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경이 무료라고?" 8월 중순까지 붉게 물드는 배롱나무 절경지

안동 체화정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한여름, 자연의 고요함과 전통의 멋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떨까?

경상북도 안동, 그중에서도 풍산읍에 자리한 체화정(體化亭)은 여름철이면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연꽃이 핀 연못과 붉게 물든 배롱나무 사이에 자리한 고즈넉한 정자.

이곳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시간의 풍경이다. 보물로 지정된 전통 정자이자, 형제의 우애가 깃든 사연까지 간직한 체화정은 여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안동 체화정 배롱나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은 1761년, 조선 영조 시대에 예안 이씨 가문의 만포 이민적이 형 이민정과 함께 학문을 닦기 위해 지은 정자다. 정자의 이름 ‘체화’는 ‘서로를 헤아리는 조화’를 뜻하는 ‘상체지화(相體之和)’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두 형제의 깊은 우애를 상징한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인간관계의 이상을 담은 이 정자는 지금까지도 형제애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건축적으로도 체화정은 주목할 만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팔작지붕 구조는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조선 건축의 미를 보여주며, 앞마당에 조성된 연못에는 방장, 봉래, 영주 삼신선산을 상징하는 인공섬이 자리해 풍수적 의미까지 담겨 있다. 특히, 단원 김홍도가 쓴 ‘담락재(澹樂齋)’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 예술적 가치까지 더한다.

안동 체화정 배롱나무와 연꽃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의 진가는 여름에 더욱 빛난다. 특히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는 연못을 가득 메운 연꽃이 만개하고, 정자 주변의 배롱나무는 붉은 꽃을 활짝 터뜨려 마치 동양화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기 체화정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진작가들과 여행객들로 조용히 붐비며, 고요한 자연 속에서도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배롱나무는 흔히 ‘백일홍’이라 불리는 수종으로, 꽃이 100일간 지지 않고 피어 있어 예로부터 여름 정원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체화정의 배롱나무는 정자와 연못, 그리고 꽃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시각적 감동을 극대화한다.

실제로 이 풍경은 SNS나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여름철 안동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적한 체화정 배롱나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은 정자 하나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조선시대 전통 조경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축과 자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문화유산이다.

연못과 인공섬, 그리고 이를 감싸는 배롱나무와 주변 산세까지 모두 치밀하게 설계된 조화다.

2019년 12월 30일, 체화정은 그 역사성과 건축미를 인정받아 국가 보물로 지정되었다. 정자 건축뿐 아니라 그 주변 경관까지 함께 보존되는 이 지정은, 체화정이 단순한 유산이 아닌 한국 전통 미학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 선비들이 자연과 함께하며 학문을 닦던 공간이 지금의 여행자에게는 고요한 사색의 장소로 남아 있는 셈이다.

한적한 체화정 배롱나무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는 따로 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열린 문화유산이다.

다만 정자 주변에는 별도의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인근 ‘풍산장터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도보로 약 5분 정도 소요되며, 짧은 골목길을 따라 체화정까지 이어진다.

방문 시기는 단연코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가 가장 좋다. 이 시기에 배롱나무와 연꽃이 절정을 이루며, 아침 시간대에 방문하면 이슬을 머금은 꽃들이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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