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사에 굴욕…'인니 영웅' 신태용 이기고도 웃지 않았다

김건일 기자 2024. 4. 2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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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은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을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 SNS
▲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은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을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 SNS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끝에 10-11(2-2)로 졌다.

전반 15분 만에 인도네시아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간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자책골로 동점을 만들고 3분 만에 다시 두 번째 실점으로 리드를 내줬다.

후반전에 최전방 이영준(김천 상무)의 퇴장까지 겹쳐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종료 9분 전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의 값진 동점골로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한 바퀴를 돈 뒤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이강희가 실축하면서 이번 대회와 파리 올림픽을 향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엔 올림픽 본선 진출권 3.5장이 걸려 있다. 1위부터 3위까지 파리행 직행 티켓을 거머쥐며 4위는 아프리카 4위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최소 4강에는 올라야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노릴 수 있었다.

▲ 황선홍 감독 ⓒ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난 도쿄 올림픽까지 9회 연속 대회 본선에 진출해 왔다.

지난해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정상에 섰던 황 감독은 1년 만에 올림픽 진출 좌절이라는 상반된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를 눈앞에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으로 한국 A대표팀을 겸임한 것이 독이 됐다.

반면 신태용 감독은 한국을 제물로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를 갈아치웠다. 인도네시아가 이 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며 올림픽 축구에서도 역사가 없다. 인도네이사 23세 이하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16강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국제 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번 대회 4강 진출로 최소 플레이오프까지 확보하면서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3세 이하 대표팀이 한국을 이긴 것 역시 사상 처음이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의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팀을 겸임 중인 신태용 감독은 동남아시아 패권을 장악하는 수준까지 올려놓았다.

지난 2월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서 먼저 신 감독은 진가를 발휘했다.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세 번째이자 2007년 대회 이후 첫 본선에서 승점 3점을 챙기더니 와일드카드로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16강에서 우승 후보 호주를 만나 탈락했지만 신태용호의 약진은 인도네시아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23세 이하 대표팀의 선전은 더욱 눈부시다. 이번 대회에서 카타르, 호주, 오스트리아, 요르단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 편성된 A조를 2승 1패 조 2위로 통과하더니 8강전에서 우승 후보 한국을 제압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미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동남아 축구 패권을 장악하면서 국가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신 감독의 위상은 상상 초월이다.

▲ 이번 대회 8강 진출은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 SNS

인도네시아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신 감독에게 힘을 실었다. 에릭 토히르 회장이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태용 감독과 악수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27년까지 대표팀 프로그램을 논의했고, 계속해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재계약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TV1 뉴스'는 "신태용 감독의 아시안컵 성공에도 토히르 회장은 U-23 아시안컵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무시한 듯한 토히르 회장의 발언에 인도네시아 팬들이 들고일어나 비판할 정도였다.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의 성원에 8강 성적과 관계 없이 재계약을 결정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선수들 또한 신 감독의 잔류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매체 '템포'는 "토히르 회장은 U-23 아시안컵 요르단전을 4-1로 이기자 라커룸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신태용 감독의 거취를 물었고, 선수들은 '신태용 감독이 남아야 한다'고 답했다"는 비하인드를 이야기했다.

신태용 감독은 8강 대진이 확정된 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솔직히 힘들다. 항상 대회에 나가면 애국가를 부르며 최선을 다했는데 한국과 경기하게 돼 심리적으로 힘들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조국인 한국을 상대로 인도네시아 축구사를 새로 썼다. 순간 인도네시아 감독으로서 승리했다는 기쁨과 조국을 탈락시켰다는 슬픔이 공존해서일까.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결정지었을 때 신 감독은 주먹만 불끈 쥐었을뿐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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