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영웅 발굴한다던 시민단체, 정부보조금 받아 尹퇴진 운동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6. 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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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보조금 개혁 ◆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감사 결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정부 보조금이 시민단체를 통해 줄줄 새고 있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4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A통일운동단체는 묻힌 민족의 영웅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6260만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받은 후 '대선 후보에게 보내는 사회협약' '윤석열 정권 취임 100일 국정난맥 진단과 처방' 등 정치적 강의를 진행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도 강의에 포함시켰다. 이 단체는 원고 작성자도 아닌 자에게 지급 한도의 3배 가까이 초과하는 원고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A단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B협회연맹 사무총장 C씨는 국내외 단체 간 협력 강화 사업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은 후 사적 해외여행 2건, 아예 출장을 가지 않은 허위 출장 1건 등 총 3건의 출장비 1344만원을 착복했다. 또 기념품과 책자를 만들겠다며 제작비 1937만원을 받고도 제작하지 않았으며, 지출 근거 없이 200만원을 본인 계좌로 이체했다. C씨도 형사고발 대상이다. 이산가족 관련 D단체는 이산가족 교류 촉진 사업을 추진하며, 전직 임원의 휴대폰 구입비와 미납 통신비, 현 임원 가족이 쓴 통신비 등에 541만원을 지출했다. 또 임원이 소유한 기업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로 1500만원을 유용했다. 정부는 해당 단체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 조사를 걸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시민단체 E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정부의 일자리 사업 보조금을 유용했다. 페이퍼컴퍼니는 강의실, PC 설비, 상근직원 등이 없어 보조금 사업 수행 자격이 없는데도 시설과 기자재를 갖고 있는 것처럼 허위 기재해 일자리 사업 보조금 3110만원을 부정 수령했다. 허위 기재한 시설과 기자재는 이 단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원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때 무차별적으로 늘렸던 일자리지원금이 새고 있었던 사실도 재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자리 지원 사업이 과도하게 확대돼 일자리 사업 수행 단체들이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이미 취업된 사람이나 창업한 사람, 다른 일자리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람 등 무자격자를 선정하고 실업자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의 한 사회적협동조합은 이사장이 보조금을 무단 인출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후 잠적했다. 이 단체장은 지난해 청년창업 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보조금 1000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전액을 무단 인출해 사적 용도로 사용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렇게 부정 수령된 돈은 시민단체들의 여흥을 돋우는 유흥비로 지출된 경우가 많았다. F연합회 이사장 등 임직원은 2020년 통일 분야 가족단체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245건 1800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주류 구입 △보조금 사용 불가 업종(유흥업소 등)에 사용하거나 △주말·심야 시간대에 사용했다. 단체장의 개인적인 정치활동비로 사용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노동단체들의 비용 부풀리기 수법도 덜미를 잡했다. OO노총 OO·OO지역지부는 각종 행사의 참석 인원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조금 840만원 부정 수급했다. 노사관계 지원 사업 명목으로 워크숍, 교육, 토론회, 회의 등을 개최하면서 회계서류를 조작해 실제 참여 인원보다 행사 인원을 과대 계상하는 방식으로 숙박비, 식비 등을 편취한 것이다. 이 밖에 가족과 지인을 정부 보조금 사업을 위해 일한 근로자로 둔갑시켜 인건비를 받아 챙기는가 하면, 납품 업체와 짜고 물품·용역 대금을 납품 업체에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기업형 회계 부정도 벌였다. 대놓고 유령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에 정부 사업과 관련된 일감을 하도급해 보조금을 챙기는 수법도 동원됐다.

정부는 보조금 유용·횡령, 리베이트, 허위 내용 기재 등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목적 외 사용, 내부 거래 등 300여 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추가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부정 수급한 보조금은 전액 국고로 환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드러난 비위·부정 외에도 추가 사례를 확인 중이어서 향후 수사나 감사 의뢰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한정된 기간, 부처 인력 규모 등으로 인해 보조금 전체가 아닌 규모가 큰 사업 위주로 진행했다. 향후 이번 감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보조금 사업에 대해 추가 감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정 및 반론보도]

본지는 대통령실 보도자료에 따라 한 통일운동단체가 묻혀진 영웅을 발견하겠다며 6260만원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강의하였다는 보도를 하였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해당 단체에서는 묻혀진 영웅을 발견하겠고 보조금을 신청하여 2022년 확정된 보조금은 4800만원(자부담 1460만원 포함 전체 사업비가 6260만원)인데, 1차 보조금으로 현재까지 1500만원을 지원받았음이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해당 단체 측은 “원고료 100만원은 작성자의 요청으로 제3자의 계좌로 지급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지용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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