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도 명품 K-방산에 눈독…베트남 K9 수출 내년 상반기 성사 가능성
유럽 관문을 뚫고 미국 시장을 노리는 K-방산이 사상 처음으로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수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18일 방산업계와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산 자주포 K9을 베트남으로 수출하기 위한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출 물량이나 계약 금액 등 세부 사항은 협상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샴페인을 터뜨리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한국산 무기가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은 국제 안보 지정학 측면에서 작지 않은 함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베트남은 중국 남쪽에 위치했고 과거 미국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한국군과도 총부리를 겨눴으며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 현재도 공산당 유일 정당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다.
베트남 인민군 역시 ‘베트남 공산당의 군대’, 당군(黨軍)으로 북한·쿠바 등과 유사한 편제를 보이며, 무기체계 또한 중국과 구소련으로부터 넘겨받은 것들이 대다수다.
그간 한국은 방위산업 수출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수출을 자제해야 할 국가를 암묵적으로 정해두고 일종의 ‘금기’로 여겨왔다.
예컨대 동남아시아의 경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이 K-방산의 브랜드가 약하던 시절부터 한국산 무기를 사 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한국 방산업계에서 이들 4개국을 ‘동남아 벨트’라고 부르면서 공을 들인다.
그러나 동남아 내에서도 공산주의 베트남이나 군부정권 미얀마 등은 한국 방산업계의 고객이 아니었다.
군과 방산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한 고위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무기를 공급하는 것인데 반대 진영에 무기가 들어가는 것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베트남에 K9 자주포 수출이 성사될 경우 이는 공산주의 체제 국가로의 첫 방산 수출이 된다. 베트남에는 과거 한국이 퇴역한 초계함을 공여한 사례가 있으나 이는 금전이 오가는 거래가 아니었다.
이런 베트남에 한국산 무기 수출 가능성이 타진되는 배경에는 최근의 국제정치적 지형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베트남은 20세기 들어 베트남전쟁에서 중국의 도움을 받았고 일부 협력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중국과 역사적 응어리가 많은 데다가 최근에는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놓고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구식 무기체계의 한계로 중국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 형편임을 자각하고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의 무기체계와 호환이 가능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다면 이는 베트남이 ‘반중’, ‘탈중’ 노선으로 간다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한국 자주포 구매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중국에 우려가 될 수 있다"며 "베트남이 미국의 동맹국을 이용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베트남군은 특히 지상화력 체계가 많이 낡아 있다고 전해진다. 베트남전쟁에서 노획한 미군 장비를 여전히 일부 가동 중이고, 육군 주력전차는 1970년대 수준이라는 평가가 있다.
베트남 측은 지난해 2월 베트남 국방부 판 반 장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산 무기체계에 관심을 표면화했다.
당시 판 장관은 한국군 지상전력의 핵심인 제7기동군단을 방문해 K9 자주포 등 한국군 장비를 살펴보고 K9 제작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브리핑도 들었다. 올해 4월에는 한국 국방부 김선호 차관이 베트남으로 건너가 베트남 국방부 차관, 포병사령관 등과 만나 K9 수출입을 논의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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