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찢남'으로 급부상한 배우 "은퇴요? 사실은.."
[인터뷰] 강제 '은퇴'까지 거론되는, 안재홍의 한계 없는 질주
영화 '리바운드'부터 OTT 시리즈 '마스크걸' 'LTNS' '닭강정'까지. 배우 안재홍이 지난 1년간 선보인 작품들의 성과가 눈부시다. 캐릭터와 마치 한 몸이 된듯한 안재홍의 열연에 대중은 열광했다.
안재홍은 2023년 4월 개봉한 '리바운드'에서 농구부 신임 코치 강양현 역을 맡아 실존 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같은 해 8월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주오남 역을 통해 탈모 분장까지 감행하며 '은퇴작 아니냐'는 반응을 얻었다. 올해 1월 선보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에서는 이솜과 부부 역할로 과감한 호흡을 선보였다.
지난 3월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극본·연출 이병헌)에서 안재홍은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모든기계'의 인턴사원 고백중 역을 맡아 또다시 변신을 감행했다. 만화 속 캐릭터 같은 인물의 특징을 유쾌하게 살리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백중은 짝사랑하는 모든기계의 사장 최선만(류승룡)의 딸 민아(김유정)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 닭강정으로 변하자 이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이병헌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이번 작품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19년 방송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병헌 감독님은 매번 새로운 세계관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역할 제안을 받고 원작 웹툰을 보면서 '이건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웹툰을 보는데 작가님이 '나를 보고 그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닭강정'은 박지독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안재홍은 웹툰 속 백중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과시했다. 이와 함께 분홍색 셔츠에 파란 조끼, 노란색 바지와 포동포동한 몸매 등 백중의 주요 요소를 구현하며 "웹툰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는 평을 얻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 싱크로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던 안재홍이지만 "'닭강정'은 굉장히 독특하고 새롭기 때문에 원작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만화 속 인물이 저랑 닮았다면 만화 속에서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의상도 일부러 똑같이 입었습니다."
● "닭강정' 촬영 현장? '현타'와 '웃음참기 챌린지'의 향연"
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하는 '닭강정' 속 세상은 독특하고 황당하다. 민아를 닭강정으로 만든 의문의 기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선만과 백중은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지구에 머물고 있는 외계인과 만나고, 같은 기계를 연구하는 유명 과학자와 그의 '노안' 조카와 대립하기도 한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지만, 선만과 백중은 진지하기 이를 때 없다. 이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안재홍에 의하면 실제 촬영장은 '현타'(현실자각타임)와 '웃참(웃음참기) 챌린지'와 다름없었다.
"첫 촬영이 제가 한강 둔치에서 닭강정이 된 민아 씨에게 물엿을 발라주는 장면이었어요. 연기할 때 누가 볼까봐 신경 쓰이더라고요. 마침 인근에서 서울시 홍보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신기하게 쳐다봤죠.(웃음) 그때 '현타'가 왔어요."
전 여자친구이자 맛 칼럼니스트 홍차 역으로 출연한 정호연과의 촬영도 돌이켰다.
"정호연씨가 저를 향해 '넌 이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니까!'라고 말한 뒤 제 눈을 쳐다보는데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옆을 보면 승룡 선배가 있었고요. 정말 (웃지 않으려고)힘겹게 촬영을 이어갔죠. 하하."
안재홍은 "그런 순간들로 인해 예기치 못한 코미디가 생성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촬영을 하면 할수록 "정말 신나고, 재밌고, 맛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이야기했다.
주로 호흡을 맞춘 류승룡에 대해서는 "든든했고 의지가 됐다. 같이 작업하면서 존경심이 더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차진 코믹 호흡 때문에 여러 번 웃음이 터져서 "승룡 선배의 미간을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눈을 마주치면 정말 못 참을 것 같았다"고 웃었다.
"대사의 재밌는 기운을 가득 담아내고 싶어서 어떻게든 웃음을 참아내면서 연기했어요. 서로의 미간을 볼 수밖에 없었어요. 모든 출연자들이 같은 마음이었어요. 어떻게든 웃음을 참고 버텨서 이 귀한 순간을 카메라에 잘 담으려고 했죠."
● "'은퇴작 아니야?' 나에게 최고의 칭찬"
연속으로 평범하지 않은 역할에 도전한 안재홍은 수차례 '이번 작품이 은퇴작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망가짐을 불사한 그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찬사로도 읽힌다. 안재홍 역시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기쁘고 행복했다"고 했다.
"'이 친구가 온 마음을 다해 연기했구나'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에게는 최고의 칭찬입니다. 시청자들이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 그만큼 몰입해 줬기 때문에 뿌듯해요."
역할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커질수록 안재홍은 "여러가지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아직도 해보지 못한 장르나 연기가 많거든요. 고백중처럼 뚜렷한 캐릭터도 좋고, 일상과 맞닿아 있는 인물도 연기하고 싶어요. 정말로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감정을 연기하고 싶죠. 요새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지 설레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