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이후 네이버웹툰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살펴봅니다.

유료 회차 결제 성장세가 둔화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영상 콘텐츠에서 다음 성장축을 찾고 있다. 김준구 대표가 강조해온 지식재산권(IP) 확장 구상은 웹툰을 읽는 콘텐츠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영상과 팬덤으로 반복 소비하게 만드는 데 있다. 숏폼 애니메이션 서비스 ‘컷츠(Cuts)’와 전용 유료 재화 ‘젤리’는 이 구상이 플랫폼 안에서 결제 모델로 작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대다.
김준구의 IP 구상, 컷츠에서 시험대
그동안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을 ‘아시아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강조해왔다. 이 구상은 웹툰을 단순 감상 콘텐츠가 아니라 반복 소비되는 IP 자산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나의 원작을 영상, 캐릭터, 팬덤, 제작상품(굿즈), 게임, 오프라인 경험 등 여러 접점으로 확장해 IP의 생명력을 늘리는 방식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실제 디즈니와 손잡은 것도 이 흐름에 있다. 회사는 디즈니와 전략적 계약을 맺고 마블, 스타워즈, 20세기 스튜디오 등 디즈니 포트폴리오의 코믹스를 담는 신규 디지털 코믹스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기로 했다. 디즈니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2%를 취득하는 투자에도 나섰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대형 IP 보유자와 손잡고 모바일 디지털 코믹스 문법으로 다시 유통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다만 컷츠는 디즈니 협업과 성격이 다르다. 디즈니 협업이 검증된 외부 글로벌 IP를 모바일 코믹스 문법으로 다시 유통하는 실험이라면 컷츠는 네이버웹툰 내부 IP와 팬 창작을 짧은 영상으로 재가공하는 실험이다. 즉 플랫폼 안의 창작자와 팬을 활용해 영상 소비를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영상화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 장편 애니메이션은 제작비가 크고 제작 기간도 길다. 외부 제작사, 방송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배급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IP가 영상화되더라도 네이버웹툰 플랫폼 바깥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웹툰 원작의 브랜드 가치는 커지지만 플랫폼 내부 체류와 직접 결제로 연결되는 구조는 제한적이다.
컷츠는 이 빈틈을 파고드는 시도다. 웹툰 IP를 플랫폼 바깥의 대형 영상물로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웹툰 안에서 짧은 영상 콘텐츠로 다시 소비하게 만든다. 독자가 작품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닌 같은 IP를 영상으로 보고 팬이 만든 콘텐츠를 감상하고, 나아가 직접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팬 창작으로 여는 숏폼 실험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5년부터 영상 포맷 실험을 본격화했다. 영어권 플랫폼에서는 ‘비디오 에피소드’를 도입했다. 약 5분 길이의 영상형 콘텐츠로, 기존 웹툰 스크립트에 움직임, 효과음, 배경음악, 성우 연기를 더해 웹툰을 ‘보는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같은 해 9월 컷츠를 출시했다. 컷츠는 2분 미만의 숏폼 애니메이션을 창작자와 팬이 만들고 올릴 수 있는 이용자제작콘텐츠(UGC) 기능이다. 비디오 에피소드가 플랫폼 주도의 영상 재구성이라면, 컷츠는 팬과 창작자가 직접 참여하는 영상 실험에 가깝다.
컷츠의 차별점은 가볍다는 데 있다. 장편 영상과 달리 2분 안팎의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만들고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 입장에서는 여러 IP와 창작 포맷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실험할 수 있다. 어떤 캐릭터가 짧은 영상에서 잘 소비되는지, 어떤 작품이 팬 재가공에 적합한지, 어떤 형식이 조회와 공유로 이어지는지를 플랫폼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반응도 일정 부분 확인됐다. 컷츠 출시 한 달 만에 1000명 이상의 창작자가 참여했고 일부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컷츠가 단순 기능 추가를 넘어 창작자와 팬이 반응하는 포맷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조회수와 참여가 곧 사업 모델을 뜻하지는 않는다. 숏폼 콘텐츠는 소비 속도가 빠르고 확산성이 높지만 이용자는 짧은 영상을 무료로 보는 데 익숙하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플랫폼에서 숏폼은 대체로 광고 기반 소비 경험에 가깝다.
컷츠는 더 큰 애니메이션 파이프라인의 앞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짧은 영상에서 특정 IP와 캐릭터의 반응을 먼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컷츠에서 강한 반응을 얻은 작품은 향후 장편 애니메이션이나 글로벌 공동 제작 후보를 가려내는 보조 지표가 될 수 있다.

젤리로 보는 영상 결제 가능성
네이버웹툰이 컷츠 전용 유료 재화 ‘젤리’를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젤리는 웹툰 유료 재화 ‘쿠키’와 별도 체계로 설계된 영상 콘텐츠용 결제 재화다. 컷츠가 무료 숏폼 소비에 머물지 않고 유료 결제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장치다. 네이버웹툰이 그동안 쌓아온 유료 회차 결제 경험을 영상 포맷에 이식할 수 있는지를 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웹툰 결제는 서사의 연속성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에 돈을 낸다. 반면 숏폼 영상은 짧은 재미, 캐릭터 매력, 팬덤 반응, 소장 욕구, 창작자 지지 같은 요인이 결제 동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웹툰이 컷츠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이용자가 웹툰 IP 기반 영상에 어떤 이유로 돈을 내는지다.
쿠키와 젤리를 분리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웹툰은 전자출판물 성격의 콘텐츠로 유통된다. 반면 컷츠는 짧은 애니메이션 형태의 영상물이다. 과세, 콘텐츠 분류, 등급 관리, 정산 체계가 웹툰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기존 쿠키를 그대로 쓰기보다 컷츠 전용 재화를 따로 두는 편이 서비스 운영과 정산 구조를 분리하기에 유리하다.
네이버웹툰이 영상물등급위원회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확보한 점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영상 콘텐츠를 플랫폼 내부에서 직접 운영하려면 결제뿐 아니라 등급, 권리, 정산, 이용자 보호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젤리는 컷츠 유료화의 결제 수단인 동시에 네이버웹툰이 영상 콘텐츠를 별도 사업 체계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에 젤리가 컷츠를 넘어 다른 영상형 콘텐츠로 확장될지도 주목된다. 북미 비디오 에피소드 등에도 유사한 결제 구조가 붙는다면 젤리는 네이버웹툰 영상 사업의 공통 결제 실험이 될 수 있다. 팬이 만든 짧은 영상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젤리가 결제 전환과 창작자 제작 유인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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