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로펌의 국감 대응 종합세트...증인 빼주면 수천만원

이현승 기자 2024. 10.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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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서 대형 로펌들도 바빠지고 있다. 대기업 오너나 대표이사를 상임위 증인에서 빼주면 수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기업 관계자가 의원 질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리허설도 로펌들이 해준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국감이 로펌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면서 “법률 회사인 로펌이 국회를 상대로 하는 대관(對官) 전문 업체로 활동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9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이 국정감사 증인출석 요구 변경의 건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기업 오너, 국감 증인서 빼주면 수천만원 성공 보수”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로펌들은 국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두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규제대응솔루션센터, 광장은 RGA(Regulatory&Government Affairs)솔루션그룹, 율촌은 입법지원팀, 세종은 입법전략자문그룹, 화우는 GRC(Government Relations Consulting)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평은 공공정책팀, 바른은 입법컨설팅팀, 대륙아주는 입법전략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이런 조직들은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자료에 대한 법률 자문뿐 아니라 증인 채택, 출석, 사후조치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한다. 특히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서 오너나 대표를 빼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많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증인 채택 의사가 강해 기업 대관 담당자가 섣불리 접근하기 어렵거나 실패할 경우에 로펌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인이나 참고인 명단에서 빼주는 업무의 성공 보수는 대기업 오너를 기준으로 수천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A 대형로펌의 국회 담당 변호사는 “로펌의 증인 철회 업무는 억 단위 성공 보수를 기대하기는 힘들고, 오너라고 해도 최대 수천만원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B 대형로펌은 여야 합의안 단계에서 한 대기업 오너를 증인 명단에서 뺐는데, 해당 기업과 관련한 논란이 언론 보도로 불거지면서 다시 증인 명단에 들어갔고 성공 보수를 못 받게 됐다고 한다.

또 국내 한 외국계 기업을 대리하고 있는 C 대형로펌은 최근 한 상임위 국회의원이 회사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하자 임원으로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상임위가 증인과 참고인을 추가로 부를 수 있어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국감 증인 빼주기’ 3단계 진행… 답변 리허설 “의원을 최대한 존중하라” 조언

대형로펌의 ‘국감 증인 빼주기’는 3단계로 진행된다고 한다. 먼저 법적으로 증인 출석 의무가 있는지를 검토한다. ‘국정감사가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선 안 된다’는 규정이 국정감사법에 있다. 현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 대표나 관계자가 증인으로 신청되면 이 규정을 근거로 증인 신청이 옳지 않다는 내용으로 의견서를 내는 식이다.

이 단계에서 증인 빼주기가 안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대체 증인’ 목록을 마련해 의원실을 찾아가는 것이다. 대체 증인은 오너나 대표이사가 아닌 임원을 뜻한다. 국회의원이 질의하고 싶어하는 현안에 대해 더 정확히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임원이라고 설득하는 일명 ‘다운그레이드(downgrade)’ 작업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증인 신청을 한 국회의원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 출석을 피하는 대안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계를 거쳐도 증인 빼주기가 안되면 로펌은 활용 가능한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설득 작업에 들어간다. 국회의원과 동향이거나 고등학교 동문인 로펌 관계자가 의원실 설득 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또 국회의원이 원하는 지역구 정책 지원을 ‘당근’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3단계를 거쳐도 증인 채택을 피할 수 없는 기업들도 나온다. 국내 대형로펌 변호사는 “고객 요구에 맞춰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경우도 있어 애초에 네트워크가 없거나 성공률이 낮을 것 같으면 수임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기업들은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대표나 임원의 국감 리허설을 로펌에 부탁하기도 한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말도 안되는 질의를 하더라도 최대한 존중하라고 조언한다”면서 “지역구 유권자들이 방송으로 국감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증인이 의원을 정면 반박하거나 무시했다가는 반드시 화(禍)를 당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전직 관료 출신 대형로펌 관계자는 “공무원들에게는 최대한 길게, 긍정적으로 답변하라고 조언하지만 기업인들에게는 되도록 짧게 아는 것만 말하라고 한다”면서 “특히 수사,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질문은 절대 즉답하거나 확답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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