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2000억원 규모 부실채권 털기 나섰다
KB국민은행이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부실채권(NPL) 정리에 나섰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원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은 대출채권이다. 1분기 결산을 앞두고 경영지표 개선을 위해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부실채권 매각 관련 자문사를 선정하고,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부동산 담보부여신 및 기업회생채권을 매각한다. 매각 규모는 약 2000억원 안팎이며, 차주 수는 약 350차주로 추정된다.
은행은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나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1분기 결산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위해 부실채권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1%다. 전분기보다 5bp(1bp=0.01%포인트), 전년 말 대비로는 11bp 나빠졌다. 연체율은 0.22%로 같은 기간 5bp 악화됐다.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 0.26%와 비교하면 업계 최저 수준이긴 하나, KB국민은행만 놓고 보면 이전보다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가 불가피해 순이익 규모가 쪼그라들 수 있다. 대손충당금은 채권 회수가 불가능할 것을 대비해 쌓아놓는 적립금으로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간 리딩금융 쟁탈전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금융권에선 비용처리 문제 역시 민감하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KB금융은 4조6319억원, 신한금융은 4조368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왕좌가 또 다시 뒤바뀐 바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대손충당금으로 1조844억원을 쌓아둔 상태다. 현재 KB국민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225.6%로 전분기보다 2.1%포인트, 전년대비보다는 33.8%포인트 악화됐다. 기준치인 100%를 크게 웃돌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와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이슈를 고려하면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기준안에 따라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손실률 50%·배상률 40%를 적용하면 은행권의 전체 배상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KB국민은행 몫만 1조원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B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판매 잔액은 7조8000억원 수준으로 배상규모는 대략 세전 1조원인데 지난해 KB금융의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의 22%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충당금적립액 축소가 기대되며 ELS 배상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올해 KB금융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