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홀딩스가 신라면 스프 원재료를 공급하는 세우를 인수한다.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외가(外家) 기업으로 2021년 친족독립경영을 통해 특별관계를 해소한 지 4년 만에 재결합하는 것이다. 내부거래 및 사익편취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원료 공급의 내재화를 통한 생산 효율성 제고 효과가 이를 압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홀딩스는 장류와 스프 분말을 제조하는 세우 인수 절차를 이달 말 마무리할 계획이다. 주식매매계약(SPA)에 이어 임원진 인선을 진행 중이다. 인수가액은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37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에비타 멀티플 약 8배가 적용됐다.
세우는 신동원 회장 외가가 지배하는 기업이다. 주요 주주로 신 회장의 외당숙(5촌) 김정조 세우 회장(18.18%)과 그의 아들로 알려진 김창경 세우 대표(60.24%)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1년 농심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친족독립경영을 승인받아 분리시킨 4개사 중 하나다. 당시 우일수산과 해성푸드원, 신양물류가 세우와 함께 떨어져 나왔다. 농심은 이 덕분에 자산 총액 5조원을 가까스로 밑돌며 사익편취 규제와 각종 신고 및 공시 의무가 수반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수 있었다. 세우는 이듬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 회장의 친족(배우자,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 범위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농심이 세우를 다시 그룹 소속으로 편입하기로 한 것은 과거처럼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려는 전략이 더 이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글로벌 라면 수요 확대에 따라 사업 확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자산 축소를 통한 규제 회피에 몰두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원료 조달부터 제조·생산·판매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 체제를 보완하는 데 역량을 쏟는 편이 맞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2022년 대기업집단에 들어간 농심은 올해 기준 공정자산이 5조644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감시망을 벗어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문제는 내부거래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이다. 외부 독립 기업으로서 이어오던 거래가 고스란히 특수관계자 간 매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과, 그 기업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는 모두 부당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다. 농심홀딩스(총수일가 66.74%)와 농심홀딩스의 자회사가 될 세우는 이 요건을 충족한다.
2021년 기준 세우는 전체 매출 1023억원 중 632억원(61.8%)을 농심과의 거래에서 창출할 정도로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이미 그룹 내 스프 제조사 농심태경(농심홀딩스 100%)과 포장재 기업 율촌화학(총수일가 20% 이상)은 지난해 각각 전체 매출의 49.7%(2619억원), 35.4%(1544억원)를 내부거래로 충당하고 있어 수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우가 농심 의존도를 여전히 6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면, 농심태경과 율촌화학에 이어 내부거래 규모가 세 번째로 큰 계열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우의 합류로 내부거래 비중이 확대되는 것은 사익편취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다. 농심은 아직 이와 관련한 제재를 받은 적은 없지만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법정 요건에 저촉될 확률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익편취 규제는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사후조치다. 위반 시 관련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결국 당국의 감시가 촘촘해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세우를 인수하는 셈인데, 내부적으로는 규제 대응 비용보다 계열사 내재화로 얻는 사업적 시너지가 더 크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2021년 매출 3조를 넘은 뒤 매해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고 외부 경쟁에도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규제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조달 효율 개선이나 생산단가 인하 등 실질적 효과에 집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거래 이슈가 고질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만큼 공정성 논란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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