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황금기 이끈 레전드' 김재범, 한국 체육 황금기 위해 나섰다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5. 6.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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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올림픽 금메달 1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2개, 아시안게임 금메달 3개,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5개.'

한국 유도의 '최연소 그랜드슬래머' 김재범(40)은 선수 시절 누구보다 화려한 성적을 거두며 한국 유도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런 그가 은퇴 후 후진 양성에 힘쓰다 지난 4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부름을 받아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에 선임됐다.

김 위원장은 이제 유도뿐 아니라 한국 체육 전반의 경기력 향상을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후 김재범의 모습. ⓒ연합뉴스

▶ 유승민 회장이 주목한 '김재범 이후 침체기'

김재범은 -81kg급에서 2008·2009·2011·2012 아시아선수권 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2011 세계선수권 우승, 그리고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정점을 찍었던 2012 런던올림픽 이후 한국 유도는 13년간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없다. 결국 그는 송대남(–90kg급)과 함께 한국 유도 마지막 금메달리스트로 남아 있는 셈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역시 이 부분을 주목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종목별 레전드 출신들을 실무 라인에 중용하며 '선수 중심 체육행정'의 방향성을 그리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그런 배경 속에 선임됐고, 유 회장은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달라"며 강한 당부를 전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가도 되는 자리인가 싶어 고민을 했다. 사실 선수촌장이 하던 일 중 일부가 바로 경기력향상위원장 일이기도 한데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유 회장님께서 역설하셨다. 결국 현장에 계시는 분들의 귀가 되어드리고 선수들에게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이기에 이 자리를 맡게 됐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선수들의 훈련 환경과 지원 제도, 데이터 기반 분석 등 국가대표 선수단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조직이다. 김 위원장은 현장 밀착형 피드백 시스템 구축, 비인기 종목 성장 기반 마련, 국가대표 훈련 지원 체계 확립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파이츠유니버스

▶ "내가 하기 싫은 것이 내 약점이다"

김재범 위원장은 한국 체육의 위기를 '근본적인 노력 부족'에서 찾는다. 최근 운동효율, 회복법 등 다양한 스포츠과학이 도입되고 있지만, 결국 '죽기 살기로 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비과학적 운동은 지양되어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분명한건 '내가 하기 싫은 것이 내 약점'이라는걸 선수들에게 역설하고 싶다. 내가 하체운동이 하기 싫다면 그건 바로 내 하체가 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가고 싶다. 스마트와 아날로그를 겸비하는 운동선수야말로 한국 체육이 갈 길이다."

김재범은 한국 유도 '노력'의 상징이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직후 "죽기 살기로 해서 졌었고, 이번엔 죽기로 해서 이겼다"는 말로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김재범은 "많은 선수들이 타고난 재능만 믿고 하려한다. 세계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노력을 타고 나야'한다. 재능을 믿으면 안 된다. 그런 선수는 그저 운동신경이 좋은 것뿐이다. 전세계에 그런 선수들은 많다. 결국 노력이 있어야 재능도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수 인권도 중요하지만 지도자의 권위도 존중돼야 한다"며 최근 체육계가 선수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요즘 선수들에게 꼰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욕먹으려고 이 자리에 가는 거다. 100명의 선수들에게 얘기해 한두명이라도 바뀐다면 성공하는 거라고 본다. 나 역시 전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걸 잘 안다. 결국 조그만 변화라도 만들어낸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웃었다.

ⓒ연합뉴스

▶ 선수에게 찾아오는 '훈련 황금 시간대'

김재범 위원장에게 '나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비결'을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면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선수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훈련 황금 시간대'라는 게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공부를 예로 들어보자. 아침에 공부가 잘되는 사람이 있고 밤에 잘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단체 훈련은 오후 3시에 두시간 동안 했지만 갑자기 새벽 2시에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저는 절대 그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만의 바이오리듬 속에 훈련이 잘되는 황금 시간대에 정확히 운동한다면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과거에는 선수촌이 새벽 훈련을 허용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24시간 개방 체제로 운영되면서 선수 개개인의 리듬에 맞춘 훈련이 가능해졌다.

그는 "요즘 선수들을 보면 자신에게 맞은 훈련 황금 시간대가 찾아왔을 때 '그래도 난 단체훈련 했으니까'라며 그 시간을 놓치더라.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건 바로 그 시간대에 제대로 훈련해내는 것이며 그걸 선수들에게 반드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자와 선수는 싸울 수밖에 없는 관계다. 지도자는 훈련을 더하라고 하고, 선수는 어떻게든 덜하고 자기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그래서 서로 소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제가 그 안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 유승민 회장님이 부탁한대로 작은 변화라도 선수촌 내에 만들어내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경기력향상위원장의 임무를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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