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특화 대규모 언어모델 '코(Ko)GPT 2.0' 공개를 미뤄온 카카오가 지난달(2023년 12월18일)부터 메신저앱 카카오톡에서 인공지능(AI) 활용 요약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2023년 10월 '코GPT 2.0'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영진 '사법리스크' 등 악재가 겹치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공개 시기를 늦췄다.
카카오가 주춤하는 사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 등 국내외 빅테크의 생성형AI 경쟁은 심화했다. MS의 투자를 받은 오픈AI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16억달러(약 2조1060억원)로 전년 보다 55배 뛰었다. 구글은 2023년12월 이미지와 텍스트를 복합 학습하는 멀티모달AI '제미나이'를 공개했다. 이를 자사 스마트폰 '픽셀'에 접목해 AI폰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카카오는 국내외 경쟁사에 비해 생성형AI 시장 진출이 늦은 만큼 카카오만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을 받는다.
"AI 크기보다 서비스 혁신이 중요"...AI 요약 편의성은?
카카오는 코GPT의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보다 AI를 활용한 서비스의 혁신과 유용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번에 시범 운영하는 카카오톡 요약 서비스는 카카오의 AI활용 예고편이 될 전망이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 모바일 앱 실험실 탭에서 이용 신청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일정 시간 채팅방에 접속하지 않아 쌓인 내용 요약, 말투 바꾸기와 자동 문장 완성 기능으로 구성됐다.

요약 기능은 이용자가 '안 읽은 대화 요약하기' 아이콘을 누르면 실행된다. 개괄식으로 어떤 대화 내용이 오갔는지 표시된다. 대화 내용이 많으면 최신 메시지 위주로 요약돼 알려주지 않는 내용도 많다. 일례로, 9명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5명이 나눈 말풍선 약 40개는 3문장으로 요약된다.
이 서비스는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의 오픈채팅(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채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카카오 측은 채팅방 참여자 수가 많은 오픈채팅이 일반채팅보다 대화 내용도 많기 때문에 서비스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냐는 <블로터>의 질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니다"며 "향후 오픈채팅에 기능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말투 바꾸기와 자동 문장 완성 기능은 일반 채팅 입력창에서 'AI'라고 표시된 아이콘을 통해 제공된다. 문장 입력 중 아이콘을 누르면 문맥에 맞춰 완성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문체를 선택하면 내용은 유지하되, 표현 방법을 바꾸는 식이다. 문체는 정중체, 상냥체, 임금체, 신하체, 로봇체로 구성된다. 카카오 측은 "요약하기 기능을 이용자들이 좀 더 손쉽게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면, 문체 변경은 재미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AI 요약기능은 이용자의 대화 내용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우려한다. 카카오는 대화 내용은 이용자의 디바이스에만 저장되고, 자사 서버에 저장 및 학습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이용자들이 휴대폰을 바꾸고 카카오톡 앱을 다시 설치할 때 따로 백업해두지 않은 이상 기존 대화 내용이 없어지고, PC 버전에 오랜만에 접속하면 이전 대화 내용 상당수가 날아간다"며 "이 점이 카카오가 대화 내용을 자사 서버에 저장하지 않은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 시험 서비스의 정식 출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실험실에서 선보이는 기능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카카오, 카카오브레인에 3년간 1500억원 쏟았다
카카오의 AI 관련 연구개발은 계열사인 카카오브레인이 담당한다. 현재 카카오는 코GPT 2.0 개발을 완료했고, 어떤 서비스 형태로 선보일지 검토 중이다. AI 접목 서비스 형태는 카카오톡 내 이용자 성향에 맞춘 오픈채팅 추천, 주문·예약·결제 등 거래형 서비스와 AI 연계 등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비용 효율을 고려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라미터 수로 보면 60억, 130억, 250억, 650억개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테스트하면서 비용이 합리적인 AI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AI 요약하기 시험 서비스에 적용된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비용 효율을 위해 자체 개발한 코GPT 외 오픈소스 모델, 글로벌 빅테크의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선보일 생성형AI 활용 서비스에서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것도 과제다. 그동안 카카오브레인의 적자 폭은 지속 증가했다. 2022년 연간 영업손실은 301억1300만원으로 전년(231억1700만원)보다 30.26% 늘어났다. 2019년(116억600만원)에 비하면 3년 만에 영업손실액이 약 2.5배 증가했다.
최근 3년 동안 카카오가 카카오브레인에 투자한 금액은 1500억원에 이른다. 카카오는 2023년 카카오브레인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700억원을 출자했다. 앞서 2022년과 2021년엔 각각 400억원을 지원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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