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기업에 '표현 걸러낼 권리' 있나… 미국 연방대법원, 심리 나선다
찬 "SNS는 공공 장소, 발언 규제권 없다"
반 "편집권 사라지면 나치·IS 옹호도 가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은 콘텐츠 편집과 보도 여부 등을 결정하는 '언론'에 가까울까. 아니면 이용자들이 어떤 표현을 하든 막을 권한이 없는 '공공 장소'라고 봐야 할까. 미국 최고 사법기관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26일 언론·표현의 자유 등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가 SNS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관해 첫 심리를 연다. 핵심 쟁점은 'SNS 기업이 언론처럼 콘텐츠를 편집할 권리가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차단'에 플로리다·텍사스 "의견으로 검열 불가"
논쟁 대상은 플로리다·텍사스주(州)가 2021년 각각 개정한 법률이다. 둘의 공통점은 SNS 기업의 게시물 삭제·계정 제한 등과 같은 콘텐츠 조정 능력을 대폭 제한하는 것이다. 세부사항은 다르지만, 대체로 제재를 당한 이용자에게 이의 제기 절차를 허용하고, 콘텐츠 조정 지침을 밝히며, 정치인의 계정을 정지시킬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다.
계기가 된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 당시 트위터(현 엑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계정을 정지당했다.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을 "애국자들"이라고 부르는 등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였다.
보수층이 "온라인에서 검열당하고 있다"며 분개하자, 보수 성향 주지사를 둔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2021년 법을 바꿨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모두 이로부터 약 2년 뒤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복구시켜 줬으나, 개정된 주 법률을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극단주의 막을 편집권 인정돼야" vs "언론 아니라 공공장소"
발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지만, 정치적 색채가 뚜렷한 사안은 아니다. NYT는 "두 소송은 보수적 표현을 보호하려는 법률에 관한 것이지만, 가장 큰 질문은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라며 "기술 플랫폼이 편집에 관한 판단을 내릴 '언론의 자유'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짚었다.
하급심 판단은 주별로 엇갈렸다. 일단 플로리다에서는 1·2심 모두 해당 법률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SNS 플랫폼의 (콘텐츠) 편집 판단·행사도 본질적으로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유해 콘텐츠에 대한 SNS 기업의 자율적 규제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SNS 플랫폼이 모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화 선전이나 이슬람국가(IS)의 극단주의 정당화, 나치 지지, KKK(백인우월주의 단체)와 홀로코스트 옹호, 아동에게 유해한 섭식장애를 조장하는 등 모든 종류의 불쾌한 관점마저 퍼뜨리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텍사스 주법과 관련, 1심은 위헌 판단을 내렸으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우리는 헌법상 보장된 언론 자유에서 자유분방한 검열권을 추출해 내려는 플랫폼의 시도를 거부한다"며 "플랫폼은 신문이 아니고, 그들의 검열은 표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 등도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은 신문이 아니다. 광범위한 대중 표현과 담론을 위한 플랫폼이고, 공개된 쇼핑몰이나 철도에 훨씬 가깝다"고 지적했다. 언론보다는 '공론장'에 가깝다는 얘기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우위'(대법관 6명 보수, 3명 진보) 구도지만, 이번 소송의 판결 향방은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많다. 2022년에도 대법원에 회부됐으나 대법관들 의견이 반대 5명, 찬성 4명으로 팽팽하게 갈리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보류된 바 있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SNS 생태계는 엄청난 변혁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미 언론들은 오는 6월쯤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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