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컨 금지의 대륙, 해법을 찾다
유럽은 여름 체감온도가 급격히 높아졌지만, 역사적 건물 규제·소음·외기 열섬 우려로 실외기 설치가 어려운 곳이 많다. 냉매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전통적 증기압축식 냉방은 진입 장벽이 높아, 가정·소형 상업공간은 선풍기·차광·이동식 기기 정도로 버티는 ‘한계의 여름’을 보낸다. 이런 조건에서 실외기 없는 솔루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냉매 없이 ‘전기로 열을 옮기는’ 반도체
삼성이 제시한 해법은 냉매 대신 펠티어 효과를 쓰는 반도체 냉각이다. 전류를 흘리면 소자 양단에서 열이 흡수·방출되는 특성을 이용해 한쪽 면은 차갑게, 반대쪽은 뜨겁게 만든다. 배관·압축기·냉매가 필요 없으니 구조가 단순하고, 실외기 설치 제약이 큰 유럽의 주거·문화재 건축 환경과 상성이 좋다.

‘낮은 효율’의 숙제를 나노로 깼다
펠티어의 약점은 효율이었지만, 박막 반도체·열계면 소재·패키징 최적화로 성능 지표가 대폭 개선되고 있다. 열손실 경로를 줄이고 접합부 열저항을 낮추는 공정 혁신으로, 동일 소비전력 대비 냉각량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실험실 기술’이 ‘제품 아키텍처’로 올라설 수 있는 문턱을 넘어섰다.

하이브리드에서 무냉매로 가는 로드맵
삼성은 이미 펠티어 소자와 컴프레서를 상황에 따라 최적 운용하는 하이브리드 냉장고로 실사용 검증을 거쳤다. 고부하 순간·정밀 온도 유지·제상 구간에서 펠티어를 병행해 체감 효율과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다음 단계는 펠티어 단독 시스템으로의 확장으로, 소형 냉장·와인셀러·지역 냉방 모듈·실외기 없는 룸 에어컨까지 응용 스펙트럼이 열린다.

유럽이 원하는 것은 ‘설치 자유+탄소 절감’
실외기 무설치: 외벽·외기 열방출·소음 규제 부담 해소로 도심·문화재 구역 적용성이 높다.
냉매 프리: 누출 리스크와 규제 준수 비용이 사라져 탄소 회계와 ESG 공시에서 유리하다.
정밀 제어: 전력 피크 억제·실내 구역별 미세 제어로 에너지 비용을 낮춘다.
결국, 규제 순응과 소비 체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정치적·기술적 해법’이 된다.

유럽의 여름을 바꾸는 동맹을 만들자
유럽 현지 인증·설치 표준·서비스 네트워크를 동시 구축해 ‘실외기 없는 냉방’ 카테고리를 열자. 건물 리모델링·문화재 보존 프레임과 연동하고, 지자체와 파일럿 프로젝트로 공공·상업 공간에서 레퍼런스를 축적하자. 마지막으로, 친환경 냉각의 한국 표준을 유럽의 도시 생활 속에 심어 ‘덥지만 시원한 여름’을 함께 만들자.
Copyright © 트래블 픽 전속 기자가 직접 제작 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