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집회서 웬 BTS·아이브 노래? 원작자 허가없이 운동가로 바꿨다
민노총이 최근 집회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대표곡을 노동가요풍으로 가사를 바꿔 불렀는데 이 과정에서 원작자 허가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에 법적으로 원작자 ‘저작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노총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옛 KBS 88체육관)에서 청년 조합원 수백여 명이 모여 ‘청년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20~30대 취향에 맞춘 K팝들이 흘러나왔다. 집회 중간에는 BTS 대표곡 ‘DNA’를 개사한 ‘우리가 청년 전태일이다’ 영상이 1분가량 상영됐다. 후반부에는 여성 댄스팀이 무대에 올라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를 개사한 ‘청노대(청년노동자대회) 라이크’에 맞춰 공연을 했다.
하지만 원곡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가사를 마음대로 바꾸는 건 저작권 하위 개념인 ‘저작인격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권자가 저작물에 대해 갖는 인격·정신적 권리로, 저작물 내용·형식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않을 것을 결정할 권리를 뜻한다. 저작권 관리 단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원작자 동의가 있지 않거나 뜻에 반해 가사를 바꾼 경우 저작인격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BTS와 아이브 제작사에 물어보니 민노총이 이들 곡 사용과 관련 문의를 하거나 허가를 구하려 접촉한 적은 없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도 저작료를 지불하거나 별도 접촉은 없었다고 한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2017~2018년 프로야구 개별 선수 응원곡 다수가 기존 유행가를 개사한 곡에서 창작곡으로 바뀐 이유도 원작자 중 일부가 이를 두고 저작인격권 침해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에 대해 민노총 의견을 들으려 했으나 민노총은 취재를 거부했다.
다만 민노총 집회에서 아이돌 그룹 곡을 튼 행위 자체는 불법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법조계에선 보통 상업적 목적이 아니거나 비영리적 활동에 속한다면 예외적으로 저작물을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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