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813% 늘었는데 운임 고작 0.6% 인상···화물기사 죽음, 누구 책임인가[점선면]

문광호 기자 2026. 4.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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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지 않으면 막을 수 없었다
점(사실들): 사측 파업 대체차량에 참사
선(맥락들): 813% 이익에도 “운임 인상 0.6%”
면(관점들): 노조 인정않는 정부, 기사 탓하는 CU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2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주변에 전날 발생한 차 사고의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 CU 화물기사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자 연대했던 노동자가 지난 20일 숨졌습니다. 그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서광석 전남지역본부 지부장이었습니다. 화물기사인 그는 위험을 알면서도 파업 대체차량을 막아서다 목숨을 잃었는데요. 서 지부장이 그렇게까지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오늘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점(사실들): 사측 파업 대체차량에 참사

화물연대는 지난 20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CU 진주물류센터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측이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파업에 맞서 운행하는 대체차량을 막기 위한 농성이었는데요. 경찰이 화물연대 조합원 약 40명을 밀어내자 회사는 오전 10시쯤 대체차량 출차를 강행했습니다.

오전 10시32분쯤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줄줄이 나오는 대체차량 앞을 막아섰는데요. 경찰과 화물연대에 따르면 선두에 있던 차량 기사는 서광석 지부장 등 4명이 부딪혀 바닥에 넘어졌는데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서 지부장은 오전 11시45분 끝내 사망했고,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2명도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선(맥락들): 813% 이익에도 운임 0.6%만 인상

편의점 화물기사들이 죽음을 각오한 농성에 나선 이유에 대해 노동단체들은 “살기 위해서”였다고 말합니다. 물량 변동이 크고, 박리다매(적은 이익으로 많이 파는 것)인 편의점 산업에서 기업은 인건비·물류비 등 절감을 위해 물류를 외주화하는데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역시 ‘BGF로지스(물류부문 자회사)-지역 하청운송사-화물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활용합니다. 원청이 ‘용역료’만 지불하면 차량 관리비부터 화물기사 수당·퇴직금·노무 관리 등 모든 리스크와 비용을 모두 하단으로 떠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원청의 책임은 희석되고 그 끝에 있는 화물기사들은 낮은 운임·고유가 속 과로와 사고의 위험에 내몰립니다.

편의점 CU 물류 하청 구조. 변희슬 기자

이런 구조는 비용 통제에 유리합니다. 점선면이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BGF로지스는 2022~2025년 매출이 32% 성장하는 동안 전체 영업비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배송·인력용역료 인상을 23% 수준으로 억제했습니다. 그 결과 2022년 0.7%였던 영업이익률은 2025년 4.9%까지 치솟았습니다. 실제로 김현우 화물연대 조직쟁의국장은 통화에서 “CU는 3년 전 운송비를 1회전(점포 6~15개 방문 기준)당 2만원(인상률 0.6%) 인상한 게 마지막”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짜낸 이익은 BGF그룹에 돌아갔습니다. 같은 기간 원청인 BGF리테일의 편의점 부문 영업이익이 매년 감소할 때, 물류 부문(BGF로지스)의 영업이익은 3년 만에 813% 폭증했습니다. 그룹 전체(유통부문) 이익에서 물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0.8%에서 7.1%로 9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BGF리테일은 이를 바탕으로 2023년부터 3년 연속 주주들에게 7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고요. 하청이 마른 수건 짜듯 절감한 비용이 원청 배당금 지급의 버팀목이 된 셈입니다.

이 같은 구조는 화물기사들이 법률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원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없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화물연대 파업 탄압은 기사들의 협상력을 더욱 떨어뜨렸습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경우 업무를 개시하도록 하는 정부의 명령)을 발동해 기사들의 목소리를 무력화했습니다.

화물연대 총파업 11일째인 2022년 12월4일 시멘트 업체가 모여있는 인천 중구 서해대로 가변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화물연대 화물차량 운전석 너머로 한 시멘트 업체가 보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화물기사들은 지난달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통해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기대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범위에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자’도 포함했기 때문인데요. 화물연대 CU지회 소속 화물기사들은 이를 근거로 지난 1월부터 원청 BGF리테일을 상대로 7차례 교섭을 요구했지만 BGF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광석 지부장을 비롯한 화물기사들이 경남 진주시 등 4개 물류센터에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면(관점들): 노조 인정 않는 정부, 기사 탓하게 하는 CU

정부는 이번 사안이 구조적 문제라면서도 노란봉투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자는 요구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사안은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소상공인·개인사업자 등 취약한 지위에 있는 이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미비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대응은 화물기사를 개인사업자로 분류했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의 대응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화물연대를 노조법 밖의 단체로 보는 점도 같고요. 반면 노동계는 지난해 법원에서 화물기사·화물연대가 노동자·노조로 인정된 바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합니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CU 매장 매대 옆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간편식 공장이 폐쇄돼 정상적인 물류 입고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하주언 기자

원만한 해결을 약속한 BGF리테일은 지난 21일 언론에 CU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점주 A씨는 “결국 점주들이 화물연대를 향해 불만을 갖게 되는 구조”라며 “오랑캐들끼리 싸우게 만든 것처럼 본사가 갈등을 방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편의점 빈 매대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간편식 공장이 폐쇄돼 정상적인 물류 입고가 불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었고요. 점주와 소비자들이 화물기사를 탓하게 만든 셈입니다.

일단 BGF로지스는 어제(22일) 화물연대와 교섭에 착수했습니다. 서광석 지부장이 요구했던 ‘BGF리테일과의 교섭’까지 이뤄질 수 있을까요? 정부가 화물기사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회피하고, BGF 측이 용역료라는 이름 뒤에 숨는 구조에서는 쉽지 않을 겁니다. 내일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이제 누가 나설 것인지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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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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