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와 체육회의 ‘스포츠 권력 투쟁’ 내막

김현미 기자 2024. 9. 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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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모두를 위한 스포츠’는 어디로 갔나

● 안세영이 쏘아 올린 개혁 신호탄
● 유인촌 장관 “체육회 사유화” 이기흥 회장 정조준
● 후원금 ‘선수단 배분→협회에 지급’ 변경…선수들은 몰라
● ‘셀프 심의’ ‘셀프 추천’…체육회의 오만과 독선
● 스포츠혁신위 “체육회와 올림픽위 분리하라”
● 탐색전 끝, 스포츠 大戰 예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8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줄은 문화체육관광부 장미란 2차관(왼쪽)과 유인촌 장관. [뉴스1]
"너무 사유화돼 있다. 그러니까 체육이 정치조직화돼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쳐야 합니다."

8월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감사와 조사를 9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 10일 문체부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삼성생명)의 작심 발언이 있고(8월 5일), 문체부가 조사에 착수한 지(8월 12일) 한 달여 만이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안세영을 포함해 배드민턴 국가대표 22명(전체 48명)과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제도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수행 사업 점검, 협회 운영 실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이정우 체육국장이 직접 발표한 중간 보고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배드민턴협회는 김택규 회장 취임 후 '후원사와 계약을 하면 후원금 중 일부(20%)를 선수단에 배분한다'는 규정을 삭제했고, 국제대회 우수 성적에 따른 보너스를 '후원사가 선수단에 직접 지급한다'고 돼 있던 것을 '협회를 통해 선수에게 지급한다'고 바꾸었다가, 지난해 아예 '후원사가 협회에 지급한다'로 변경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변경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보너스는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해당 예산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추가로 조사 중"이라고 했다.

반면 협회 정관에 따라 보수를 받을 수 없는 임원들이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분으로 1인당 800만~3000만 원의 성공보수를 받고, 40명에 달하는 협회 임원들이 직무 수행 경비나 회의 참석 수당 등의 명목으로 3년 반 동안 3억3000만 원을 타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총 7000만 원의 수당을 챙긴 임원도 있었다. 비용은 펑펑 썼지만 기부금은 김 회장이 낸 2300만 원이 전부였다.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에서 표면화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개최된 ‘2024 파리 올림픽 기념 국민대축제’ 행사에서 파리 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구본길을 비롯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안세영 선수가 제기한 후원사 경기용품(라켓, 신발) 의무 사용 부분도 지나치게 선수 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정으로 지적됐다. 심지어 배드민턴협회 이사회에서 '신발은 제외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김 회장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에 대해 문체부는 "선수의 직업 행사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이어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축구협회와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가 막바지로 향해 가자 문체부는 다음 타깃으로 이기흥 회장을 정조준했다.
정강선 파리올림픽 국가대표팀 선수단장이 8월 13일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태극기를 휘두르고 있다. [뉴시스]
‌문체부와 체육회의 갈등은 8월 13일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에서 표면화됐다. 금메달 13개 등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파리 올림픽 선수단의 입국에 맞춰 문체부가 인천공항 내 그레이트홀에서 해단식을 준비하고 장·차관이 모두 나가 선수들을 맞이했으나 이 회장은 입국장에서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낭독한 뒤 약식으로 해단식을 진행하고 떠나버렸다. 명분은 '선수 보호'였지만 누가 봐도 체육회와 소속 단체들을 조여오는 문체부에 대한 시위였다.

이 회장은 8월 19일 BBS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해단식 해프닝에 대해 상세히 해명(문체부로부터 해단식 제의를 받은 바 없으며, 인천공항공사 측에 문서로 입국장 해단식을 통보했다고 강조)하는 한편, 안 선수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시기와 장소가 아쉽다" "다른 여러 선수들도 축하를 받아야 되는데 타이밍이 좀" "아직 어려서 표현이 서툴다"는 등 상대적으로 선수의 경솔함을 아쉬워하고, 배드민턴협회의 자체 진상 조사를 두둔했다.

문체부는 차근차근 체육회를 압박해 나갔다. 8월 29일 내년부터 생활체육 예산 중 일부인 416억 원(2024년 생활체육 전체 예산 1337억 원 중 31%)을 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직접 집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효과적인 체육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종목단체 지원을 포함해 예산 체계를 추가 개편할 예정이며 예산 규모는 확정된 게 없다"고 했다. 체육회는 문체부로부터 올해 4200억 원을 받아 각 종목단체와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의 예산을 지원해 왔다.

