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2조 베팅…뜨거운 AI시대, 돈 되는 ‘열(熱)관리’ 숨은 강자들

AI시대 ‘열(熱) 관리’ 기술 중요성 부각…GST·한중엔시엔스·케이엔솔 등 증권가 주목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약 2조3000억원을 들여 유럽 최대 냉동 공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국내 증시에선 ‘냉동 공조’ 분야 유망 기업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거액을 들여 인수하는 것 자체가 해당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냉동 공조’ 분야 자체가 그동안 주목을 덜 받은 탓에 문턱이 비교적 낮다는 점은 투자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AI시대 핵심은 발열과의 전쟁…발열 관리 분야 급부상에 ‘K-액체 냉각’ 기업 조명

14일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약 15억유로(원화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플랙트그룹은 유럽 최대 냉동공조(HVAC) 기업으로 데이터센터, 공장 클린룸, 산업·주거용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 효율적인 열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 계약은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원화 약 11조원)에 인수한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합병 결정은 해당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AI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전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건립 움직임과 함께 전력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냉동공조(HBAC)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에 따르면 HVAC 시장 규모는 지난 2024년 3016억달러(원화 약 425조원)에서 오는 2034년 5454억달러(원화 약 770조원)로 약 2배 가량 커질 전망이다.

▲ 국내 열 냉각 솔루션 전문 기업 GST의 칠러(Chiier) 냉각 시설. [사진=GST]

이형순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의 열전달 연구실(ATSLA) 교수는 “열 냉각은 발열로 인한 반도체 성능 저하 및 작동 중단을 미연에 방지하고 발열 에너지 처리 비용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다”며 “특히 최근 AI 기술 고도화에 발맞춘 반도체 칩 양산으로 반도체 발열 문제가 산업 전반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고성능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반도체 기업들이 공기 냉각 기술을 주로 사용했었는데 대규모 연산을 담당하는 AI 서버에서 냉각 효율이 낮아 대안으로 액체 냉각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액체 냉각은 서버를 전기가 흐르지 않는 비전도성 기름을 통해 열을 흡수하는 기술로 서버를 아예 액체에 집어넣기 때문에 온도를 더욱 빠르게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열 냉각 업체 인수를 계기로 국내 증시에선 ‘냉각 관련주’가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기업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주가 또한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가총액이 적고 주당 가격이 낮은 ‘스몰캡’(중소형주)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주에 비해 주당가가 낮아 매수 부담이 적은데다 상승여력 또한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칠러(Chiier) 냉각 기술을 기반으로 액체 냉각장비 장비 개발에 성공한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다.

GST는 일찌감치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기존의 공기냉각 방식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2021년부터 액체 냉각장비 신사업 준비를 진행해왔다. 또 지난해부터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액체 냉각 솔루션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LS일렉트릭과 액체냉각시스템 제어솔루션 국산화 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12월에는 LG유플러스와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솔루션 기술 협약을 맺었다. 실적 성장세도 뚜렷하다. 지난해 GST는 매출액 3642억원, 영업이익 590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4%, 39% 성장한 수준이다.

▲ 경상북도 영천시에 위치한 한중엔시에스 본사(사진 왼쪽)와 케이엔솔 아산 공장 전경. [사진=한중엔시에스, 케이엔솔]

삼성SDI의 협력사 중 한 곳인 ‘한중엔시에스’도 액체 냉각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한중엔시에스는 전기에너지의 충·방전으로 발생한 열을 냉각시켜주는 시스템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2018년부터 삼성SDI와 액체 냉각시스템 연구 개발을 함께한 진행해 현재는 삼성SDI의 삼성배터리박스(SBB 1.5)에 들어가는 냉각 제품을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중엔시에스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냉각 모듈을 현재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6% 오른 177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둔 케이엔솔은 ‘액체 냉각’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기업이다. 케이엔솔은 당초 반도체 클린룸과 2차전지 드라이룸 구축을 주력으로 했지만 최근 세계 액체냉각 분야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스페인의 스타트업 ‘서브머(Submer)’와 기술 협력을 맺으며 액체 냉각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케이엔솔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792억원, 264억원 등으로 전년 대비 각각 38.7%, 43.1% 대폭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냉각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공조 산업이 AI시대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는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함형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일찌감치 AI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냉각 솔루션 투자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공기 냉각은 외부 온도의 영향과 서버 밀집도에 따라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로 부각 받고 있는 ‘액체 냉각’ 분야와 관련된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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