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의 절대 강자인 골프존이 골프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실적 악화에 따른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이미 포화 상태이자 하락세를 보이는 골프웨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골프존은 첫 골프웨어 브랜드 '골프존 어패럴'을 론칭했다고 28일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골프존 모바일 앱, 골핑, 스타일캐디를 통해 판매되며, 오프라인에서는 골프존카운티 프로샵과 골프존 GDR아카데미 성남판교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골프존의 골프웨어 시장 진출은 실적 하락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골프존은 2022년 골프 인구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매출 6175억원, 영업이익 14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0%, 38% 증가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매출이 6851억원으로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114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6200억원, 영업이익 958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9.5%, 16.3%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424억원으로 전년(736억원) 대비 42.4% 급락했다.
골프존의 실적 하락은 골프 산업의 성장 둔화 때문이다. 골프 산업은 팬데믹 기간 동안 해외 여행 수요를 일부 흡수하며 급성장했지만, 엔데믹 이후 골프 인기가 식으면서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연간 이용객 수는 2020년 4673만명에서 2022년 5058만명으로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4772만명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골프존의 스크린골프 및 골프 연습 전용 시뮬레이터(GDR) 사업 부문의 매출 감소와 해외 사업 확장으로 인한 비용 증가, 서비스 장애에 따른 손실 등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2023년 11월 랜섬웨어 공격으로 약 5일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막대한 보상금이 지급됐으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등으로 경영 부담이 더욱 커졌다.
골프존은 반등을 위해 골프웨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기존 골프웨어의 높은 가격과 디자인, 기능성의 한계를 보완해 합리적인 가격에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미 포화 상태이며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골프웨어 시장에서 골프존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지난해 약 6조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골프 인기 둔화와 함께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골프웨어 매출 상위 20개 브랜드의 매출 총합은 1조 2435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게다가 약 160여개 브랜드가 골프웨어 시장에 포진하며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프리미엄 브랜드와 가성비가 확실한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엘르 골프는 사업을 축소했고, 톨비스트는 순차적으로 매장을 폐점하고 있으며, 메종키츠네 골프와 랜덤골프클럽은 론칭 1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골프존이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 없이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자사 플랫폼에 한정된 판매 방식이 소비자 접점을 줄여 시장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골프존은 자사 플랫폼에서만 골프웨어를 판매하며 유통 마진을 줄이고, 높은 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을 활용한 마케팅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 인지도 확장과 신규 고객 유입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존이 스크린골프 업계 1위라는 강점을 활용해 초기 고객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키우려면 더 넓은 유통망이 필요하다”며 “경쟁이 치열한 골프웨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성비 전략이 아닌 기능성 및 디자인 차별화와 더불어 온·오프라인 채널 확장이 필수"라고 말했다.
권재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