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레이크 없는 긴축.. 환율 1400원도 뚫렸다 [뉴스분석]

이희경 2022. 9.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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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 후폭풍
파월 "물가 2%대 확신 때까지
금리인하 고려 않겠다" 천명
연내 1.25%P 추가 인상 예고
추경호 "변동성 적극적 관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단행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의 후폭풍이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3.00∼3.25%로 결정했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이다.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시장은 연준의 추가 인상 메시지에 주목했다. 연준은 올해 남은 두 차례 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자이언트 스텝’을 포함해 1.25%포인트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속도조절 없는 고강도 긴축 기조를 시장에 강하게 시사한 셈이다.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8.3%를 기록한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됐다.

미 연준은 2024년 말에야 물가가 2.3%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Fed는 이날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에서 기준금리를 올해 말 4.4%, 내년 말 4.6%로 기존보다 높였다. 오는 11월에도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경제가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늪’에 빠져 있는 터라 이번 미국발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5.5원이나 오른 1409.7원으로 마감됐다.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20일(종가 기준 1412.5원) 이후 1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14.90포인트(0.63%) 떨어진 2332.31에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4%대를 넘어서면서 2011년 2월9일(종가 기준 4.0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킹달러’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우리는 역대 최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도 수입 물가 상승으로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국내 물가 불안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강달러’는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는데, 최근 러시아 동원령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안까지 겹칠 경우 물가 상승세는 진정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수출 전선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중국 봉쇄 조치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준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포인트나 낮춘 0.2%로 제시하는 등 미국 경기마저 위축될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비 회복세도 제약될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면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소비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를 열고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 금감원 등 경제팀은 긴밀한 공조하에 넓고 긴 시계를 견지하며 현 상황에 대응해가겠다”면서 “이를 토대로 단기간 내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해나가는 한편, 내년 이후의 흐름까지도 염두에 두고 최적의 정책조합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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