는 데이터·연산 능력·대형 모델이 차량 경쟁력을 좌우하는 ‘AI 정의 차량(AIDV)’ 시대가 시작됐다고 봤다.

중국 시장의 변화도 자율주행 데이터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현대차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신차 20대 가운데 12대인 60%가 레벨2 이상의 주행보조 기능을 갖췄다. 고속도로와 도심에서 내비게이션 기반 주행보조 기능을 제공하는 이른바 ‘레벨2++’ 차량도 전체의 15%에 이른다. 이 상무는 자율주행 개발 방법론과 차량용 반도체 등 서비스 확대에 필요한 조건이 갖춰진 현시점을 ‘맨해튼 모멘트’라고 표현했다.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데이터 플라이휠을 빠르게 돌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부 차량에 감독형 FSD를 정식 배포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세대 자율주행 하드웨어(HW3)를 탑재한 미국산 모델3·모델Y를 대상으로 감독형 FSD V14 라이트 배포를 시작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FSD 이용 가능 차량의 누적 주행 거리는 지난 21일 5000만㎞를 넘어섰다. 운전자가 FSD를 사용할수록 실도로 데이터가 쌓이고 소프트웨어 개선과 OTA 배포를 거쳐 다시 주행 데이터가 늘어나는 순환 구조가 국내에서도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감독형 FSD를 월 15만원에 구독할 수 있도록 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수익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 상무는 테슬라를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발표 자료에서 테슬라 FSD를 고수익 소프트웨어 판매 사례로 소개했다. 이어 현대차가 구축하려는 데이터 플라이휠도 고객 차량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은 모델을 구매하지 않는다”며 “고객이 인지하는 것은 지난달과 달라진 차량의 거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라이휠의 산출물은 경험”이라고 정의했다. 고객은 자율주행 모델의 구조보다 차로 변경과 교차로 통과, 돌발상황 대응이 실제로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평가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제시한 데이터 플라이휠은 △플릿·고객 주행 데이터 수집 △데이터 분석 △엣지 케이스 학습 △OTA 배포 등 네 단계로 구성된다.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OTA로 차량에 배포한 뒤 해당 차량에서 다시 새로운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순환 구조가 완성돼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규모 측면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과 190여개 국가·지역 진출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현대차·기아·포티투닷·모셔널과 글로벌 파트너가 보유한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데이터 유니온’ 구상도 제시했다. 자체 검증 차량과 고객 차량의 주행 데이터에 파트너사의 표준화된 센서 데이터를 더해 아트리아 AI의 학습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차량 대수만 많다고 자율주행 성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상무는 고속도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의 대부분은 별다른 문제가 없는 직진 주행이며, 차로 변경이나 돌발 장애물처럼 모델이 실제로 학습해야 할 중요한 데이터는 전체의 1% 이하라고 설명했다.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새롭게 찾아야 할 희귀 상황의 비중은 더 낮아진다.
현대차는 막대한 데이터를 모두 처리하기보다 모델의 약점이 드러나는 상황을 빠르게 선별하는 큐레이션 과정에 집중한다. 실도로에서 확보한 장면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고 비나 눈, 보행자 수 등 조건을 바꾼 뒤 개선된 모델이 가상환경에서 차량을 직접 제어하도록 한다. 배포 때마다 수천~수만개 상황을 폐루프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고 실차 시험도 병행한다.
현대차는 모델의 제어 명령을 제한하는 규칙 기반 안전장치와 충돌 직전 개입하는 능동안전 기능도 적용할 계획이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차량을 최소위험 상태로 전환하는 기능까지 여러 안전장치를 중첩한다. 시뮬레이션에서 성능이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곧바로 고객 차량에 배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개발 조직을 활용한 ‘팔로 더 선(Follow the Sun)’ 운영 방식도 추진한다. 한국에서 낮 동안 발견한 문제를 글로벌 작업 대기열에 올리면, 한국이 밤이 된 뒤 미국 등 다른 지역의 엔지니어가 분석과 개선 작업을 이어받는 구조다.

이 상무는 “문제 자체가 24시간 수집되고 24시간 해결된다”며 “운영 방식도 데이터 플라이휠의 속도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모델을 한 번 잘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발견부터 근본 원인 분석, 학습과 검증, OTA 배포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아트리아 AI가 차로 변경과 교차로 통과, 돌발 장애물 대응 등 중요한 엣지 케이스를 학습하면 이를 자체 자율주행 기술에 반영할 계획이다. 발표 자료에는 아트리아 AI를 활용해 레벨2+부터 레벨4까지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방향도 담겼다. 다만 아트리아 AI의 양산차 적용 차종과 시기, 레벨4 로보택시 상용화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데이터 플라이휠의 활용 범위는 로보택시 운영비 절감까지 이어진다. 자율주행 성능과 운행 효율이 높아지면 원격 개입과 사고, 보험,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요금 인하는 이용량 증가로 이어지고, 로보택시 운행이 늘어나면 다시 더 많은 데이터가 확보되는 구조다.
이날 발표 자료에는 2035년 로보택시의 1마일당 운행 비용이 0.25달러까지 떨어져 대중교통 비용의 절반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외부 전망도 담겼다. 이는 현대차가 제시한 확정 목표가 아니라 데이터 플라이휠이 로보택시의 가격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수치다.

현대차는 자율주행뿐 아니라 이용자의 출퇴근 시간과 선호 장소, 동승자 취향 등을 학습해 식당과 메뉴를 추천하거나 이동 경로와 주차 장소를 최적화하는 개인화 서비스도 제시했다. 차량 판매와 정비 중심의 수익구조를 소프트웨어 구독과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연간 판매량 700만대가 곧바로 자율주행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는 차량 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실제 데이터 수집 대상 차량과 고객 동의·익명화 방식, 아트리아 AI의 OTA 배포 주기 등도 밝히지 않았다.
테슬라는 이미 국내 고객 차량의 감독형 FSD와 미국 비감독형 로보택시를 통해 실도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사이버캡 투입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대응할 데이터 수집과 분석, 학습, 배포 구조를 이번 발표에서 구체화했다. 연간 700만대가 넘는 판매 기반을 실제 고품질 주행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자율주행 성능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현대차 데이터 플라이휠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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