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소문이 돌고 있는 또 하나의 VW 바람 시리즈 - 시로코
3도어 해치백이 멸종 수준으로 사라져가는 지금, 폭스바겐이 새로운 모델을 추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해당 차종은 폭스바겐 발 바람 시리즈 중 하나가 될 예정이며,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태어날 것이라 한다.
폭스바겐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기준에 의해 자동차의 이름을 정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 모든 폭스바겐이 그 원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바로 바람의 이름에서 자동차의 이름을 따온다는 것. 현재 판매하고 있는 차종 중에도 바람의 이름에서 유래한 모델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골프가 있으며, 폴로, 제타, 파사트가 그렇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하나의 이름이 사라졌다.
바로 시로코다. 폴로가 북극에서 부는 바람이라면 시로코는 사하라 사막에서 지중해로 불어오는 바람이다. 특히 여름철이면 이 바람은 거의 허리케인의 속도로 지중해에 도달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이름을 딴 폭스바겐의 해치백은 적어도 골프보다 좀 더 날렵했고, 다이내믹했으며, 특히 길쭉한 프레임 리스 도어와 납작한 형태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물론 공기의 간섭으로 트렁크 버튼을 누른 후 차에서 내려 도어를 닫으면 트렁크까지 함께 닫히는, 약간의 당혹스러운 문제가 있긴 했지만 오너라면 이것조차 바람의 특성을 표현한 것이라 여기기 충분했다.
여러모로 매력이 가득한 시로코는 단종된 지 꽤 오래됐지만 여전히 꽤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부활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3도어 해치백을 원하는 고객층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3도어 해치백 시장은 거의 황폐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더 이상 이런 모델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AMG, M, RS 포트폴리오에도 3도어 해치백은 없다. 그나마 남은 건 미니 3도어 해치 정도가 거의 유일하다. 아마도 지금의 잠재 고객들은 해치백의 실용성을 3도어의 불편함으로 망가뜨렸다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온전한 5도어 해치백을 사거나 아니면 CUV를 사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수도 있다.
3도어 해치를 합리적 스포츠카 혹은 그나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꼭 타봐야 하는 매력적인 차, 라고 여기는 고객은 전체 시장에서 한 줌도 되지 않아 보인다. 이럴 때 누구 하나가 개척자가 되어 시장에 ‘새 바람'을 끌어온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전 세계에서 해치백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폭스바겐 같은 브랜드 말이다.
최근 소문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자신들의 대표적인 3도어 해치백이었던 시로코의 부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브랜드 오피셜은 아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지만, 내용이 제법 구체적이어서 현실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전동화 시대에도 폭스바겐은 여전히 하이 퍼포먼스 배지, GTI, R을 유지할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지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인 시로코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다만 전동화 바람에 맞게 시로코도 EV 플랫폼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있는데, 여기에 포르쉐와 아우디가 개발한 프리미엄 플랫폼인 PPE 아키텍처가 적용된다는 소문도 있다. PPE는 현재 폭스바겐 그룹이 차세대 EV 아키텍처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플랫폼으로 포르쉐는 718 박스터와 카이맨의 전동화 모델을 이 플랫폼 위에서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혀졌으며, 아우디는 TT를 해당 플랫폼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플랫폼 위에서 개발될 새로운 시로코는 적어도 718과 TT에 준하는 퍼포먼스를 지니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듀얼 모터를 비롯해 좀 더 슬림한 배터리 팩을 통해 이전 시로코보다 좀 더 날렵하고 날카로운 다이내믹스를 얻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 한 가지를 던져볼 수 있다. “정말 3도어 해치백으로 개발될 것인가?”이다.
물론 공식적인 정보는 현재 나와있지 않지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면 위에서 이야기한 718과 TT 모두 쿠페라는 점이 3도어 해치백의 부활 가능성에 대한 꽤 유력한 힌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역대 시로코는 모두 3도어 해치백이었다는 것과 더불어 이미 비슷한 사이즈의 5도어 해치백, 골프가 있고 골프 역시 GTI과 R이 있는 만큼 굳이 시로코를 5도어 해치백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 (이건 이전에도 그랬다.)
다만 718이나 TT와 같은 온전한 2시터 쿠페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폭스바겐은 그런 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폭스바겐이 시로코를 다시 내놓는다면, 2+2 쿠페 타입의 3도어 해치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적어도 3도어 핫 해치의 다양성을 기다려 온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는 소문만으로도 설렘과 흥분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정말 폭스바겐은 절멸 상태에 이른 3도어 핫 해치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로코의 부활을 꿈꾸는 강렬한 열망이 낳은 뜬 소문에 불과한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다.
오토뷰 | 뉴스팀 (news@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