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쿠쿠’ 독자 진출
쿠쿠, 남성 모델 내세워
1999년, 시장 1위 달성
요즘 거의 모든 가정에서 전기밥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가마솥에서 갓 지은 듯한 맛있는 밥을 빠르고 간편하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밥솥 브랜드 중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바로 ‘쿠쿠’다.
쿠쿠는 1978년 성광전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당시 성광전자는 무명의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무명의 중소기업이 어떻게 국내 밥솥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쿠쿠의 성공 뒤에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대한 집념, 그리고 소비자들의 입맛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전략이 있었다.
1978년 성광전자를 세운 구자신 창업주는 LG 구자경 명예회장과 14촌 친척 사이이며, 성광전자는 설립 초기 LG전자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역할을 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광전자는 밥솥 시장에 본격 진출해 명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 같은 성장 뒤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일본산 ‘코끼리 밥솥’이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자 정부는 국산 밥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광전자 등 국내 업체들을 지원하며 기술 개발을 독려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성광전자가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성광전자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으로 주요 고객사들의 밥솥 판매가 급격히 줄면서 주문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게다가 이미 생산된 제품조차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성광전자의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회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성광전자는 1998년 독자 브랜드인 ‘쿠쿠’를 내세워 직접 전기밥솥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납품하는 데 익숙했던 성광전자는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유통과 마케팅, 영업 분야에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구자신 창업주는 마케팅에 20억 원을 과감히 투자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같은 해 11월 쿠쿠는 TV 광고를 시작하며 대중 속에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광고 시장에서는 주로 여성 모델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쿠쿠는 과감히 남성 모델을 내세우는 차별화된 전략을 선택했다. 이 같은 광고 방식은 큰 호응을 얻으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쿠쿠의 모델은 인기 방송인 이상벽이었다.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이 컸던 시기에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갖춘 쿠쿠의 전기밥솥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1999년 출시 1년 만에 쿠쿠는 전기밥솥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2년에는 “쿠쿠 하세요, 쿠쿠”라는 광고 카피와 멜로디가 큰 인기를 끌며 소비자들의 기억에 깊이 남았다. 이후 2004년 주요 대기업 밥솥 제품에서 잇따른 결함과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했고 당시 점유율 2위였던 LG전자가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쿠쿠는 큰 반사이익을 누렸다. 이로 인해 쿠쿠는 시장 점유율을 50% 후반대까지 끌어올리며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한편, 쿠쿠는 기존의 ‘밥솥 제조사’ 이미지를 넘어 종합 생활가전 브랜드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얼음 정수기, 음식물처리기,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가전과 렌털 사업 부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쿠쿠는 2010년 정수기 출시를 시작으로 생활가전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2017년에는 사업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기존의 쿠쿠전자를 지주회사 체제인 쿠쿠홀딩스로 전환하고 정수기 및 렌털 사업 부문은 인적 분할을 통해 쿠쿠홈시스로, 제조 부문은 물적 분할 방식을 활용해 쿠쿠전자로 각각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쿠쿠의 성장세는 매출에서도 드러났다. 쿠쿠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쿠쿠홈시스의 얼음 정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성장세 덕분에 올해 1분기 가전사업 매출은 1,9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11억 원 대비 19.1% 늘어난 수치다. 쿠쿠는 렌털 사업을 비롯해 전체 실적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밥솥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쿠쿠전자는 1분기 매출 7,48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7%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쿠쿠는 끊임없는 혁신과 고객 중심 경영으로 무명 중소기업에서 글로벌 생활가전 강자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기술과 품질로 전 세계 가정의 신뢰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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