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그 후] '의대 열풍' 지방 조기 유학 가시화 할까…대구 입시계도 "관심"

'대구의 대치동' 수성구 범어동 중계업소 "아직은 관심 단계"
이전공공기관 직원 대구 이사 사례는 있어
학원가, '의대 전문 대비반' 안내판·현수막
"3~4월에도 하루 몇 건씩 반수 관련 문의…'초등 의대반'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의대 증원은 결국 '눈 앞의 현실'이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달 24일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하고, 이후 각 대학들이 같은 달 31일 수시 모집 요강을 발표하면서다.

특히 의대 지역인재 선발 인원은 대구경북권 대학에서 두 배 가량 늘어나며 대폭 확대된다. 이는 입시계를 비롯한 지역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 증원 확정 직후인 지난달 29~30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입시 소식에 민감한 대구 수성구와 달서구 일대 학원가와 부동산업계 등지를 다니며 '의대 증원, 그 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대 진학 위한 대구행' 아직 활발하진 않아…개별 움직임 포착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 선발 인원 확대에 따른 수도권 학생들의 지방 조기 유학 움직임은 대구에선 아직 미미했다. 취재진이 학원가가 밀집해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 일대 부동산 10여 곳을 탐방해 확인한 결과, 의대 증원과 관련해 대구로 이사하기 위해 집을 보러 오거나 문의를 하는 경우가 아직 활발하진 않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의대 진학을 위해 수도권에서 대구로 이사 오는 것에 대해) 일부 관심을 표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집을 보러 온다거나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의대 증원이 확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도권 지역 학부모들이 조기 유학을 결정하기엔 좀 이른 시기라는 것이다.

수성구 범어동에서 십여 년간 부동산중개업을 해온 A씨는 "의대 증원이 얼마 전 확정됐다 하더라도 아직 의사 단체의 반발이 심하고 어수선한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지방으로 내려오는 선택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문의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까진 조기 유학을 위해 우리 부동산을 찾은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범어동 부동산중개업자 B씨도 "시간이 지나면 의대 조기 유학과 관련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학부모들은 지방 조기 유학지로 비교적 수도권에서 가까운 대전, 강원 지역을 더 선호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수성구의 부동산중개업자 C씨는 "대구는 수성구, 달서구 등에 학원가가 밀집해 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대전, 강원에 비해 수도권에서도 멀기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역시 학원가가 밀집한 달서구 월성동 부동산업계에서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월성동의 부동산 중개업자 D씨는 "수도권 전문 투자자들이 아닌 학부모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 부동산에 연락한 경우는 아직 없었다.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고 해도 학부모들이 (지방 유학) 결정을 내리기엔 이른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 업계 일각에선 의대 정원 확대로 월성동 쪽도 관심을 끌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의대 증원과 관련해 최근 수도권에서 대구로 이사를 오는 개별적인 움직임은 포착됐다. 지역 이전공공기관 직원 중에서 의대 진학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구로 가족이 이사를 오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한 입시 전문가는 "자녀의 의대 진학을 위해 서울에서 대구경북으로 이사를 가면 어떨지 개인적으로 문의해 온 사람은 있었다"고 말했다.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실장은 "지역인재 선발 비율 확대로 전국적으로 의대 진학을 위한 지방 유학이 늘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 등에 의대 겨냥 유학생이 몰릴 것 같다"라며 "대구경북의 경우 공공기관 직원들 가족 위주로 의대 진학을 위한 이사가 있을 것 같지만,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문제이다 보니 다른 직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출신 반수생·N수생 '술렁'…'초등 의대반' 증가 우려도

지난달 30일 찾아간 대구 수성구 범어동·만촌동의 학원가. '의대 전문 대비반'이라는 안내판과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범어동의 한 입시학원에는 의대 증원 소식이 전해진 후 '반수' 문의가 지난해 대비 30%가량 늘었다고 했다.

해당 입시학원 관계자는 "보통 3~4월에는 반수 문의가 잘 없는데, 올해는 의대 증원 이슈 때문에 3~4월에도 하루 몇 건씩 반수 관련 문의가 있었다"라며 "특히 경북대와 수도권 상위권 이공계열 학과 학생들이 의대 진학과 관련해 반수 문의를 많이 해왔다. 이제 의대 증원이 확정된 만큼, 대학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엔 반수생들의 합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시로 많이 뽑는 의대 지역인재전형 특성상 내신 성적이 좋은 대구경북 고교 출신 학생들이 많이 N수를 결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달서구 월성동 학원가는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재수생의 상담이 증가하는 등 의대 증원 여파가 감지됐다. 월성동 한 학원 관계자는 "수성구 학원가에서 먼저 '의대 열풍'이 불면, 그 과열된 열기가 이곳까지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월성동의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E씨는 "의대 증원 영향인지 재수생들의 입시 문의는 예년보다 많은 편"이라고 했다.

앞으로 대구 학원가에 '초등 의대반'이 많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지역 입시계 한 관계자는 "의대 증원 확정 전에도 일부 학원에서 '초등 의대반'이 운영된 것으로 안다"라며 "의대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 의대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 암암리에 늘어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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