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3단식 2세트 스코어는 1-5. 모두가 세트를 내주고 최종 4단식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달아 6게임을 따내며 7-5로 세트를 뒤집었다. 경기장은 폭발했고, 한국 대표팀은 그대로 승리를 확정했다.

종합 스코어 3-1.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꺾고 2026년 데이비스컵 퀄리파이어 진출을 확정했다. 2022년부터 이어진 5년 연속 퀄리파이어. 한때 체코에 패하며 밀려났던 흐름을 이번엔 홈에서 되살렸다. 팬들에게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두고두고 기억할 역전극이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날 1단식에서 정현이 셰프첸코에게 0-2(4-6, 3-6)로 패하면서 한국이 먼저 밀렸다. 상대팀은 세계 19위 부블리크까지 있었기에 분위기가 무거웠다.

하지만 권순우가 기세를 바꿨다. 2단식에서 부블리크를 상대로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8-6으로 따냈다. 이어 2세트 3-0에서 부블리크가 다리 근육 통증으로 기권하면서 승리. 팀 스코어는 1-1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 승리는 의미가 컸다. 권순우가 세계 20위권 선수를 잡은 건 세 번째였다.
다음날 복식에서는 남지성–박의성 조가 6-2, 6-3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2-1로 앞서갔다.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마지막 3단식, 정현이 다시 코트에 섰다. 1세트를 6-3으로 따냈지만, 2세트는 1-5까지 밀렸다. 사실상 세트를 내줄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믿기 힘든 반전이 시작됐다.
정현은 침착하게 랠리를 이어가며 상대 실수를 끌어냈다. 연속으로 브레이크를 따내더니, 곧바로 서브 게임을 지켜냈다. 관중석은 하나의 포인트마다 함성을 터뜨렸다. 결국 6게임을 연달아 가져와 7-5로 마무리. 종합 3-1, 한국의 승리가 확정됐다.

권순우는 이번 승리로 다시 한 번 ‘강자 킬러’라는 별명을 증명했다. 세계 톱랭커를 상대로 겁먹지 않고 맞서는 모습은 대표팀의 가장 큰 힘이었다.
복식 조합인 남지성과 박의성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초반부터 네트를 장악하며 상대를 압박했고, 두 세트 모두 여유 있게 따냈다. “이길 팀이 이겼다”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정현. 그는 단순히 이긴 게 아니라, 질 것 같던 경기를 뒤집으며 팀의 승리를 확정했다. 1-5에서 7-5, 이 한 장면은 앞으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이번 승리는 단순한 경기 결과가 아니다. 한국은 2022년부터 5년 연속 퀄리파이어 무대에 오른다. 꾸준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 것이다.
올해 초 체코에 0-4로 무너졌던 기억을 딛고, 홈에서 다시 반등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팬들 앞에서, 위기 속에서 다시 일어섰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경기 내내 긴장과 환호를 오갔다. 특히 정현이 1-5에서 한 게임씩 따라붙을 때, 관중석의 응원은 점점 커졌다. 선수의 집중력과 팬들의 호흡이 하나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데이비스컵은 단순한 개인전이 아니다. 팬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보내준 응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오늘 승리는 코트 위 4명의 선수만이 아니라, 관중석의 수천 명과 함께 만든 것이었다.
이제 대표팀은 2026년 퀄리파이어에 나선다. 권순우와 정현의 건강 관리, 복식 조합의 안정적인 기용이 앞으로의 과제다. 원정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다양한 코트 환경에 맞춘 준비가 필요하다.
오늘 같은 드라마는 자주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언제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한국 테니스는 아직 도전 중이고, 그 도전은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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