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되찾은 리딩금융 영예 업고 신한 진옥동號 질주는 이어질까
신한 진옥동 1위, 우리 임종룡 2위, KB 양종희 3위, 하나 함영주 4위
(시사저널=이석 기자)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최근 몇 년간 고금리 장사로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등 금융 당국 수장들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주요 금융그룹의 영업 행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할 정도였다.
시사저널이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반기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매출은 128조882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36.4%인 46조9642억원을 이자수익으로 벌어들였다. 덕분에 영업이익은 12조7547억원에서 13조8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나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 실적,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같은 기간 순이익은 9조3571억원에서 9조4602억원으로 1.1% 증가했다. 주요 금융그룹이 1분기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에 따른 충당부채로 1조2000억원 상당을 반영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실적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4.72% 감소한 8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하지만 2분기 들어서면서 가계나 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갈아치웠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모두 교체되고 맞는 첫해다. 2022년 3월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부회장이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에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새롭게 수장에 올랐다. 신임 회장 취임 첫해 기록한 4대 금융지주의 실적에도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이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이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자존심 싸움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KB금융(순이익 3조149억원)은 신한금융(순이익 2조6831억원)을 제치고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았다. 그런데 1년 만에 이 순위가 뒤집혔다. 신한금융(순이익 2조7988억원)이 KB금융(순이익 2조7739억원)을 제치고 다시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았다. 홍콩 H지수 ELS 손실에 따른 배상금이 8620억원으로 가장 많은 KB금융의 순이익이 올 상반기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엇갈린 행보 주목
개별 금융지주사별로 비교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2019년부터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4대 금융그룹의 자산과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주가, 부채 증가율과 영업이익률, 순이익률, ROE(자기자본수익률), EPS(주당순이익) 등 10개 항목을 비교·분석해 왔다. 각 부문별로 순위를 정해 1~4점의 가산점을 준 후 총합을 매기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5대 금융그룹에 포함된 농협금융의 경우 비상장사로 주가나 EPS 등을 다른 금융그룹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조사 때는 윤종규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종합점수 32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KB금융의 경우 자산과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주가 증가율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도 나쁘지 않았다. KB금융의 상반기 ROE는 12.2%로 4대 금융그룹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양종희 회장 취임 첫해의 성적은 순탄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 KB금융의 경우 매출과 주가 증가율만 1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률, EPS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순이익과 ROE 등은 4대 금융그룹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양 회장은 종합점수 24점으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상황은 반대였다. 지난해 초 취임한 진옥동 회장은 종합점수 29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 부채율 등은 전체 1위였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 순이익, 자산 증가율 등이 4대 그룹 중에서 가장 낮았기 때문에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뿐 아니라, 자산과 영업이익, 순이익 증가율이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농협금융지주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에서 농협금융은 1조90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우리금융을 제치고 4대 금융지주에 포함됐다. 올해도 농협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에 포함됐다. 특히 영업이익은 2조7344억원에서 3조1524억원으로 15.3%나 증가하면서 하나금융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연임 전선 '청신호'
경제관료 출신으로 2023년 1월 취임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도 한시름 덜게 됐다. 이 회장은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정통 금융맨'이라기보다는 관료형에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특별고문으로도 참여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 회장이 지난해 농협금융 회장에 선출될 때만 해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내면서 12월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올해 조사에서 각각 2, 4위를 차지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자산이나 매출, 주가 증가율과 부채율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인 ROE와 EPS, 영업이익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덕분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종합점수는 25점으로 24점을 기록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하나금융의 경우 자산이나 매출, 주가 증가율 등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순이익률, EPS 등이 4대 금융그룹 중에서 가장 낮게 나왔다. 이로 인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종합점수는 21점으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진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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