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페이즈망(depaysement) 건축을 구현하다 - 김효영(下) [효효 아키텍트]
처럼 생겼다. 건축주는 의외로 관심을 보였다. 직사각형 평면 위로 나열된 다섯 개
의 반원 모습 공간은 각각 양끝의 높고 둥근 지붕, 두 개의 다락방과 엘리베이터
오버헤드 기능을 하지만 마치 이스트가 잔뜩 들어가 부풀려진 식빵 모양이 되었다.
설비가 힘차게 움직였을 시절의 자부심과 시간이 멈춘 뒤의 쓸쓸함을 보았다.
쇄석장은 석회석을 부수기 위한 수평의 외관과, 중력과 컨베어벨트로 이동하는
수직 설비의 강한 대비는 흡사 수평과 수직으로만 그려진 준법과 필획이 여전히
현대적인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는듯 아우라가 강하였다.
를 지원하는 공간들은 독립적으로 덧붙거나 끼워져 기존 시설과는 최대한 이격하는
걸 목표로 하였다. 전망대는 기존 박공 형태의 모서리에 부정형의 평면으로
매달리듯 돌출되어 있다. 김효영은 전시가 없는 경우에도 방문객이 기존 시설
과 주변 풍경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염두에 두었다.
강원도 소양호에 면해 있는 인제 44번 국도변 인제 스마트 복합쉼터(2021)는 바람에 휘날리는 천을 형상화한 지붕이 특징이다. 발주처인 해당 지자체는 하드웨어적인 솔리드한 건축물로 국도 주변을 개발해보고자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김효영은 동해 쇄석장 리모델링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잘 보이지 않았다.
소양호에 면한 해당 대지는 잔잔한 호수가 이어지는 서정적인 경관을 품고 있었으나 주차장 뒤로 길게 늘어선 기존 건물은 경관을 가리고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 승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지역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기대에 부합할 수 없을듯 보였다.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기존 공간은 비우고 활성활를 위한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판매장 공간은 기존 건물과 마주하는 자리에 독립된 새 건물을 지어 마련했다. 역할이 분리된 만큼 그 성격과 표현도 대비를 이룬다. 기존 건물의 콘크리트 구조가 무겁고 정적인 데 반해 새 건물은 가벼운 철골구조로 역동적인 조형을 과시한다. 도로 쪽으로 마치 천이 바람에 날리는 듯한 거대한 물결 모양을 가진 곡선 지붕은 도로 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효영 건축은 공통적으로 각 프로젝트 컨셉을 서양 미술사의 유명 작품들에서 가져오며, 완성도 높은 자신만의 드로잉을 중요하게 여긴다.
미술을 공부하던 누나의 책장에서 발견한 철학•미학 개론서들이 건축가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형성하게 된 밑바탕이라고 말한다. 본격적인 프로젝트 시작전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 드로잉 작업은 프로젝트 완성까지의 진지한 작업 태도를 견지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아무리 위대한 건축물이더라도 드로잉 한 장에서 시작하지 않나.
복터진집, 압구정 근린생활시설이나 인제 스마트 복합쉼터에서 보듯 상식적인 사물의 범주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 의미를 붙이는 오브제 활용에 능하다. 한편으로는 공간, 구조, 프로그램 등 건축의 본질이라고 여겨지는 영역을 넘어나는 용기도 내보인다. 늘 보아온 물체가 놓인 환경에서 분리됨으로써 숨겨진 미를 찾는 회화적 기법인 데페이즈망(depaysement)도 건축에 과감하게 구현한다.
김효영은 ‘2022년 젊은 건축가상’을 (공동) 수상했다. “거침없는 유희적 참조와 차용으로 경직된 한국 건축 토양에 낯설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심사평에 나타나듯 그의 건축은 건축주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도 유쾌하고 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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