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익스플로러 구매 전 체크 포인트
익스플로러는 이름 하나로 모든 설명이 끝난다. 따로 성격유형검사(MBTI)를 할 필요도 없다
글 이현성 사진 포드
성격유형검사(MBTI) 하나로 상대를 파악하는 시대다. 숏폼 콘텐츠에 길든 현대인은 알파벳 단 4개로 상대를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MBTI가 인간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자동차는 이름이 그 역할을 맡는다. 단 한 단어만으로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심지어 잘 지은 이름 하나는 열 광고 마케팅 부럽지 않다. 자동차의 생김새와 성능, 장르까지 머릿속에 그려 넣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드 익스플로러다.
탐험가라는 뜻처럼 익스플로러는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키며 인간의 경험 확장을 도왔다. 1990년 1세대가 등장했으니 올해로 벌써 35년째다. 한국에서는 포드코리아 설립 직후인 1996년 2세대부터 탐험을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1월,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한국 땅을 밟았다. ‘시작은 호기심과 확신’이라는 슬로건부터 모험심을 부추긴다. 과연 새로운 익스플로러와 탐험을 떠나도 좋을까?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눠 매력 탐구에 나섰다.
01
상징성은 여전할까?
포드의 SUV 역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포드는 미국 국방부 요청에 따라 네바퀴굴림 소형전술차를 개발했다. 오늘날 지프 랭글러의 뿌리로 유명한 윌리스 MB는 사실상 포드와 합작품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윌리스는 전쟁이 끝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공로를 독차지했다.
포드의 첫 번째 SUV 타이틀은 1965년 선보인 브롱코의 몫이다.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 뛰어난 픽업 제작 노하우를 녹여낸 결과 처음 시도하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SUV라는 장르를 누가 처음 개척했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포드가 소비자에게 SUV라는 단어를 각인시키는 데 한몫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1966년 출시한 픽업 버전 브롱코에 스포츠 유틸리티라는 수식을 붙여 판매한 과거가 이를 뒷받침한다.
브롱코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5세대로 진화하며 명맥을 이어나갔다. 동시에 포드는 실용성 좋고, 가족과 함께 탈 수 있는 SUV를 찾는 시장 요구에 발맞춰 5도어 SUV를 개발한다. 참고로 브롱코는 1세대부터 5세대까지 3도어, 2도어 픽업만 만들어 팔았다. 이때 등장한 주인공이 바로 익스플로러다. 포드 역사상 두 번째 SUV이지만, 문짝 4개와 트렁크 해치를 온전히 갖춘 첫 번째 SUV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익스플로러는 등장과 동시에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소비자는 보다 세련된 디자인, 든든한 네바퀴굴림 시스템, 널찍한 실내 공간을 뽐내는 새로운 SUV에 지갑을 활짝 열었다. 등장 첫해인 1990년 미국 내 판매량은 14만509대, 바로 다음 해에는 28만2837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롱코는 익스플로러 등장 이후 내리막을 걷는다. 1990년 5만4832대였던 판매량은 이듬해에 2만5001대로 쪼그라들었다. 1996년엔 결국 판매 부진으로 단종 절차를 밟는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물 만난 고기나 다름없었다. 데뷔 10년 만에 미국 시장 누적 판매 378만대를 돌파하며 SUV 대항해시대를 열어젖혔다. 그 명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1990년부터 2023년까지 판매량은 885만대로 지난 35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익스플로러가 한국 시장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다. 국내 준대형 SUV 시장 개척은 물론 5세대 익스플로러는 준대형 SUV의 돌풍을 일으켰다. 매년 수입차 판매 순위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영토를 확장했다. 베라크루즈 이후 준대형 SUV 개발에 늦장을 부리고 있던 현대자동차는 분명 위기감을 느꼈을 터다.
오는 2025년 익스플로러는 한국 진출 30주년을 맞이한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는 명확하다. 새로운 경험을 향한 탐험가 정신을 불러일으키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다. 또 세대를 거듭하며 보다 가족 친화적인 차로 진화했다. 혼자도 좋지만 함께할 때 더 즐거운 SUV다. 최신 익스플로러에는 지금까지 추구해 온 가치가 한층 더 짙게 스몄다. 외모는 탐험가 기질을 물씬 풍기는 강인함이 인상적이고, 속살은 안락한 여행을 돕는 포근함이 돋보인다.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함께할 준대형 SUV를 찾고 있었다면 신형 익스플로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02
새로운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가?
자동차는 신형이 진리라는 공식은 익스플로러에도 유효했다. 신선한 분위기가 놀랍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기존 모델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변화의 폭이 크다. 포드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상을 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라디에이터 그릴 크기를 키웠다. 범퍼 아래로 길게 잡아늘려 픽업에서나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 발맞춰 눈 화장도 새로 고쳤다. 기존 모델의 직사각형 헤드램프는 다소 심심했는데, 신형은 헤드램프 밑단에 변주를 주어 눈빛이 한층 날카롭다.
더불어 헤드램프 테두리를 까맣게 칠해 입체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깊이감이 느껴지는 덕분에 눈망울이 한층 또렷하다. 뒤태 역시 자못 색다른 분위기다. 좌우 테일램프 사이를 수평 막대로 이어붙이고 속을 빨간 점선으로 채워 넣었다.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감각을 연출했다.
