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은 계속될까… 하반기 증시 변수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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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국내외 증시에 고점 두려움도 ‘솔솔’
국내는 지방선거 전까지, 미국은 하반기까지 긍정론 우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는 현실성 없는 구호나 선거철 정치적 수사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는 단숨에 5000을 넘어 7000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직장인부터 동네 아줌마, 노인정에서도 주식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거액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주변에서 나온다.
한편으로는 증시가 계속 이렇게 올라갈지, 아니면 갑자기 폭락이 올지 몰라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올해 하반기 증시 전망을 살펴보자.

전쟁 리스크도 삼킨 증시 랠리
올해 초부터 국내 증시는 달렸다. 올해 1월 한 달간 코스피는 단 하루의 조정 없이 매일 종가 기준 상승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1월 22일 사상 최초로 장중 5000선을 돌파했다. 2월에도 랠리는 지속됐고 2월 24일에는 6000 고지도 단숨에 넘어섰다. 2월 말까지 코스피는 파죽지세였고 주식 투자 열풍은 광기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중동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3월 초부터 코스피는 급락했고 5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하지만 개미들은 달라져 있었다. 엄청난 변동성에도 외국인들이 쏟아내는 물량을 적극적으로 받아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증시 급락은 오히려 그동안 지속한 급격한 상승장에 필요한 건전한 조정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4월 들어 코스피는 한 달간 무려 30% 급등하며 6700선을 터치했다. 4월 코스피 월간 상승률은 1998년 1월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증시는 6개월간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특히 2월 말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으로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했고 3월 말 미국 증시는 2만선 부근까지 떨어지며 단기 저점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 역시 4월부터 다시 랠리가 시작됐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4월부터 단 한 달 만에 15%나 급등하면서 단숨에 2만5000선을 돌파했다.
지금은 누가 봐도 역대급 불장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모두 돈을 벌었다는 인증글이 넘쳐난다. 말 그대로 잔치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른 만큼 단기 과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반도체 호황과 유동성이 만든 상승장
국내 증시가 급등한 표면적 이유는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라는 메모리 반도체 '투톱'의 엄청난 실적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만 연결 기준 매출 133조8734억원, 영업이익 57조2328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9.2%, 영업이익은 무려 756.1%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1분기에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냈다. 지난해 4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어났고 영업이익률은 무려 72%에 달했다.
미국 역시 반도체 기업 주가가 폭등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샌디스크,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랠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상승세 뒤에는 정치와 유동성이라는 변수도 숨어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증시 활성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스피 목표치를 7000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 들어 국민연금 역시 국내 증시 안정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내는 돈보다 향후 지급해야 할 돈이 더 많은 구조이고, 대한민국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결국 어느 시점부터는 보유 자산을 매각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국내 증시가 이를 모두 소화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10여 년 전부터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미국 주식 비중을 높이는 리밸런싱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1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당초 14.4%에서 14.9%로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더욱 주목받은 부분은 국내 주식 평가액이 목표 비중을 넘어서더라도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전략적자산배분(SAA)을 당분간 유예하기로 한 결정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코스피 하방 압력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4월 기금위가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10%에서 15%로 상향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자산 선호 흐름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역시 비슷한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지자, 이란 정치인들은 미국인들을 향해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있다"며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3월 말부터 연일 급등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나스닥 지수는 3월 31일부터 4월 17일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이란전 이후 악화한 투자심리를 완화하기 위해 재무부 일반계정(TGA)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TGA 잔고를 살펴보면 3월 말 8960억 달러였던 잔고는 4월 9일 6970억 달러로 급감했다. 단기간에 무려 1990억 달러(약 3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재무부 금고에서 시중으로 풀린 셈이다. 이후 TGA 잔고는 4월 15일 소득세 신고 마감 이후 다시 늘어나 현재 1조달러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지방선거 이후 달라질 증시 분위기
국내 증시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 3일이 향후 흐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가 끝나면 향후 2년간 대형 선거 일정이 없기 때문에 정부 정책 우선순위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에는 시장을 띄우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했을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재정 건전성, 부동산 세제, 물가 안정, 환율 방어 등이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가 상반기와 같은 정책 기대감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대 변수는 국민연금이다. 선거 이후에는 국민연금이 다시 원칙 중심의 자산 배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반기 동안 리밸런싱 속도를 조절하며 시장 안정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주식 비중 조정에 나설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역대급 실적과 함께 급등한 상황인 만큼,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 여부는 시장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변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다. 최근 증시 상승 과정에서 레버리지 투자와 신용거래 규모 역시 빠르게 늘어난 만큼, 변동성이 커질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간선거 앞둔 미국, 유동성 장세 이어질까
미국은 중간선거가 2026년 11월 3일 열린다.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의 중간 평가 성격을 갖는다. 그동안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증시 부양에 힘써온 경향이 있었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있는 해 S&P500 지수는 보통 2분기나 3분기에 바닥을 찍은 뒤 이후 12개월간 평균 약 32% 상승했다.
미국 재무부 TGA 계정 잔고는 4월 말 기준 9694억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약 1300조원에 달하는 현금 여력이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중간선거 전까지 경기와 증시 방어에 우호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를 앞두고 공급된 유동성이 다음 해 상반기까지 증시 상승 흐름을 이끈 경우가 많았다.
다만 미국 역시 변수는 존재한다.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과 고금리 장기화, 중동 리스크 확대 여부는 하반기 글로벌 증시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쏠린 현재 증시 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망을 종합해보면 상반기까지는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 흐름에 주목하고, 이후에는 미국 증시와 글로벌 자산으로 시선을 넓히는 전략이 거론된다. 다만 최근 증시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랐던 만큼 특정 방향성에 과도하게 베팅하기보다는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함께 나온다.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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