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알고 있다'..사람들을 과신하게 하는 '지식의 착각'

사고의 함정을 피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은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해박한 기술과 전문 지식의 소유자일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알고 있는 게 적을지도 모른다. 만약 스스로가 꽤 똑똑하고 교육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를 둘러싼 익숙한 발명품의 작동 방식과 자연 현상 등 세상이 돌아가는 핵심적인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무지개는 왜 만들어지나? 왜 맑은 날이 흐린 날보다 더 추울 수 있는가?

헬리콥터의 비행 원리는 무엇인가? 화장실 변기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자문해보자. 이 질문 중 하나 혹은 모든 질문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가? 아니면 사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여러분이 심리학 연구의 많은 참가자들과 비슷하다면 맨 처음 질문을 접했을 땐 자신이 대답을 잘할 것이라고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각의 질문에 대해 더 자세한 답변을 요구받았을 때 대부분은 완전히 당황하고 만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랬을 것이다.

이렇듯 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지식의 착각'이라고 부른다.

물론 앞에서 예시로 언급한 몇몇 질문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가 어른에게 물어볼 법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선 가족들 앞에서 당황하는 바람에 얼굴이 빨개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식의 착각'은 여러 분야에서 판단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식을 과장하거나 동료의 기여도를 간과해 능력 밖의 일을 맡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이 지적인 오만함과 그로 인한 결과를 완전히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좋은 소식도 있다. 이 만연한 사고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는 게 몇몇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사람들은 수동적 관찰을 통해서도 비행기 착륙과 같이 복잡하고도 생사가 걸린 기술을 자신이 잘 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알 수 없다

'설명 깊이의 착각'이라고도 불리는 '지식의 착각' 개념이 처음 알려진 건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 예일대의 레오니드 로젠블릿과 프랭크 케일은 일련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1(매우 모호함)부터 7(매우 세부적임)의 척도로 점수를 매긴, 과학적 현상이나 기술 작동 원리에 관한 설명 예시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모든 참가자의 '모호함'이나 '세부적임'이라는 용어 쓰임을 통일했다.

그다음 단계에선 시험을 쳤다. 과학 및 기술적인 질문을 제시하며 각 질문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잘 답할 수 있는지 1부터 7까지의 척도로 매겨 달라고 요청한 뒤 최대한 자세히 답변을 기술해달라고 요청했다.

로젠블릿과 케일은 초기 단계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지식수준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문단씩 길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가장 기본적인 핵심 이상을 답변하지 못할 때도 있던 것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생각보다 잘 알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연구진은 질문의 개념을 시각화하는 능력에서 이러한 과신이 비롯된 건 아닌지 의심했다. 예를 들어 헬리콥터의 비행을 머릿속에 시각화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기에 참가자들이 헬리콥터의 비행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이후 다양한 맥락에서의 '지식의 착각' 현상에 관한 심리학 연구가 이어졌다.

예를 들어 매튜 피셔 미 텍사스주 서던 메소디스트대의 마케팅학과 조교수는 대학교 졸업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 대학 전공과목에 대한 지식수준을 대단히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첫 실험과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현상과 원리를 다룬 질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지식수준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뒤 상세한 답변도 요구했다.

다른 점은 몇 년 전 이들이 실제 공부했던 전공과목 관련 질문을 물어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과 졸업생에겐 열역학 법칙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기억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마련이기에 많은 주요 세부 사항을 잊어버린 듯했으나, 참가자들은 얼마나 많은 지식이 머릿속에서 사라졌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에 초기 평가에서 과신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자신의 지식수준을 평가해달라고 했을 때 한창 전공과목 공부에 매진했을 때만큼 많이 알고 있으리라 여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피셔 교수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인터넷상의 방대한 지식을 자신이 기억하는 지식으로 착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즉 클릭으로 접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지식 자원이 우리의 과신을 유지해준다는 것이다.

피셔 교수는 첫 번째 참가자 그룹에겐 검색 엔진의 도움을 받아 '지퍼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변하도록 요청했으며, 두 번째 그룹엔 그 어떠한 자료 검색도 없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지식 정도를 평가해달라고 단순 요청했다.