새롭지만 한눈에 봐도 익스플로러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익스플로러를 상징하는 디자인 특징을 그대로 지켜낸 까닭이다. 포드는 1세대부터 C필러를 부각하는 디자인을 이어오고 있다.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은 총 4개다. 그중 A, B, 그리고 D필러는 까맣게 칠해 창문에 몸을 숨긴다. 반면 C필러는 두툼하게 살을 찌우고 차체 컬러로 칠해 존재감을 높인다. 두터운 기둥 하나가 지붕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듬직하다.
또 앞을 향해 고개를 숙인 C필러 기울기를 강조한다. 네모반듯한 윤곽에도 불구하고 여느 SUV와 달리 속도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포드는 익스플로러를 ST-라인, 플래티넘 2가지 트림으로 나눠 판매한다. ST-라인은 21인치 별 모양 휠과, 빨간색 캘리퍼, 새까만 벌집 라디에이터 그릴로 고성능 분위기를 높였다. 반대로 플래티넘은 단아한 외모가 매력적이다. 크롬 장식을 과하지 않게 곁들여 고급스럽되 단정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03
V6 엔진의 빈자리가 아쉽지 않을까?
파워트레인 선택지는 직렬 4기통 2.3L 터보 엔진 하나로 좁혔다. V6 3.0L 트윈터보 심장을 얹은 모델은 이제 만나볼 수 없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2.3L 에코부스트는 10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kg∙m를 뿜는다. 2125kg의 차체를 잡아 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 최대 견인 무게는 2404kg에 이른다. 포드는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를 기본으로 넣어 다양한 취미를 쉽고 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꾸렸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날씨와 지형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익스플로러가 품은 지형 관리 시스템의 주행 모드는 총 6가지다. 노멀, 에코, 스포츠, 미끄러운 길, 견인 및 끌기, 오프로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연료 효율은 복합연비 8.7km/L로 다소 낮다. 덩치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유럽 브랜드와 비교하면 조금 아쉽다.
04
가족 모두가 즐거운 공간이 확실할까?
일단 운전석은 합격이다. 기존보다 여유로운 공간이 피부에 와닿는다. 포드에 따르면 실제로 대시보드 전체를 앞으로 밀어 넣어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고. 새로운 디자인 덕분에 다른 차에 타고 있는 기분도 흥미롭다. 대시보드 가운데 있던 버튼 대부분은 13.2인치 센터페시아 화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공조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은 화면 터치로 가능하다. 오디오 볼륨 다이얼과 비상등 버튼은 그대로 남겨 주행 중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형 익스플로러 운전석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센터페시아 화면 아래 수납함이다. 스마트폰과 간단한 물건을 보관하기 좋은데, 높이가 정말 기막히다. 손을 멀리 뻗을 필요 없이 그저 ‘턱’ 올려놓으면 끝이다. 무선 충전 기능까지 품고 있어 케이블로 실내를 어지럽히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빠짐없이 챙겼다. 익스플로러의 코-파일럿360 어시스트 2.0은 사각지대 경보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중앙 유지 보조, 차선 유지 시스템을 아우른다. 소위 말하는 ‘반자율주행’이 가능해 장거리 주행 시 운전자의 피로를 던다. 익스플로러와 운전 부담을 나눈 채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으로 음악을 즐기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2열은 단연 불만 없다. 풍요로운 공간, 포근한 시트에 몸을 뉘어 편히 쉴 수 있다. 문제는 3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느 준대형 SUV보다 넓고 편하다. 2열에 앉은 승객이 백 번 양보해 시트를 당겨 앉지 않아도 성인이 탈만한 공간이 나온다. 혼자 앉는다면 제 집인 양 뒹굴 수도 있다. 시트 역시 포근함에 차별이 없다. 엉덩이와 등을 받치는 부위가 널찍해서 편안한 자세로 앉을 수 있다.
트렁크 적재용량은 시트를 모두 펼쳤을 때 515L다. 3열을 접으면 1356L, 2열까지 접어 내리면 2486L로 늘어난다. 경쟁차와 비교하면 팰리세이드(509L, 1297L, 2446L)보다 넓고, 트래버스(651L, 1645L, 2781L)보다는 좁다.
05
버킷리스트를 함께해도 좋을까?
익스플로러.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름이 모든 가능성을 함축한다. 만약 꿈꾸는 삶이 새로움을 향한 모험으로 가득하다면 익스플로러는 아주 괜찮은 선택지다. 탐험가 기질을 표현하는 차로도 딱이다. 신형 익스플로러는 기존 가치를 간직하되 젊은 스타일을 더해 매력을 높였다.
반면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진입 장벽은 낮췄다. ST-라인과 플래티넘의 가격은 각각 6290만원, 6900만원이다. 참고로 2019년 6세대 국내 출시 당시 가격은 5990만원이었다. 치솟는 달러 가치를 고려하면 배려심 깊은 가격이 분명하다. 버킷리스트를 향해 돌진 앞으로!
플래티넘 vs ST-라인, 차이점은?
헤드램프
밖에서 볼 수 있는 트림 차이는 헤드램프가 유일하다. 플래티넘에는 프로젝션 방식, ST-라인에는 반사판 방식 LED 헤드램프가 들어간다
휠
ST-라인은 21인치, 플래티넘은 20인치 휠을 짝짓는다. 지금까지 보다 저렴한 트림에 더 큰 휠을 끼운 차가 있었나?
시트
2열 독립 시트를 원한다면 ST-라인을 골라야 한다. 플래티넘은 기다란 벤치 시트를 넣어 최대 7명이 앉을 수 있다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은 두 모델 모두 뱅앤올룹슨이 기본이다. 하지만 스피커 개수가 다르다. ST-라인은 10개, 플래티넘은 14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