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대립각 세웠지만…‘국민 눈높이’ 못 미친 한동훈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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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당 안팎의 전반적 평가는 '수평적 당정관계'를 내세우며 '의-정 갈등' 이슈 등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냈지만, 당내 이견을 조율하고 당사자 집단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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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당 안팎의 전반적 평가는 ‘수평적 당정관계’를 내세우며 ‘의-정 갈등’ 이슈 등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냈지만, 당내 이견을 조율하고 당사자 집단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표방했음에도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쟁점 현안을 다루는 데서는 ‘다수 여론’이 가리키는 해법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취약한 당내 세력 기반은 ‘돌파’가 필요한 순간마다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한 대표의 지난 100일은 ‘차별화’로 요약된다. 그는 지난 6월23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당정관계 수평적 재정립”을 약속했다. 당시 한 대표는 “당이 정부의 정책 방향 혹은 정무적인 결정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이나 수정 제안을 해야 할 때 그럴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들이 반복됐다”며 “어느 한쪽이 이끄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 속에서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직전의 김기현 지도부가 ‘당정 일체’를 강조하면서 대통령실과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를 앞세운 것이다.
한 대표 측근들은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차별화하는 데서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의 해법으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라는 중재안을 내고, 김건희 여사 논란과 관련해 △여사 라인 정리 △대외활동 중단 △의혹 해소를 위한 절차 협조라는 ‘3대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권력과 권위에 맹종 않는 ‘소신 정치인’의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한 친한동훈계 핵심 당직자는 29일 한겨레에 “지금까지는 용산이 지시하면 당이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관계였는데, 한 대표는 그걸 거부했다”며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선에서 (22.1%포인트 차로) 압승한 건 그 (차별화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용산과의 차별화 시도는 당의 내분 심화라는 정치적 비용을 치렀다. ‘차기’를 노린 한 대표가 의대 증원과 김 여사 문제를 두고 ‘인기 없는’ 대통령을 과도하게 몰아붙이는 것처럼 비치면서 친윤석열계의 반발과 관망파의 우려를 키운 탓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수도권 의원은 “그동안 당정 갈등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대통령실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당만 소란스러워졌다”고 했다. 5선 권영세 의원은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문제 같은 세부 사안에 집중하기보다 (정국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정치적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대표 쪽이 가장 아파하는 지적은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전당대회 기간에 내놓았던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 약속을 뚜렷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여사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이란 면피성 해법을 고집하면서 당내는 물론 당 밖의 우군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사례 모두 ‘국민 눈높이’라는 기준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비판이 향하는 지점이다. 한 영남권 의원은 “당대표에 나서면서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얘기한 것 자체가 섣불렀다”며 “한 대표가 그걸 할 건지 말 건지 다시 말해야 한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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