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며칠 티몬, 위메프의 정산 대금 지연 문제로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플랫폼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은 ‘IMF 때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하는 한편,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한테까지도 불똥이 튀고 있는데, 삼겹살을 시켰는데 청포도 사탕을 배송받는가 하면, 기분 좋게 떠난 여행지에서 숙박이 돌연 취소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 댓글로 “지금 난리 난 티몬·위메프 정산 문제를 쉽게 정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이 사태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첫 번째는 정산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과 허술한 대금 관리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자사에 입점해 있는 판매자가 상품을 팔면 각종 수수료를 제외한 대금을 지불한다. 근데 이게 상품을 판매하자마자 주는 게 아니고, 고객이 구매를 확정해야 주는데 지급하는 주기도 업체마다 다 다르다.
[이동일 교수 / 세종대학교 경영학과·한국유통학회장]
“거래 형태에 따라서 판매 가격이 바뀌기도 하고 소비자가 중간에 주문을 철회하기도 하고 아니면 배송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간을 정해놓고 정해진 기간 사이에 벌어진 거래들에 대한 정산을 진행하는 형태로 진행이 됩니다.”

그런데 늦어도 10일 이내에 정산되는 G마켓, 11번가, 네이버 등과 달리, 티몬은 거래가 이뤄진 달의 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위메프는 배송 완료 후 2개월째 7일에 정산하고 있다. 그러니까 위메프의 경우 늦어지면 정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건데, 그마저도 미뤄지면 소상공인들은 당연히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근데 웃긴 건 정산하기 전까지 소셜커머스 업체가 판매대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거다. 여기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 시스템의 오류일 뿐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두 번째, 정말 갚을 능력이 있는 걸까? 이런 의심이 계속되는 이유는 현재 위메프와 티몬 둘 다 재무 상태가 좀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합산 자본금은 마이너스 9,000억 원이다. 자산보다 부채가 1조 가까이 많지만 지금까지 굴러온 거 자체도 신기한데 적자가 누적돼도 신규 매출을 일으켜 기존 정산금을 갚는 ‘돌려막기’로 버텨왔다고 한다.

오랜 적자에도 몸집불리기로 버텨서 유통공룡이 된 쿠팡이 될 꿈을 꾸고 있었던 셈인데 지금 현실은 3년전 환불 대란을 불러왔던 머지포인트의 악몽이 재현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면 액면가보다 더 많은 머지머니를 충전해주는 방식으로 100만명을 끌어모았지만 결과는 1000억원대의 환불 대란을 낳았다.

어쨌든 더욱 의심스러운 상황은 현금 유동성이 바닥이 나기까지 모기업 큐텐이 추진했던 나스닥 상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미 적자인지 오래인 티몬과 위메프를 각각 2022년 9월과 2023년 4월에 한 기업이 인수하는데, 그 정체는 바로 싱가포르계 이커머스 기업인 큐텐.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지난 2009년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하면서 했던 10년간의 경쟁금지 약속 때문에, 뒤늦게 한국 시장에 합류한 구 대표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하위 플랫폼들을 마구 사들이는 것. 1~2년 사이 큐텐이 인수한 회사만 5개다(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AK몰, 위시).

하지만 본심은 일감을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에 몰아주고, 기업 가치를 키워 미국 나스닥에 ‘큐익스프레스’를 상장시키겠다는 게 구대표의 제1 목표였다. 그런데 작년에 11번가 인수가 무산되고 대체재로 선택한 미국 유통 플랫폼 위시 인수 때 현금을 2300억원 투입하는 과정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끌어썼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600억원대로 정산해야 할 금액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핵심 자회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흔들리면서 상장 가능성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 되려 무리한 인수합병 계획이 엄청난 스노우볼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정연승 교수 /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장]
“충분히 고객 데이터가 있는 그런 플랫폼들을 (사들여서) 통합적인 물류나 이런 걸 연계해서 사업을 키우겠다. 근데 이제 큐텐 그룹이 원래 예상했던 그림하고는 다르게 진행됨으로써 지금 좀 재정적인 압박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과 결제사도 하나둘씩 티몬과 위메프를 손절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것. 판매자는 정산 대금은커녕 대출조차 받기 어려워졌고, 소비자들은 구매한 제품을 받아보지도, 취소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연승 교수 /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장]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나 뭔가 있어야 되는데 사실은 그런 게 보이지 않아요.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마 앞으로도 쉽지 않은 쉽지 않은 그런 어떤 상황을 계속해서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