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한 석’도 아쉽다” “‘폐지’ 약속은?”…용산, ‘여가부 장관’ 임명 두고 설왕설래
‘야권 압박’ ‘인사권 낭비’ 의견에 재추진…내부선 ‘공약 번복’ 이어질까 우려
(시사저널=변문우‧정윤경 기자)
최근 용산 대통령실 내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 추진을 놓고 온도차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해당 사안은 앞서 8월에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화두를 던지며 내부 논의가 이뤄졌지만 "폐지 공약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반대파 주장에 한차례 무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한 달 만에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위해 야권의 요구에 따르며 재추진하게 됐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공약 번복' 후폭풍 우려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 '인구부 출범' 위해 통 큰 양보? '인사권 사용' 이해관계도
현재 여가부 장관 자리는 김현숙 전 장관이 '잼버리 파행' 책임 등 불명예를 안고 물러난 후 7개월째 공석으로 남겨져 있다. 대신 현재 여가부는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 수순의 일환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실은 이 같은 기조를 바꿔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선에 본격 돌입했다. 후보군으로는 전주혜 전 국민의힘 의원과 현 신영숙 여가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기조 변화의 핵심 이유로는 '야권 반발'이라는 현실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야권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인구부 신설과 관련해 여가부 정상화를 협의 조건으로 내세운 상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인구부 법률 통과와 관련해 여가부 장관 임명 이슈를 내걸고 있다"며 "장관 임명이 돼있지 않으면 법률 통과가 어렵지 않나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결국 인구부 출범을 위해 '여가부 폐지' 기조에서 한 발짝 물러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같은 표면적 이유와 함께, 대통령실 내부에선 "국무위원 '한 석'도 아쉽다"며 대통령 인사권을 효율적으로 다 써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8월 말 정진석 실장이 대통령실 내부 회의에서 '부처를 한 자리라도 비워두면 되나'라는 취지로 화두를 던지면서 여가부 장관 임명 논의가 처음 이뤄졌다는 것이다. 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즈음 내부 논의가 이뤄졌었다"며 "민주당에서 여가부 장관을 빨리 뽑으라고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 얘기까지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엔 최근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위기 상황에서 국회와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을 엄호할 국무위원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야권은 입법 강행을 통한 대정부 압박 심화하고 있고, 여권의 한동훈 지도부마저 용산과 각종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첫 논의 당시는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내부 반대 기류가 컸고, 한 차례 갑론을박도 있었다. 그때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계속 국회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다시 '임명론'이 힘을 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일단 대통령실은 여가부 장관 임명 기류가 '공약 번복'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경계하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는 변함없다. 부처 폐지는 입법사항이어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시급한 현안과 부처 운영까지 손 놓고 있을 순 없어 부처 수장 인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尹 대표 공약인데, 진전도 없이 野에 끌려 다녀"…참모진도 한숨
하지만 젊은 참모진을 비롯한 대통령실 내부에선 '여가부 폐지' 프로세스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만큼, 다음 수순은 결국 '공약 번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여가부 폐지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2022년 1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리며 공식 시그니처 공약으로 관심을 받았다. 이후 2년 동안 '잼버리 파행'을 비롯한 각종 국면에서 여가부 폐지가 이슈로 떠올랐으나 진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제출한 인구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도 '여가부 폐지'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관련해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장관직 임명을 반대할 기력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통령실 고위급 인사들 입장에선 인사권을 쓸 수 있는 장관직이 하나 비어있는 만큼 왜 기계적으로 채우지 않느냐는 입김이 강하다"며 "여가부 장관의 부재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폐지 수순이 왜 필요한지 국민이나 야당에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이야기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야권과 언론의 압박에 대통령실이 당초 기조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대통령실 수석급에서도 당초 여가부 폐지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는데 야권과 언론에서 압박하는 만큼, 이분들 입장에서도 압박 리스크를 안고 가면서 자기 의견을 낼 유인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정 지지율 위기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될 수 있는데, 야권에 끌려다니며 결국 '공약 번복' 위기에까지 놓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공약 번복' 프레임에 스스로 빠지지 않고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타개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국가의 중요 정책을 집행하는 부처를 비워놓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국가적 손해"라며 "공약을 걸어놓고 시간만 보내면, 그 사이 예산은 스톱되고 여가부 공무원들은 얼마나 사기가 떨어지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젠 정리를 해야 한다. 야권에 굴복했다는 프레임에 빠지는 대신, 저출생 문제를 같이 풀어나갈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하는 등 다른 돌파구를 찾는다면 자신의 체면과 공무원들 사기도 살고, 국가적 수습책도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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