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에서 차 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은 국산차 이름 - 2화

SUV의 명가 쌍용에서 내놓은 고급 중형 SUV '무쏘'입니다. 무쏘는 '코뿔소'를 의미하는 우리말로 코뿔소는 불교 경전에서 나오는 유명한 구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어떤 시련에도 굳세게 나아가는 강인함의 상징으로 쓰이곤 합니다.

코뿔소를 연상시키는 듬직한 차체,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이던 당대 오프로더 사이에서 돋보이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디자인,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독일 명차 벤츠의 파워트레인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무장한 무쏘는 그야말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고급 SUV, 더 나아가 승용형 SUV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했을 때인데, 이 무소의 성공은 이후 쌍용차가 고급화 노선을 선택하는 발판이 됐고, 훗날 체어맨을 출시하는 데 공을 세웠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져 가는 집안 사정으로 영광의 시절을 훌쩍 지나 후속 제품인 '렉스턴' 출시 후 경쟁력을 상실한 이후까지도 차급을 낮춰 꾸준히 판매됐고 '무쏘 SUT(무쏘 스포츠)'라는 가지치기 모델까지 출시하며 등장부터 쌓아왔던 고급 SUV의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습니다만, 90년대에는 엄청났죠. 요즘으로 치면 제네시스 GV80에 가까운 위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무쏘 역시 대우자동차 역사에 이름을 올렸으니 정말 묘하게도 대우자동차가 우리말 이름을 가진 차량과 참 인연이 깊네요.

여담으로의 '무쏘'라는 이름은 '렉스턴 스포츠'의 유럽 수출명으로 부활했습니다. 오래전 무쏘가 유럽 시장에서도 나름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하네요. 코뿔소라는 본래 뜻이 렉스턴과도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또 대우입니다. 과거 새한자동차 시절부터 이스즈의 대형 트럭을 라이선스 생산해 오던 대우상용차는 이후 한국 시장에 맞는 대형 트럭을 독자 개발하게 되는데, 그 이름이 바로 '차세대트럭'입니다. 말 그대로 차세대, '다음 세대'라는 뜻이죠.

벤츠의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쌍용 'SY 트럭'과 '히노'를 기반으로 만든 기아 '그랜토', 미쓰비시 '후소'의 것을 들여온 현대 트럭, '슈퍼 트럭'에 대응했고, 준수한 내구성과 안정적인 동력 성능, 정비 편의성, 무엇보다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베르토네'에 외주를 주면서 깍두기 같은 투박한 트럭들 사이에서 유럽 감각의 세련된 캡 디자인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레미콘, 덤프와 같은 건설 차량은 물론 카고, 트랙터 등의 물류, 특수 차량 할 것 없이 고루 사랑받았고 인도 '타타그룹'에 인수된 이후인 2004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군필자라면 익숙한 그 이름 '노부스'로 변경됐죠.

1997년 출시된 대우자동차의 준중형 세단 '누비라'는 우리말 '누비다'에서 따온 말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라'라는 대우차의 염원을 담아 지어졌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라진 군산 공장의 문을 열고 나온 첫 번째 모델로 당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던 현대 아반떼와 박 터지게 경쟁했던 모델이었죠.

'에스페로'의 각지고 날카로운 외관과 달리 곡선을 주로 사용해 매끈하고 유려한 디자인을 뽐냈고 소형차 라노스부터 사용한 '3분할 그릴'로 한눈에 봐도 대우차임을 알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출시 첫 달에만 무려 1만 대가 넘게 팔려나가며 아반떼를 앞지르는 등 꽤나 걸출한 판매 성과도 기록했어요.

이후 유럽 수출 사양인 스테이션왜건과 해치백 'D5'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선보여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지만 페이스리프트 '누비라 2'에 와서는 아반떼의 상품 개선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저조한 성과로 마무리했습니다.

경제성과 파워를 모두 아우른다는 뜻으로 '파워노믹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당시 경쟁차였던 '아반떼 린번'을 디스 하는 광고를 내세웠던 게 떠오르네요. 동유럽과 제3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우의 소형차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름 그대로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됐으니 이름값은 충분히 했다고 봐도 되겠어요.

이후 다시금 이뤄진 GM과의 인수합병, 후속 모델인 '라세티' 출시 이후에도 대우 브랜드의 이미지가 좋았던 일부 국가에는 이 누비라 차명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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