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에도 '퇴근'" 이런 일 더 생긴다?…MZ 전공의 눈치 보는 교수들

정심교 기자 2025. 9. 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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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유청준 노조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9.14.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1년반 만에 수련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들이 노동조합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대학병원 진료 환경의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전공의들은 "혹사의 대를 끊겠다"고 선언했는데, 의대 교수 사이에선 "MZ세대 전공의들 눈치 보느라 일도 못 시키겠다"는 성토가 나온다.정부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상급종합병원의 체질을 개선하겠단 입장이지만, "실력 갖춘 전공의를 양성하지 못하는 체질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진다.

전날(14일) 발대식과 함께 공식 출범한 대한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은 "전공의 혹사의 대를 끊고 무너지는 의료를 바로잡고자 노동조합을 설립했다"며 '8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그중 △모든 진료과 근무 시간 72시간으로 단축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근로기준법 내 휴게시간을 보장 △연차·병가 자유로운 사용 보장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관련 항목이 절반(4개)에 달한다.

전공의노조는 "수많은 전공의가 밤을 지새우며 병원을 지켜왔지만, 그 대가는 과로와 탈진, 그리고 인간다운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었다"며 "전공의에 대한 혹사와 인권 박탈을 대가로 유지되는 의료는 유지될 수 없다. 더 이상 침묵 속에서, 병원의 소모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공의노조는 지난 1일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305명 가운데 약 29%인 30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향후 근로 시간 단축, 수련환경 개선 등 전공의 처우 등과 관련해 정부 등과의 협상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의 복귀와 함께 노조를 출범하자 상당수 교수들의 시름이 깊다.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 A교수는 기자에게 "전공의 특별법에 따라, 근로 시간 상한이 주 80시간으로 줄어든 이후 수술하다 말고 '퇴근하겠다'며 수술장을 나서는 경우는 예전부터 있어왔다"며 "이보다 근로 시간이 더 줄어들면 수술실을 교수와 PA간호사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외과 B교수는 "이번 하반기 전공의들이 돌아온 후로 1주일 넘게 '일'을 맡기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며 "PA간호사와 업무를 어떻게 나눌지도 골칫거리"라고 했다. 이 병원 이비인후과 C교수는 "우리가 전공의할 땐 근로 시간이 정해진 게 없었을뿐더러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며 "전공의들이 근로 시간, 수련 환경 개선에만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 배움의 시간이 짧아져서 제대로 된 수련을 못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들의 한숨은 더 짙다. 소아청소년과 한 전문의는 "필수의료 의사 인력난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전공의 노조 활동이 진료 공백을 더 크게 만들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심지어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전공의노조 출범식을 찾은 '선배 의사'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조차 전공의들의 노조 출범 선언에 100% 동의하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이주영 의원은 "전공의 시절 당시 주당 100시간이 아니라 140시간도 드물지 않게 일했다"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것과 전문가로서 탁월성을 얻는 건 100% 함께 가기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공의노조 출범식에 전공의들의 요구안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5.9.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반면 어차피 바뀌었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노조 활동을 계기로 개선돼야 한다는 일부 평가도 나온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이비인후과 C교수는 "전공의 시절 주 6일간 당직을 서면서 충분한 휴식 기간을 갖지 못한 채 힘들게 근무했다"며 "병원에서 너무 힘들게 지내다 보니 매일매일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란 걱정을 달고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노조 설립을 계기로 수련 환경도 개선될 뿐 아니라 환자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전공의들의 근로 시간 단축 움직임과 동시에 서울대·강원대·경북대·충북대병원 등 4개 국립대병원이 오는 17일 공동파업을 결정하면서 이들 병원 내 진료 공백이 예고된다. 1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해당 분회들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파업에도 정부와 병원들이 노조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2차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4개 국립대병원 노조 조합원 수는 약 8600명이며 이번 파업이 실현되면 '주5일제' 도입 등이 쟁점이었던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국립대병원 최대규모 공동파업이 될 전망이다. 각 병원 본부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들은 모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치고 노동쟁의조정신청 절차를 완료해 파업권을 확보했다. 찬성률은 △서울대병원 분회 93.6% △강원대병원 분회 93.9% △경북대병원 분회 86.6% △충북대병원 분회 92% 등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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