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 해군 소령, 아내 위해 11년만에 자격증 6개 따고 IT 공기업 취업

문과 출신 장기복무 장교의
공기업 취업기
그 어느 해보다 고용 상황이 어렵습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한 청년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군인으로 복무하다가 공기업 엔지니어로 전향하는데 성공한 정선호씨. /더비비드

89년생 정선호(36) 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문헌정보학과 졸업 후 해군 장교로 11년 복무했다. 130명 규모 함정에서 중책을 맡은 적이 있을 정도로 촉망받는 군인이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분야인 IT 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 30대 중반 나이 뒤늦게 한국폴리텍대학에 입학해 6개월 만에 IT 공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그를 만나 삶의 새로운 항로를 찾은 비결을 들었다.

◇11년 해군 생활의 마침표

해군 복무 시절 정 씨(가운데 인물) . /정선호 씨 제공

정 씨는 문과 출신이다.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재학 중 우연히 참여한 대학 취업박람회에서 해군 예비장교 후보생 제도를 알게 됐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이 깊었던 시기에 나타난 뜻밖의 기회에 마음이 동했다. “‘함께 신청해보자’는 친구의 권유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사실 전공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건 아니었어요. 나름 열심히 재미있게 공부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했습니다. ‘죽어야 자리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도서관 사서는 자리가 좀처럼 나지 않는 포지션이거든요.”

2014년 해군 장교로 임관해 11년간 다양한 보직을 경험했다. “배에서는 기관장과 작전관을 역임했다. 육상에서는 대량학살무기(WMD) 대응 담당, 정비 지원 담당 등의 일을 했죠. 군 생활은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130명 규모 함정에서 세번째로 높은 중책까지 수행하며 탄탄하게 군 경력을 쌓았죠.”

전역 당시 촬영한 사진. /정선호 씨 제공

2022년 결혼 후 계속된 장거리 신혼부부 생활은 그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줬다. “1년에 한번씩 이동해야 했습니다. 제주도를 제외한 해군 부대가 있는 지역은 다 가봤죠. 혼자일 때는 이 생활이 문제되지 않았지만, 가족이 생기니 상황이 달라졌어요. 결혼하고 바로 장거리 부부 생활을 했거든요. 아내가 저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늘 함께하고 싶었다. 가족과 깊은 대화 끝에 전역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2025년 2월 소령으로 전역했다. “전역계를 냈을 때 압박감과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빨리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전역 전 10개월간 전직지원 기간이 주어집니다. 요즘 가장 화두인 IT 분야로 전향하기로 하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python)을 공부했습니다.”

◇매일 5시 30분 기상, 자격증 6개 취득

정 씨는 AI금융소프트웨어과에서 공부했다. /더비비드

전직지원 교육 중 한국폴리텍대학의 하이테크 과정을 알게 됐다. 하이테크 과정은 고급 심화 교육 과정으로,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한다. 정 씨는 교육도 시켜주고 취업 연계까지 해준다는 말에 흥미를 느꼈다.

2025년 3월 한국폴리텍대학 분당융합기술교육원 하이테크 과정 AI금융소프트웨어과에 입학했다. “컴퓨터, 정보통신, 금융 분야는 사회 전반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AI금융소프트웨어과를 선택했습니다. 들어와보니 동기들의 배경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통계학, 생명공학, 영문학, 전자학 등 전공이 제각각이었어요. 나이는 제가 가장 많았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자바(Java), 파이썬, 데이터베이스, 리눅스 등 이론과 실습으로 IT 기본기를 폭넓게 다졌다. “하이테크 과정은 기초, 심화, 특화 과정으로 구성됐습니다. 처음엔 자바로 기초를 다지고, 그 다음 리눅스로 서버 개념을 잡습니다. 이후 웹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며 실무 역량을 쌓았죠. 처음엔 어떻게 학습이 이뤄지는지 모른 채 따라가기 바빴는데, 배우고 나니 왜 커리큘럼이 그렇게 짜여졌는지 ‘숲’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 씨는 실습 프로젝트 과목이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더비비드

IT 분야 취업 시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분당융합기술교육원 하이테크 과정에서는 실습 프로젝트 과목을 통해 모든 수강생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한다. “서울시 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고령화 추세를 예측하는 팀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제작하기도 했죠. 사회 문제를 담은 프로젝트와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두루 경험했죠.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 과정과 협업 경험을 통해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절실함을 무기로 누구보다 성실히 공부했다. 단 몇 달 만에 정보처리기사, AWS SAA, CISCO CCNA 등 6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매일 5시 30분에 기상해 1시간 운동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수업 1시간 20분 전에 도착해 인터넷 강의를 들었죠. 수업이 끝난 후에는 저녁을 먹고 밤 9시까지 자습했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땐 학교 컴퓨터실에서 마음 편하게 실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수님들도 자격증 시험 일정에 맞춰 강의 일정과 커리큘럼을 조율해 주셨어요. 덕분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공기업 취업 후 맞이한 두번째 신혼생활

정 씨는 코레일테크에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더비비드

1분 1초가 아쉬워 조기 취업을 목표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발목을 잡지 않을까 마음이 무거웠다. 그럴 때마다 분당융합기술교육원 교수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홍필두 교수는 ‘아직 기간이 많으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제자들을 다독여줬다. 김규석 교수는 학생들이 나태해지지 않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했다.

스스로의 노력과 주변의 격려로 지난 9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 코레일테크 입사에 성공했다. 조기 취업으로, 동기 18명 중 7번째로 취업했다. “코레일테크에서 재난방송수신설비(FM/DMB)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설비는 재해 발생 시 FM과 DMB 전파가 닿지 않는 터널이나 지하철 등 음영지역에서도 긴급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설치된 시스템입니다. 저는 73개 역에 설치된 360개의 설비를 관리하고 있어요. 철도의 안정적인 운행에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오랜 군 생활로 다진 성실함과 자격증이 무기가 됐다. “면접 때 단체 생활이나 안전작업 관련 상황 질문을 받았는데요. 군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면접 후기를 종합해서 답변을 준비해둔 것도 큰 도움이 됐죠. 학교에서 받은 개인 맞춤형 진로 상담은 자신감을 고양하는 데 보탬이 됐습니다. 상담 교수님이 제 군 경력과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공백 없는 이력이 무기가 될 거라고 독려해 주셨거든요. 동기들 모두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가고 있어요. 품질 보증 테스터, 금융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정 씨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비비드

코레일테크 취업 후 ‘제2의 신혼생활’ 중이다. “군 생활을 할 때는 아내를 한 달에 한 번 겨우 봤어요. 길 때는 분기에 한 번 본 적도 있었죠. 아내가 ‘우리 결혼한 거 맞냐’ 물어볼 정도였어요. 지금은 매일 저녁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니까, 시간을 제가 운용할 수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산책 나가는 소소한 일상이 너무 소중합니다.”

짧은 시간 새로운 분야에 안착한 정 씨의 여정은 공백 없는 도전의 가치를 보여줬다. “전향을 고민 중이라면 빨리 결정하세요. 무엇보다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이 결정이 잘못된 건 아닐까 의심한 적이 있습니다. 하이테크 과정은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줬죠. 실무 교육을 통해 IT 분야에 재미도 느꼈고요. 처음에는 커리큘럼이 벅차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믿고 따라간다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세요.”

※이 콘텐츠는 한국폴리텍대학과 공동으로 제작했습니다.

Copyright © 더 비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