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국민여동생 출연했는데...하필 '그 드라마' 만나 잊혀진 명작

"작품성 최고였는데 상대가 강마에…" 박신양·문근영의 '바람의 화원'이 겪은 비운의 대진표

'국민 배우' 박신양과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남녀 주인공으로 뭉쳐 역대급 완성도와 화제성을 자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하필 동시간대 방송 역사에 남을 '괴물 드라마'를 만나 시청률 면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던 비운의 명작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가을 안방극장을 수놓았던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극본 이은영, 연출 장태유)이다.

'바람의 화원'은 이정명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조선 후기 천재 화가 신윤복(문근영 분)이 '남장여자'였다는 파격적인 가상 설정 위에 김홍도(박신양 분)와의 예술적 교감과 사제지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팩션 사극이었다.

'파리의 연인', '쩐의 전쟁'으로 흥행 보증수표였던 박신양과 성인 연기자로 완벽히 발돋움하려던 문근영의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방송가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연출을 맡은 장태유 PD는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섬세한 컴퓨터 그래픽(CG)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구현해 냈으며, 조선 명화들의 숨은 뜻을 추리물 형식으로 풀어내 방송계 안팎에서 "한국 드라마의 영상미를 한 단계 끌어올린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바람의 화원'은 당시 수목극 대전에서 최악의 대진운을 마주해야 했다. 동시간대에 방영되던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브라운관을 완전히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배우 김명민이 독설가 지휘자 '강마에(강건우)'로 분해 "똥덩어리"라는 전무후무한 유행어를 낳으며 전국적인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켰고, 클래식 열풍과 함께 시청률 20%를 가볍게 돌파하며 수목극 왕좌를 독점했다.

이로 인해 '바람의 화원'은 회당 쏟아지는 찬사와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평균 시청률 12~15%대에 갇히며 대진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비록 시청률은 경쟁작에 밀렸으나 '바람의 화원'이 남긴 성과와 작품성은 연말 시상식을 통해 완벽히 입증됐다.

신윤복을 완벽히 체화해 남장여자 연기를 펼친 문근영은 만 21세의 나이로 2008 SBS 연기대상 대상을 품에 안으며 지상파 3사 통틀어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자'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극 중 기생 정향 역의 문채원과 선보인 애틋한 케미스트리로 SBS 연기대상 역사상 최초로 여성-여성 커플로서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듬해 제4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문근영)을 비롯해 한국촬영감독협회 그리메상 대상,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 은상 등을 수상하며 웰메이드 명품 드라마로서의 진가를 인정받았다.

'바람의 화원'은 대진운에 가려 대중적인 메가 히트 시청률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단 한 장면도 버릴 것 없는 한국 최고의 미술 사극"으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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