제도개선, 예산집행권, 공익 감사…‘전방위' 압박

문체부의 다음 카드는 제도개선. 9월 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 절차 개선을 권고한 것에 대해 이행을 요구한 데 이어, 9일 임원의 연임 허용 심의와 관련해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행 요구와 권고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이기흥 회장의 3연임을 막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기흥 회장은 2016년 10월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고 처음 치러진 선거에서 40대 회장으로 당선됐고, 2021년 1월 41대 회장 선거에서는 46.4%라는 압도적 지지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2025년 1월 치러지는 42대 회장 선거에서 3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장 선거는 체육회 대의원과 회원 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할당된 인원에 맞춰 추천된 후보 가운데 무작위로 선거인단(2000명 내외)을 구성해 투표하는 간접선거다.

국민권익위가 회원단체 임원의 징계 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이유는 현행 제도가 징계 대상자가 징계를 심의하는 일종의 '셀프 심의'라는 데 있다. 실제로 2020년 8월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한 이래 4년간 징계를 요청한 116건 중 이행되지 않은 38건의 징계 대상이 해당 단체 임원이었다. 문체부는 이런 사실을 근거로 상위 단체인 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에 직접 징계를 관할하라고 권고했으나 양 체육회는 각 회원단체의 고유 권한이라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체육회와 회원단체 임원의 임기는 정관에 따라 '1회에 한하여 연임'이 가능하되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스포츠공정위를 구성하는 권한이 체육회장에게 있다는 것. 체육회장이 스포츠공정위에 심의를 신청할 경우, 자기가 임명한 위원에게 자신의 연임 제한 허용 심의를 맡기는 셈이 된다. 문체부는 현 스포츠공정위 위원장이 이기흥 회장의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한 이력까지 밝히며 '제척·기피·회피'라는 심사의 일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문체부의 세 번째 카드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것이다. 9월 12일 문체부는 체육회가 공공기관임에도 부적절한 파리 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독점공급권 계약, 특정 업체 몰아주기,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는 과도한 수의계약,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 취소,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의 부적정, 특별보좌역·위촉자문위원 및 체육회 자체 예산의 방만한 사용, 보조사업 관리 부실 및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 등 기관 운영 전반에 걸쳐 많은 논란과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고 감사 청구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그러나 체육회는 다음 날에 "문체부의 감사 청구를 환영하며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공정하고 균형 있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1월 16일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대통령실에 제출한 '문체부의 위법 부당한 체육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절차에 따라 감사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스포츠 권력을 사수하기 위한 전쟁 선포나 다름없었다.

스포츠혁신위 "체육회와 올림픽위 분리하라"

문체부와 체육회의 충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실 5년 전 발표된 '스포츠혁신위원회 백서'는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문제를 잉태하고 있었다.

2019년 1월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코치에게 3년 넘게 성폭행을 당했고, 학교 빙상장과 태릉 및 진천 선수촌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경악게 했다. 이 사건이 터지자 문재인 정부는 한 선수의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처벌에 그치지 않고 엘리트 체육 전면 재검토,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체육계 스스로 쇄신책 제시 등 한국 스포츠 분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스포츠혁신위를 출범시켰다.

스포츠혁신위는 스포츠, 인권, 여성, 장애인, 법조인, 시민사회 등을 대표하는 15명의 민간위원과 5개 정부 부처(문체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차관들로 구성된 정부-민간 합동기구로, 2019년 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년 동안 활동하며 7개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1차 성폭력 등 인권침해 대응 시스템 전면 혁신, 2차 학교 스포츠 정상화, 3차 모든 사람의 스포츠 참여 확대, 4차 스포츠기본법 제정, 5차 스포츠클럽 활성화, 6차 엘리트스포츠 시스템 개선, 7차 체육단체 선진화를 위한 구조 개편 권고안이다.
스포츠혁신위원회 백서(2019). [홍중식 기자]
‌특히 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 분리를 담은 7차 권고안은 체육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7차 권고안의 핵심 내용은 '2021년 상반기까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체육회를 분리하고, 분리 이후 KOC는 올림픽 등 세계 스포츠 대회 선수단 파견 및 대회 유치, 국제 스포츠 경쟁력 강화 노력, 국제 스포츠 외교 증진 등에 관한 사업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었다. 체육회는 즉각 '분리 반대' 대의원 총회 결의문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분리 반대 캠페인에 들어갔다.

