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 딸 키우는 어머니, 눈물의 손편지
지난 9일 서울 중구에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건물에 자주색 봉투에 담긴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 봉투 안에는 A4 용지 절반 크기의 종이에 손 글씨가 빼곡히 적힌 편지 5장과 5만원권 2장이 들어 있었다. 이 편지는 혼자 위태롭게 네 딸을 키우다 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는 조모(46)씨가 마음을 담아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쓴 것이었다. 동봉한 10만원은 조씨의 큰딸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으로 벌어온 돈이라고 했다.
혼자 딸아이 넷을 키우는 조씨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5평짜리 원룸에서 5명이 비좁게 모여 살았다. 첫째 딸이 중학생이 되던 2016년 어디다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몰랐던 조씨가 무작정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다산콜센터에 “살려 달라”며 전화를 걸었더니 어린이재단을 소개해줬다고 한다. 재단은 주거비 지원 제도를 활용해 다섯 식구를 위해 그해 말 방 2개짜리 오피스텔을 구해줬다. 생계비도 지원해줬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최근까지도 멘토처럼 네 아이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앞길을 이끌어줬다고 한다.
조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편지에 “어린아이들의 소원이 방 2개짜리 집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가정에 미래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일을 계기로 조씨네 다섯 모녀 가족은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는 심정으로 똘똘 뭉쳤다. 지난해 1월 조씨가 자궁암 진단을 받고 7월에 수술을 받는 충격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이 가정에도 희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중학생이던 큰딸은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둘째 딸은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에 당당히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이 됐다. 조씨는 자궁암 후속 진료를 받던 지난 7일 병원에서 재단에 보내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는 “진료를 기다리며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도움을 받았던 일이 생각났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훌륭하게 커줬다는 마음에 꿈이 이뤄진 것 같아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조씨가 편지와 보낸 10만원은 큰딸이 처음 벌어온 소중한 돈이라 여태 쓰지 못하고 보관했었다고 한다. 그는 “이 10만원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가족처럼 어려워진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쓰이길 바라며 적은 액수지만 돈을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10만원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 모두 언젠가는 누군가의 후원자가 돼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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