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 이중구조 개선 가능할까?

조해람 기자 2023. 6. 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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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안이 정작 이중구조 해소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중구조 해소에는 산업별 교섭과 단체협약 확대가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22일 민주노총·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최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여당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공정’한 임금체계라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고용과 소득의 양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근로빈곤층 확대 등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근로계약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 “고용형태가 서로 다른 근로자들 간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등 조항이 신설됐다.

김 의원의 발의안은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이 하는 일의 ‘가치’에 따라 급여를 받는 임금체계인 ‘직무급제’와 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강조해 왔다. 고용노동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편’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이 같은 조항들이 “매우 시의적절하고 유익하다”면서도 이중구조 개선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의 발의안은 개별 기업 내에 영향력이 한정돼 있어 한 기업의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인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에 대한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주최 ‘윤석열 정부 1년-노동개혁 성과 그리고 향후 과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권 교수는 “전체 노동시장에서 직무의 가격이 설정돼서 어느 기업에 가든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직무급은 공정성 제고와 관련이 있다”면서 “하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라면 이는 (정부가 주장하는)공정성의 문제라기보단 해당 기업의 인사관리 효율성 문제고, 기업이 선택한 임금체계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소재일 뿐”이라고 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특정 임금체계가 효율적이고 공정하다고 결정하고 개별 기업 차원의 임금체계 변경을 촉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권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직무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적 직무급’이 더 적절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사회적 직무급 실현을 위한 노조 조직률 확대, 초기업단위 교섭 및 단협 적용범위 확대를 통한 협약임금 적용 확대가 직접적인 대응책”이라고 했다.

토론자들도 산별교섭 등을 통한 이중구조 개선에 공감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노동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산업별·업종별로 사회적 직무가치 평가와 임금 보상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산업별 노사교섭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정경은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다면 호봉간 격차 축소, 임금인상 정률제에서 정액제로의 전환, 하후상박 원칙 등 얼마든지 해법이 있다”며 “정부가 임금격차 축소 의지가 있다면 이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의 직무급제 도입 논의가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수단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을 사용자가 정하기 때문에 정규직 임금인상 차단의 기회로 활용될 여지도 있어 우려된다”며 “근로자대표 합의 조항을 앞세워 결국 노조의 교섭기회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의 성격에 대한 규정은 노동과 자본 간 ‘교섭’의 대상이지,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 보고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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