당시 스포츠혁신위에서 3분과(엘리트스포츠 선진화)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7차 권고안 작성을 주도했던 홍덕기 경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체육회와 KOC 분리는 너무 민감한 문제여서 권고안 중에서도 마지막에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며 "분리는 이기흥 회장이 가장 원치 않는 결과였을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하면서 거대 조직이 탄생했지만 인적, 물적, 재정적 자원이 엘리트스포츠에 집중되면서 '모두를 위한 스포츠' 실현이라는 통합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체육회는 KOC를 산하에 둠으로써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권한, 선수들을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는 권한을 누려왔다. 그것을 빼앗기는 순간 엘리트스포츠에서 멀어지게 되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권고하는 올림픽 기구의 정치적 중립이라든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내세워 정부 산하기관으로서의 책무를 회피하는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분리를 권고했다."

‘셀프 추천'으로 된 IOC 위원

2019년 1월 15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핌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앞서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체육계에 파문이 일었다. [뉴스1]
이기흥 회장은 2019년 IOC 위원이 됐다. 2017년 자신이 회장인 체육회 이사회를 통해 한국인 IOC 위원 추천 권한을 위임받아 자신을 후보로 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셀프 추천' 논란에 대해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한국에도 IOC 위원이 더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2019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134차 IOC 총회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 자격으로 선출된 대한민국 최초의 IOC 위원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KOC가 체육회 산하에 없었다면 누릴 수 없는 영광이었다.

여세를 몰아 이 회장은 KOC를 체육회에서 분리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로 KOC 분리라는 결론을 먼저 내고 밀어붙이면 안 된다"면서 오히려 "학생, 여성, 노인, 장애인, 엘리트 체육을 담당하는 부처가 다 다르다. 이를 모두 합쳐 가칭 국가체육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든 다음 국제·국내·학교체육으로 구분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조선일보 2020년 11월 7일자 인터뷰)

2021년 1월 그가 체육회장 연임에 성공하자 실행 조직 없이 해산해 버린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은 힘을 잃고 기억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불씨는 남았다.

윤석열 정부로 바뀌고 2023년 12월 스포츠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협치기구인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스포츠혁신위가 해산하면서 차후 체육회 견제용으로 설치를 권고한 기구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에리사 전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정부와 민간으로 흩어진 체육 관련 정책을 통합해 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국민의 스포츠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요 시책을 평가·점검하는 기구다. 체육회장도 당연직으로 참가하도록 돼 있다.

체육회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2024년 1월 1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2024 체육인대회'에는 체육회를 비롯해 회원 종목단체, 시군구 체육회, 국가대표 선수 등 1만3000여 명이 집결했다. 역대 체육회 주관 행사에서 최다 인원이 집결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주도로 체육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을 법제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스포츠정책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체육계 추천 인사를 전면 배제하는 등 체육인을 무시했다며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견제구만 던지며 상대 진영을 탐색하던 싸움은 끝났다. 문체부와 체육회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정치권으로 확전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기흥 회장은 9월 23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지방체육회 순회간담회에서 '국정농단' '망조' 등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께서 (체육회를) 정치집단이다 그러는데 내가 볼 때는 문광부가 괴물이고 정치집단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따라붙어가지고 이랬다 저랬다 국정농단이에요. 지금 국정농단 때하고 비슷하게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들이 정치가가 돼 있어요."(국민의힘 박정하 의원 제공 녹취)

양희구 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장을 비롯해 18개 시·군체육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 회장은 원주 출신 박정하 의원, 춘천 출신진 종오 의원 등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원 지역 출신 의원들이 대한체육회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대해 "삘(필)이 잘못 꽂힌 거 같다. 망조가 들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한 뒤 "(체육) 회장님들이 지역 국회의원들 좀 찾아가야겠다. 회장님들이 너무 조용히 계신다. 이모, 권모, 유모 등등(국민의힘 강원 지역 이철규, 권성동, 유상범 의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 속 썩이는 양반들 다 있어"라고 했다. 체육계가 결집해 정치권을 압박해 달라는 선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다음날인 9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 회장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정치 선동가가 할 일이지 대한체육회 회장이 할 일이냐"며 박정하 의원이 지적하자 이 회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박 의원은 이 회장의 육성을 그대로 공개했고 결국 이 회장은 "표현은 잘못된 것 같다"고 사과하며 물러났다.

그러자 체육인 출신인 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나섰다. 애초 '괴물·정치집단'이라고 발언한 것은 유인촌 장관인 만큼 체육인으로서 유 장관의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한 것.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민주당)도 "듣기에 따라서는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모든 체육단체들이 괴물이 되고 정치집단이 됐다고 들릴 우려도 있다"며 임 의원을 거들었다.

국회에서의 대결은 유 장관과 이 회장이 각각 사과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 초 대한축구협회 조사에 대한 중간 발표에 이어 배드민턴협회 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안세영이 쏘아올린 개혁의 신호탄은 어디에 꽂힐 것인가.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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