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의 사회생활 [어느 웹소설 작가의 단상]

작가라고 하면 보통 사회생활 없이 혼자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그런 오해를 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리저리 치였던 나는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직업을 찾아 작가가 되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작가라고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배정된 편집자와 의사소통을 하며, 또 작품을 통해 독자를 만나는 작가는 사회생활이 오히려 필수인 직업이다. 거기에 동료 작가들 역시 작가의 사회생활에 일부가 된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사회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1. 편집자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는 협업을 한다. 작가는 작품을 쓰는 역할을 한다면 편집자는 출간과 그 이후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한다. 일단 어떤 작품을 출간할 것인가가 정해졌다고 치면 편집자는 작가와 상의하여 그 작품을 어느 플랫폼 심사에 넣을지 결정한다. 심사가 끝나고 론칭일이 정해지면 작가가 보낸 작품을 교정 및 수정 권고를 하여 출간한다. 그후에는 플랫폼에 이벤트를 넣어 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하고, 출판사와 계약한 다른 플랫폼에도 연재를 할 수 있게 돕는 등 작품의 유통을 위해 노력한다.

나의 첫 편집자는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평생 듣고 싶었던 ‘작가님’ 소리에 마음이 홀딱 빼앗겨서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했다. 작품도 몇 번이고 수정을 했다. 그랬는데 편집자는 사근사근하게 굴었던 초반과는 다르게 내 작품을 무척 소홀히 다루었다. 교정도 직접 하지 않고 ‘맞춤법 검사기’를 돌렸는데 그 검사기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는지, ‘했습니다’에서 ‘다’만 모조리 빠져서 내가 일일이 찾아 넣어야 했다. 표지 역시 어디서 구한 지 모르는 무료 표지로 해주었다.(출간한 지 한참이 된 어느 날 내 표지와 똑같은 표지의 다른 작품을 발견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돈 드는 일은 아무것도 안 한 셈이다. 덕분에 나는, 어디든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알아서 챙겨주는 곳은 없다는 지혜를 얻었다.

지금은 불편한 것은 되도록 표현을 하고 있다. 그래야 나 역시 불필요한 감정 싸움을 하지 않고 집필 활동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처음과 전혀 반대의 경우를 겪었다. 편집자의 열정이 과한 나머지, 자꾸만 내가 수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코멘트를 달아 수정 권고를 하는 것이었다. 편집자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또 너무 편집자의 의견을 따라가면 작가는 글을 쓸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처음에는 그 부분의 코멘트를 지우고 수정을 하지 않다가, 같은 권고가 반복되자 메일을 보내 이러한 이유로 수정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내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협업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참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임을 늘 배우고 있다.

2. 독자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독자와 소통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건네고, 독자들은 작품에 대한 느낌을 댓글로 쓴다. 그런데 때로 독자들이 댓글을 넘어서서 관계를 맺으려고 할 때가 있다. 따로 메일을 보낸다든가 작가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든가 하는 식이다. 물론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지속 되면, 별로 좋지 않게 되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작가 지망생인 독자가 자신의 작품을 평가해 달라고 하거나, 작가의 작품에 대해 계속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는다든가, 요즘 자신과의 관계에 소홀해졌다고 하는 등의 메일을 보내서 작가를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소수겠지만, 이런 독자는 자신의 메일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는 작가를 독점하고 싶은 욕구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보통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곳은 댓글이다. 그런데 이 댓글이 모두에게 공개가 되다 보니, 악플이라도 줄줄이 달리는 날에는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치부를 남에게도 낱낱이 공개하는 기분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나 댓글 역시 이전에 달린 댓글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악플이 첫 댓글이면 보통 악플이 많이 달리고 선플이 첫 댓글이면 마찬가지로 선플이 많이 달린다. 그래서 댓글을 너무 믿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어떤 작가는 댓글 때문에 글을 고치기도 하고, 또 차기작을 쓸 때에 지나치게 참고한 나머지 작가의 개성을 잃어버린 채 지나치게 평범한 글을 쓰기도 한다. 독자에게 작가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존재이지만, 또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할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3. 동료 작가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는데 동료 작가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동료 작가는 있는 것이 낫다. 글을 쓰고 출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나눌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미루어 보아도, 남편을 비롯한 이쪽 일을 모르는 타인에게 고민을 나누기는 참 어렵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고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배경까지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하지만 동료 작가들은 척하면 척이라, 말 한 마디만 해도 바로 알아듣고 공감과 위로를 해주기에 든든하다.

하지만 동료 작가 역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처음에는 비슷하게 출발했는데, 어느새 한 작가는 유명 플랫폼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하는 인기 작가가 되고 한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출판사와 계약이 될까를 걱정해야 하는 작가가 되면 둘 사이의 관계는 은근히 껄끄러워진다. 그럴 때에 전자의 작가가, ‘나 웹툰 회사에서 계약하자고 메일이 왔는데 거기가 믿을 만한지를 모르겠어.’라는 고민을 나누기라도 하면, 후자의 작가는 마음이 무너진다. 까닭은 웹툰 계약이라는 것은 원작인 웹소설이 잘 되어야 하는 것인데 후자의 작가의 경우 웹툰 계약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후자의 작가는 전자의 작가를 볼 때마다 그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서로 좋자고 만난 관계인데 결국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작가 동료를 사귀기 위해서는 이러한 스트레스는 감수해야 한다. 그들과 관계를 끊게 되면 정작 내 고민을 알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새 나는 ‘그래 잘 나가는 작가들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잘 나가건 못 나가건, 작가들은 론칭일은 누구나 피가 마르고 새 작품을 쓸 때는 긴장이 되며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백수가 된다. 그러한 스트레스를 견디고서 계속 써야 하는 존재가 작가이다. 그리고 아무리 잘 나가는 작가라고 해도 차기작이 재미 없으면 독자들이 외면을 하는 것이 이 바닥이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쇄신하며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공통점을 이해하고 나니, 동료 작가들과의 관계도 전보다는 편해졌다.

4. 작가 자신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는 것을 사회생활이라고 하기는 애매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 자신과의 관계는 다른 존재와의 관계의 전제이기에 중요하다. 나는 나 자신의 편집자이기도 하고 독자이기도 하며 동료 작가이기도 하다. 주변 관계가 다 잘 안 풀린다면, 그것은 나의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내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태는 작품에도 바로 드러나서 독자들 역시 그런 상태에서 쓴 작품은 재미있게 보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작품을 독자 역시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주기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웹소설 작가에게는 주기적인 휴식이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웹소설은 아무래도 다른 장르보다도 더 독자 중심의 글을 써야 하다 보니 자신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글을 쓸 때 마음 상태가 어떤지, 자신이 어떤 글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최근 론칭한 글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이고 아닌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은 편집자나 독자, 동료 작가들이 아닌 오로지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결코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작가가 하는 일이란, 작품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건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이며, 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 생활이란 ‘나’라는 존재가 바로 서 있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웹소설 작가 역시 자기를 아는 것이 가장 먼저 되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글쓴이 - 김지영

한때 교직에 몸을 담았다가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웹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때로 인기 있는 글들을 보며 질투도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를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늘 습작생의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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