그 후 두 그룹 모두에게 '토네이도의 형성 원리는?', '왜 날씨가 흐린 밤이 더 따뜻한가?' 등 다른 질문 4가지를 던지며 '지식의 착각'에 대한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질문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던 참가자들은 전혀 다른 질문이었음에도 다음 질문에 대해 더 큰 자신감을 보였다.

기술 습득에 대한 착각

한편 타인 관찰을 통해 배우는 지식을 과대평가하기도 한다는 점이 아마도 가장 심각할 것이다. 수동적인 관찰을 통한 '기술 습득에 대한 착각' 현상이다.

미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 및 마케팅학과의 박사후 선임 연구원으로 있는 마이클 카다스는 참가자들에게 다트 던지는 법, 문워크 추는 법 등의 다양한 기술을 설명한 영상을 최대 20회까지 반복해서 시청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고 나서 영상의 기술을 스스로 시도하기 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평가해달라고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단순한 영상 시청만으로도 기술 습득에 도움이 되리라 예측했다. 그리고 반복 시청 횟수가 커질수록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현실은 실망스러웠다. 카다스는 "참가자들은 영상을 1번 시청했을 때보다 20번 시청했을 때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으리라고 높은 점수를 매겼다"면서 "그러나 실제 기술을 시도했을 땐 어떤 배움의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수동적인 관찰이 비행기 착륙과 같은 복잡하고도 생사가 걸린 일에 대한 사람들의 자신감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상당히 놀라운 연구 결과도 있다.

뉴질랜드 와이카토대에서 박사과정 중인 카일라 조던은 카다스의 연구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조던은 "수동적인 관찰로 인한 기술 습득의 착각 현상의 한계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다"면서 "고도로 전문적인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행기를 조종하기 위해선 수백 시간의 훈련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물리학, 기상학, 공학 등 깊은 학문적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짧은 영상 시청을 통해선 습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던은 참가자들에게 "당신은 경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비상사태가 발생해 조종사는 조종할 수 없는 상태이며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라는 상황을 가정해보라고 요청했다.

그 후 참가자의 절반에게만 조종사의 비행 착륙 모습을 담은 4분짜리 영상을 보여줬다. 중요한 것은 영상은 조종사의 손의 위치 등을 담지 않았다. 즉 교육적으로 의미가 없는 영상이었다.

그러나 영상을 시청한 그룹의 많은 참가자가 자신이 안전하게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으리라고 더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조던은 "영상을 시청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약 30% 더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면 거만해질 수도 있다

현실의 딜레마

이러한 '지식의 착각'은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식에 대한 과신으로 인터뷰나 발표를 앞두고 준비에 소홀히 하면 전문성을 드러내야 할 상황에서 당황할 수도 있다.

또한 승진을 노리고 있다면 특히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멀리서 관찰하며 자신은 그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업무를 시작해보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지식의 착각'은 동료에 대한 과소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 속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듯 자신이 주변 동료들의 기술과 능력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던은 "타인의 기술과 지식을 관찰하면서 때때로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동료의 능력과 지식을 자신의 것이라고 여긴다면 이들의 기여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버릴 수 있다.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만함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도움과 지원을 잊어버린 채 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들면 심각한 문제를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의 함정을 피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간단하다. 바로 자신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익숙지 않은 업무에 대한 자신의 수행 능력을 평가할 때 모호하게 '이렇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대신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목표 달성까지의 과정을 단계별로 신중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내세우려는 지식과 실제 알고 있는 지식 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전문가에게 다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더욱 좋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모든 오만한 가정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다.

아울러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부풀릴 수도 있는 온라인 검색 습관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인터넷 검색 전 잠시 행동을 멈추고 최선을 다해 기억을 더듬어 보라는 게 피셔 교수의 제안이다.

의식적으로 지식의 공백을 인식하면 기억과 기억의 한계에 대해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셔 교수는 "그러기 위해선 좌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면서 "자신의 무지함을 느껴야 하는데 이는 불편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모든 해결책과 함께 많은 철학자들이 칭송하던 고전적인 "지적 미덕"인 겸손함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의 착각' 현상을 이해하고 지식의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사고의 함정을 피하고 더 현명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