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위협에 성희롱까지… 보호받지 못하는 방문간호사 [뉴스+]
취약계층 건강 살피다 되레 피해
대상자 가정 ‘2인 1조’ 방문에도
“알코올 중독자 등 돌발행동 겁나”
서울 지역 60% 1인 방문… 더 위험
민간연구소 최근 179명 설문조사
욕설 등 언어폭력경험 46% 달해
응답자 32% “성희롱·성추행 경험”
34% “방문·전화로 위협·협박당해”
25일 보건 당국 등에 따르면 방문건강관리 간호사는 대체로 장기요양 수급자나 만성질환자를 방문해 건강을 살피는 업무를 맡는다. 대상자 대부분은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다. 중장년층 중에서도 정신질환이 있거나 중증 질환을 앓다가 퇴원한 환자가 대상자에 포함되기도 한다. 대상자의 건강관리 능력을 높이고 질환이 중증으로 가지 않게 도와주는 게 방문간호 역할이다.
방문간호사는 상담과 안내 등을 주로 하는데 대상자의 악성민원에 시달리거나 폭언·성희롱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방문 간호사는 “알코올 중독 등 복합질환자들은 병원에서 잘 안 받아주기도 하고 본인이 병원에 들어가는 걸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분들이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방문간호사들은 대상자 집을 홀로 방문할 때 범죄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2인 1조 방문이 원칙이지만 서울의 경우 약 60%가 1인 방문이다. 서울의 경우 동 주민센터가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서비스를 주로 맡는데, 대상자 수는 많은 데 비해 인력은 부족해서다. 박씨는 “건장한 청년이나 어르신이 달려들었을 때는 둘이어도 위험하지만 동행인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했다. 폭력뿐만 아니라 방문간호사 업무를 넘어서는 지방자치단체 행정업무, 자녀를 찾아 달라는 사적 용무 등을 요구받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민원 처리 담당자를 폭언·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가 담긴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민원처리법)’ 시행령이 2022년 개정된 뒤에도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한 녹음기기 사용과 민원인 퇴거 조치, 치료·상담 지원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 문제 등으로 이런 보호조치가 제대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도 2018년 시행됐지만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유발하는 악성민원에 괴로워하는 담당자들이 여전히 많다”며 “보호 방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구속력을 높이고 사후 관리를 강화해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인 1조 방문을 의무화하고 악성 민원 시 관리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동의서를 받는 등의 구체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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