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귀족에 괴리감, 지방 호족에 박탈감” 우울한 상경 직장인들

갈수록 젋어지는 지방 원정 투자자들…정작 서울 직장인들은 내 집 없이 떠돌이 신세
[사진=뉴시스]

최근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아파트 ‘원정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구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방의 현실에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자 눈을 서울로 돌리는 것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새삼 또 다르다. 고령층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원정투자에 나서는 주인공은 바로 30·40 청년세대다.

집값이나 물가가 저렴한 지방에 거주하는 덕분에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돈을 모으기가 유리했다는 게 원정투자를 시도한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서울에 직장을 둔 청년들 사이에선 금수저에 치이고 고려시대에 맞먹는 강력한 ‘지방 호족’에 밀려 설 자리가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쓸어간 ‘지방 호족들’…서울 거주 청년들 상대적 박탈감 심화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총 6150건(신고일 기준)으로 불과 한 달 전에 비해 18.6% 상승했다. 이 중 서울에 살지 않는 거주자가 매수한 사례는 총 1396건으로 전월 대비 무려 31.3%나 증가했다. 2020년 12월(1831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서울 양평동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 모델하우스. [사진=뉴시스]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1월(564건) ▲2월(621건) ▲3월(785건) ▲4월(1061건) ▲5월 (1063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6월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수는 광진구(120건)가 가장 많았다. 해당 기간 광진구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총 234가구인데 절반 이상을 외지인이 매입한 것이다. 전체 매입자의 연령대는 30대와 40대가 가장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외지인으로 추산된다.

서대문구와 영등포구에서도 매입자 중 30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대문구의 30대 매입자 비율은 46.3%로 전체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영등포구 아파트 매입자 역시 40.1%가 30대였다. 이들 지역 역시 광진구와 마찬가지로 외지인 매수세가 뚜렷한 지역들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서울 부동산을 매입한 외지인들 중 상당수가 30·40세대의 청년들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지방 거주 인원까지 서울 부동산 경쟁에 뛰어들자 서울에 직장을 둔 청년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인데 비슷한 또래의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거주하는 지방 청년들이 서울 부동산을 매입하는 탓에 집값이 더욱 오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 서울 광화문 일대 직장인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재직 중인 이강훈 씨(29·남)는 “27년을 부산에 살다 취업 때문에 서울에 올라오게 됐는데 매달 대출금에 생활비까지 하면 대기업을 다녀도 한 달에 200만원도 채 모으지 못한다”며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지방 청년들이 서울 집값을 올려버리면 나 같은 사람은 정말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취업을 이유로 서울에 상경하게 된 이성주(31·남) 씨는 “원래 서울에서 나고 자라 부모님 집에 사는 동기들과 선·후배가 이렇게 부러운 대상이 될 줄 몰랐다”며 “월세에 생활비를 고려하면 서울 출신 동기들에 비해 연봉을 1000만원 정도 덜 받는 셈이라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원래 서울 출신들에 밀리고 이젠 지방에 거주하는 현대판 호족들에게까지 치이니 너무 우울하다”며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을 장려하거나 또는 실제 거주 청년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20억을 웃도는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초와 강남 지역보다는 가격 면에서 접근 가능한 지역 중 상권과 교통이 편리한 광진·송파·성동 등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원정 투자에 나서는 지방 거주자들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투자 세력 때문에 실거주자들이 고통 받는 구조라는 의미인데 이를 해결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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