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결국 철수" 현대제철 공장 폐쇄 결단... 두 달 버티던 노조도 두 손 들었다

▮▮ 2개월의 극한 대치 종료와 현대제철의 전략적 선택

1994년 준공되어 지난 30년간 한국 건설 산업의 핏줄인 철근을 쉼 없이 뱉어내던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90톤 전기로가 마침내 차갑게 식었다. 수익성 악화와 수요 절벽이라는 거대한 해일에 직면한 현대제철은 노후 설비의 영구 폐쇄라는 뼈를 깎는 결단을 내렸다. 전운이 감돌던 60일간의 노사 대치는 '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라는 타협점에 도달하며 무거운 침묵으로 일단락됐다.

단순한 공장 한 곳의 폐쇄를 넘어 이번 결정은 한국 철강 생태계 전반에 던지는 일종의 생존 비명이자 서늘한 경고장이다. 현대제철은 90톤 전기로와 소형 압연 라인을 걷어내며 양적 팽창 시대의 종언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노사가 극한의 대립 끝에 손을 맞잡은 배경에는 '지금 변하지 않으면 함께 침몰한다'는 산업 현장의 절박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합의는 철강 산업의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변곡점을 상징하며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선 산업 전반의 고통스러운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노사는 단기적인 고용 유지를 고집하기보다 중장기적인 기업의 생존과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극한의 전야를 지나 도출된 이번 합의안은 향후 불어닥칠 대규모 산업 재편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 숫자로 본 구조조정의 무게와 파격적인 보상안

현대제철이 인력 재편을 위해 제시한 보상안은 업계에서 소위 '골든 핸드쉐이크'라 불릴 만큼 파격적인 규모와 세밀한 배려를 담았다. 전환 배치 인원을 당초 계획했던 200명에서 50여 명 수준으로 과감히 축소하며 현장 근로자들의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다. 당진공장 등 타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직원에게는 위로 휴가 10일과 함께 최대 300만 원의 이사비, 600만 원의 정착 지원금이 실질적으로 제공된다.

특히 희망퇴직을 선택한 10여 명의 직원에게 지급되는 보상 규모는 현대제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월정급여 기준임금 20개월분에 잔여 근속 기간의 50%를 곱해 산정되는 위로금은 최대 3년 치 연봉에 달하는 파격적인 수준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자녀 1인당 1,000만 원씩 최대 3명까지 총 3,000만 원의 학자금이 추가 지원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이 명시됐다.

숙련된 노령 근로자를 위한 처우 역시 만 55세 이상 직원에게는 기준임금 2개월분과 순금 11돈, 그리고 260만 원 상당의 지원금이 지급되는 등 정밀하게 설계됐다. 주택자금 대출 한도 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추가 대출을 지원하는 대책은 생활 안정화라는 명분 아래 인력 재편의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다. 이러한 보상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향후 진행될 더 거센 규모의 감산과 조직 슬림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된다.

▮▮ 335만 톤에서 260만 톤으로... 공급 과잉 늪 탈출기

현대제철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철근 생산량을 기존 335만 톤에서 260만 톤 규모로 75만 톤가량 대폭 덜어내기로 했다. 인천공장 소형 압연 라인의 연간 생산능력인 90만 톤은 인천 전체 생산량의 56%에 달하는 규모로 이 설비의 영구 폐쇄는 시장 공급 구조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회사 측은 생산 효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노후 설비를 정리함으로써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를 재확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국내 철근 수요는 2022년 1,050만 톤에서 2024년 700만 톤대로 곤두박질쳤으며 2025년 11월 기준으로는 658만 톤까지 급감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공급 능력은 연간 1,300만 톤에 육박하는데 수요는 절반 수준에 머무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황이 '팔수록 손해'라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화했다. 효율성이 저하된 노후 전기로를 걷어내는 것은 단순히 물량을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다.

현대제철의 이번 감산은 국내 전체 수요의 약 10%에 달하는 물량을 시장에서 제거함으로써 수급 불균형의 늪에서 탈출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결단만으로는 산업 전체에 퍼진 '공급 과잉'이라는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팽팽하다. 시장의 눈동자는 이제 현대제철의 결단이 업계 전체의 공멸을 막는 트리거가 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 철강업계에 부는 구조조정 칼바람과 넘어야 할 산

위기의 파고는 현대제철을 넘어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제강사 전체를 집어삼키며 산업 생태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업계 2위인 동국제강 역시 연산 220만 톤 규모의 라인 가동을 멈추거나 가동률을 50% 이하로 유지하는 등 비상 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러나 대형 제강사가 감산을 주도해도 군소 제강사들이 빈자리를 채우려 눈치싸움을 벌이는 '죄수의 딜레마'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대내외적인 비용 압박은 구조조정의 성과를 상쇄할 정도로 강력하게 작용하며 철강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105.5원에서 현재 182.7원으로 3년 새 73.2% 폭등하며 전기로 기반 제강사들의 원가 구조를 파괴했다. 여기에 철광석 등 원재료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관세 장벽이 겹치며 기업의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는 오는 6월 시행 예정인 'K-스틸법'을 통해 전기요금 특례 마련과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설비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단순한 생산 감축을 넘어 고부가·저탄소 제품으로의 체질 개선만이 글로벌 파고를 넘을 유일한 구명보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한국 철강의 미래는 보장받기 힘들다.

▮▮ 생존을 위한 고통스러운 탈바꿈은 이제 시작이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상징적인 폐쇄는 한국 철강 산업이 마주한 거대한 시대적 전환점을 알리는 서곡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 해결이라는 지엽적 성과를 넘어 저성장 기조에 진입한 국내 기간산업의 고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뜻한다. 과거의 양적 팽창과 외형 성장에 집착하던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는 수익성과 효율성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는 냉혹한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다.

글로벌 탄소 중립 규제와 보호무역주의라는 거친 파도는 우리 철강 기업들에 전례 없는 속도의 체질 개선을 강요하고 있다. 전기로 설비의 지능형 현대화와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조기 확보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포지셔닝 강화가 생존의 절대적인 열쇠가 될 것이다. 지금의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터널을 성공적으로 통과해야만 미래 시장에서 한국 철강이 다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철강 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한 분야의 침체를 넘어 우리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라는 엄중한 신호이자 기회다.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함께 고통의 무게를 분담하며 산업 고도화의 길을 모색해야만 이 서늘한 경고는 희망의 메아리로 바뀔 수 있다. 생존을 향한 현대제철의 고통스러운 탈바꿈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을 뿐이며 그 결과가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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