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3월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411만 64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멜로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성과를 거뒀다. 당시 기준으로 순수 멜로 장르 최고 관객 수 기록을 세우며 전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313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했다.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관객의 깊은 감정을 건드린 영화는 세대를 아우르는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 멜로 영화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누구나 마음속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첫사랑' 이야기
작품은 두 시점을 교차로 구성해 20살의 승민과 서연이 처음 만나고 15년 후 다시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건축학과 대학생이던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음대생 서연을 처음 만난다. 활기차지만 내성적인 성격의 승민은 서연에게 호감을 느끼고 과제 수행을 계기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표현에 서툴렀던 그는 결국 오해를 낳고 고백도 하지 못한 채 멀어지게 된다.

15년 뒤 건축가가 된 승민 앞에 예고 없이 나타난 서연은 제주도에 지을 집의 설계를 의뢰한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결국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맡게 된다. 함께 건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과거의 감정을 떠올리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감정의 실체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현재 시점의 승민은 엄태웅이 맡았다. 그는 건설사 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승진을 앞둔 상황에서 15년 전 첫사랑이었던 서연의 의뢰를 마주하게 된다. 약혼자인 은채가 있음에도 서연에게 그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겉으로는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서연이 건네줬던 CD 플레이어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모습 등으로 그가 여전히 서연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15년 후 서연 역은 한가인이 연기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아나운서를 준비하다 결혼했지만 현재는 이혼한 상태다. 아버지의 병환을 이유로 제주도에 집을 짓기로 결심하고 오랜 세월을 건너 승민을 찾아간다. 첫 만남에서 당황한 기색 없이 자신 있게 설계 요청을 하고 이후 직접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15년 전의 젊은 승민은 이제훈이, 과거 서연은 수지가 맡았다. 정릉에 살고 있는 승민은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대학생활을 이어간다.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서연에게 마음을 전하려 애쓰지만 어긋난 타이밍과 오해로 관계가 끝나고 만다. 제주도에서 상경한 서연은 음악에 재능이 있는 인물로 수업 도중 재치 있는 발언으로 ‘정약용’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밝고 친근한 성격으로 학과 내 여러 인물의 관심을 받지만 승민에게만은 특별한 감정을 드러낸다.
조정석, 유연석, 고준희 등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조정석이 맡은 ‘납득이’ 캐릭터는 유쾌한 분위기를 더하며 극의 무게를 적절히 분산시켰다.
흥행 예측 깨고 411만 명 동원한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은 제작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한동안 흥행에서 멀어졌던 순수 멜로 장르는 관객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당시 시장에서도 흥미를 끌기 어려운 소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첫사랑’이라는 누구나 가진 기억과 감정을 정제된 방식으로 그려낸 영화는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개봉 당시 ‘첫사랑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문화적 반향도 컸다.

최종 관객 수는 411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이전까지 순수 멜로 영화 최고 흥행작이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로 멜로 장르의 새로운 이정표로 남았다. 특히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관람층을 확보하며 멜로 영화의 세대 간 공감 가능성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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