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선착장 취재후기①] '300억' 사업자는 어떻게 선정됐을까?‥녹취록 들여다보니

이문현 lmh@mbc.co.kr 2024. 10. 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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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서울시는 '여의도선착장'을 올해 2월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업을 맡을 민간 사업자도 이미 선정했다고 발표했죠.

사진은 여의도선착장의 조감도입니다. 가로 102미터, 세로 34미터짜리 대형 선박 위에 음식점과 편의점 등이 입점하는 3층 건축물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선착장엔 1,000톤급 대형 유람선 1척, 200톤급 유람선 2척의 동시 정박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선착장을 조성한 후 서울시는 '여의도-김포-인천' 뱃길에 연간 150회 유람선을 띄우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른바 '오세훈 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입니다. 올해 1월 선박의 시범 운항을 거쳐, 한강 결빙기가 끝나는 2월부터 본격 운항을 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였는데, 여전히 공사는 진행 중입니다.


◆ 개인에게 돌아간 여의도선착장 사업권

여의도선착장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총 300억 원 규모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공모사업을 서울시로부터 따낸 건 사업자 김 모 씨, 개인이었습니다. 김 씨는 사업권을 따낸 후, 약 두 달 뒤 신설법인 H업체를 세웠습니다.

개인이 사업을 따내서일까요. 여의도선착장 조성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서울시에 5차례나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한두 달 씩 연장되더니, 결국 최종 완공일은 올해 12월 말로 미뤄졌습니다.

김 씨와 함께 선착장을 조성하던 H업체의 사내이사 A씨는 공사가 지연된 결정적인 이유를 '작년 8-9월부터 시작된 자금난'으로 꼽았습니다. 영세한 사업자였던 김 씨가 공사비를 제때 조선소에 주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조선소의 공정률을 볼까요. △23년 7월 <20%> △8월 <45%> △9월 <55%> △10월 <60%> △11월 <62%> △12월 62% △24년 1월 <62%> △2월 <62%> △3월 <65%> △4월 <75%> △5월 <82%>

작년 8월까지 빠르게 오르던 공정률은 9월부터 급격히 둔화했고, 11월부터 4개월 동안은 아예 변화가 없습니다. 실제로 H업체 내부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작년 11월 20일 대표이사 김 씨와 사내이사 A씨 간의 통화 녹취록을 들여다봤습니다.

▶ 김 씨/H업체 대표 - A씨/H업체 사내이사 통화 녹취 (23년 11월 20일) - 김 씨 : 사업본부장님(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 전화 왔었어요. 첫마디가 '문제없죠?'. 대표님이 자금이 떨어져 건설을 못 한다고 소문이 났다고. = A 씨 : 아이고.. - 김 씨 : '누가요? 배 아파하는 사람이 좀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워낙 이상한 얘기들을 많이 하고 다니는데..' 그랬더니 '부시장님이 그랬어요' 그러더라고. = A 씨 : 부시장님이 그랬다고? - 김 씨 : 그래서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저 진행하는 건 다 진행해요'. 이렇게 말하고 말았고.. (미래한강본부장에게) '이번 주 중에 시간 한번 되시면 연락주세요' 그랬더니 (본부장이) '이번 주 시간 보고 알려드릴게요' 그러더라고. 정무부시장님이. 강철원 부시장 말하는 거예요. = A 씨 : 네네네네 - 김 씨 : 지금 우리 사업했던 사람 중에 뭐가 있는 건지 참.. = A 씨 : 소문이 날 법도 하죠. 우리가 워낙 많이 사람들 미팅을 했잖아요. 힘 있는 사람이든 돈이 있는 사람이든. 만나다 보니 알음알음 이렇게 '야 그게 돈이 없다며 투자하라고 그러던데' 이런 식으로 갈 거고. - 김 씨 : '돈이 없어서 공사가 중단됐다'고. 그런 얘기가 들린다고.. = A 씨 : 그거는..그거는 일반인이 쉽게 알기 힘든데. - 김 씨 : 외부에서 그냥 알려지는 거 하고 부시장까지 벌써 얘기할 정도면 되면은.. = A 씨 : (강철원 부시장이) 시장님하고 사석에서 그냥 편하게 얘기할 텐데.. - 김 씨 : 걱정스럽네. 뭐한테 찔린 것 같은.

대화를 보면 실제로 조선소가 멈췄던 23년 11월, '돈 없어서 공사가 멈췄다'는 소문이 서울시 안팎에 퍼졌고, 강철원 당시 서울시 정부무시장이 사업 책임자인 미래한강본부장에게 소문의 진상을 확인해 보라고 지시한 걸로 보입니다. 강 부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20년 넘게 오 시장과 함께해 온 최측근 인사입니다.

