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대와 개구리화 현상 [정지우의 잡동사니]

Unsplash의Adam Currie

얼마 전, 일본 청년 세대 사이에서 '개구리화 현상'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개구리화'는 동화 <개구리 왕자>에서 유래한 것인데, 짝사랑하던 사람이 자기에게 호감을 표시하면 갑자기 개구리처럼 싫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상대방이 소위 '깨는 행동'을 했을 때 곧바로 개구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스타그램 등 SNS 속에서 항상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만 보이던 '그 사람'이랑 막상 가까워지면, 그의 온갖 허술하고 불완전한 모습들을 알게 되면서 '깨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유행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청년 세대 사이에서 맹목적인 환상을 동경하는 일이 흔해졌다는 걸 뜻한다.

타인이 완벽하다 혹은 완벽해야 한다라고 믿는 이런 현상은 '개구리 현상' 같은 장난스러운 차원에도 있지만, 그보다 심각한 차원에도 걸쳐 있다. 가령, 유명인들이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하거나, 말실수를 하거나, 생활에 작은 오점이라도 있는 게 발견되는 순간 온 세상 사람들이 달려들어 저격하고, 악플 달고, 증오를 표출하는 것도 이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SNS나 프로필 사진으로만 보던 사람을 현실에서 보면, 사진과 현실이 전혀 다르다는 걸 대부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는 '사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가까이에서부터 관계 맺기 보다는, 일단 '멀리'에서부터 '이미지'로 관계 맺다 보니, 그 사람에 대해 제멋대로 믿어버리는 경우가 매우 흔해졌다. 마찬가지로 자기에 대해서도 취사선택하여 전시할 수 있으니 타인을 속이기도 쉬워졌다.

그 결과는 매우 기묘한데, 나와 내 주변 사람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마치 '완벽'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믿는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여 버리는 것이다. 또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먼 존재를 믿을수록, 나와 내 주변 사람은 더 초라해만 보인다. 달리 말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개구리가 되는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 이런 현상은 청년들이 연애를 하지 않거나 가까운 삶에 만족하기 어려워하는 현상과도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완벽한 것들은 마치 천국에 사는 신처럼 모두 멀리 있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제나 그 완벽에 비해 모자란다. 이것이 선택의 어려움, 삶을 사랑하기 어려움,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 고립의 심화까지 이어진다. 완벽한 줄 알았던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걸 알게 된 순간의 배반감과 증오는 덤이다.

나는 익히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먼 것'과 '가까운 것'의 관계에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일본 청년 세대의 '개구리현상'은 장난스러운 표현 같지만, 우리 사회의 핵심도 지적하고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쨌든, 계속하여, '가까운 곳을 가까운 것'으로 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가까움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내 삶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도 점점 더 비극적인 구석이 심화될 것이다. 우리는 다들 늪지대에 살아가는 개구리들이 맞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로 불완전한 삶을 살고 있기에, 서로에게 보다 관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글쓴이 - 정지우

작가 겸 변호사. 20대 때 <청춘인문학>을 쓴 것을 시작으로,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등 여러 권의 책을 써왔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서재' 및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작권 분야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20여년 간 매일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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