이 때문에 김 씨와 A 씨는 부시장을 통해 오세훈 시장에게 이 내용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들은 서울시에 어떻게 해명했을까요? 다시 녹취록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A 씨 : 설마설마 했는데. - 김 씨 : 공사 바꾸고 설계 안되고 하니까..지금 은행권도 안되고 뭐 하다 보니까. 조선소에 지급하는 부분 보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안되니까 지급을 중단해 놓은 거고. 그렇게까지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에) 얘기를 하려고 해요. = A 씨 : 그러면 '사실이구나' 이렇게 되니까. - 김 씨 : 응응 = A 씨 : 우리 디자인 심의 들어가서 설계 변경과 부선 변경 했잖아요. 그걸로 조선소 중단시켰다. 돈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미래한강본부가) 불안해 해요. 실제적으로 '대출 안됐네, 벌써 11월 말인데 아직도 대출을 못했다고?' 그러면 불안해 할 거 같아요. 그걸(돈 없는 걸) 까발리고 나면, 해가 되면 해가 됐지 도움은 안될 거 같아요.

이들은 '공사비가 없어서가 아니라, 설계 변경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됐다'는 내용으로 미래한강본부에 보고하기로 논의를 마칩니다. 결국,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라고 미래한강본부장에게 지시했던 강철원 정무부시장은 어떤 보고를 받았을까요?

[강철원/당시 서울시 정무부시장] "주용태 미래한강본부장에게 그런 소문이 있으니 정확하게 파악해 보고 사업에 차질이 없게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한 거에요. 그런데 나중에 한강부장이 '근거 없는 이야기인 것 같고'..그렇게 보고를 받은 거 같아요.

하지만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그런 소문을 들은적도 없고,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씨와 A씨의 통화내용처럼 '공사 지연은 설계 변경 때문이고, 자금난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 김 씨는 어떻게 사업권을 따냈을까?

서울시가 여의도선착장의 사업 입찰 공고를 낸 건 23년 2월 27일 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고 10여일 전 김 씨와 A씨의 통화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 김 씨/H업체 대표 - A씨/H업체 사내이사 통화 녹취 (23년 2월 중순) = A 씨 : 공모 스케쥴이 잡혔나요? - 김 씨 : 공모안을 만드려고 내일 만나는 거고요.

당시 유람선 회사의 대표였던 김 씨는 유람선 회사의 악화된 재무상태 때문에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김 씨가 찾은 방법은 유람선 회사를 운영한 개인의 경력을 인정받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여의도선착장 사업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A씨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 질문에 김 씨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 A 씨 : 그런데 입찰을 개인 명의로 들어가도 되는지, 아니면 법인으로만 제한하는 건지? - 김 씨 : 개인. 개인, 법인, 그리고 컨소시엄까지 가능하게끔 해놨어요.

공모에 다른 업체의 참여를 막기 위한 장치도 넣었다고 합니다.

= A 씨 : 대표님. 다른 업체에서 이걸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인가요? - 김 씨 : 지금 다른 업체들이 이거는 특혜라고 하죠. 네, 특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다른 업체들도 (여의도선착장 공모에) 들어오려고 할 거고, 다른 업체들을 배제하는 거를 좀 이렇게 공모 안에다 잘 넣어서 하려고 하고 있는 거고. = A 씨 : 그러니까요. 평가표를 대표님 쪽에 맞춰서 지금 만드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 김 씨 : 네, 맞아요.
실제로 발표된 서울시의 공모지침서를 보면, 개인과 법인, 컨소시엄이 모두 참여할 수 있고, '유·도선면허', 즉 유람선을 운영 면허가 신청 자격에 필수로 기재돼 있습니다.

A씨는 MBC에 "선착장을 조성하는데 김 씨처럼 유람선을 운영하는 사람만 들어오라는 조항"이라며 "이 조항으로 인해 일반적인 사업시행자들이 다 들어오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공모기간은 단 23일. 하지만 김 씨는 미리 입찰에 필요 서류까지 알아낸 상황이었습니다.

- 김 씨 : 금융기관 대출 의향서나 조건부대출 확약서를 받으려면 대략적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 A 씨 : 그게 (서울)시의 요구 사항인가요? - 김 씨 : 네. 이제 뭐랄까. 그런 거를 준비하라고 하더라고요. 사업서 제안 제출할 때 그게 포함될 거라고. 이제 (여의도선착장 사업이) 공표되기 전이기 때문에 저한테 이거를 주려고 하고 있는데, 이제 협상의 여지는 있어요.

단독 입찰을 했을 때 재공모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재공모가 진행되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 A 씨 : 단독 공모도 인정해 줄 것인지? = 김 씨 : 인정해 준대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대표님, 대표님 조건 대부분 반영할 거고요, 단독 공모가 돼도 이거는 되게끔 되니까 그냥 편하게 오세요'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실제로 김 씨는 여의도선착장 공모에 단독 응찰해 재공모 없이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 제보자 고소한 김 씨, 피의사실공표한 서울시

이 녹취록에 대해 김 씨는 "일부 과장해 대화를 나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보자를 이미 고소했고, "행여 허위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 정정보도청구권을 행사해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 씨의 고소장에 담긴 내용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피의사실을 공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모 전 한강 관련 업체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공모 내용이 알려진 것일 뿐, 특혜를 준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한강의 한 유명 관광업체는 "서울시로부터 공모 전 어떠한 내용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문현 기자(lm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50239_36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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