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퇴직연금 수익률 최대 7% 개선…"리밸런싱 효과 상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현판 /사진 제공=삼성생명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난해 대비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보험 업계 해당 수익률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단기 고금리 적용 상품군 변경으로 발생한 페널티(리밸런싱 효과)가 시간이 지나며 상쇄되자 수익률 개선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 고금리 적용 상품군=타사에서 공급하는 상품을 조달해 자사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을 의미. 특히 금리 인상기에 높은 금리의 특판 상품이 출시될 경우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고금리 시기 수요가 높아진다.

23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수익률은 원리금보장 상품은 3.97%, 3.76%, 원리금비보장 상품은 10.30%, 14.13%으로 각각 집계됐다. 모두 전년동기대비 최소 0.67%(원리금보장 DC형)에서 최대 7.65%(원리금미보장 DB형) 높다.

특히 DB형, DC형 원리금보장 상품의 경우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원리금비보장 DC형 수익률만 9.73%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수익률은 2~3%에 불과했다.

/출처=생명보험협회 공시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 관리를 위해 판매 상품군을 3년 만기 위주로 구성했다"며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에 시장 금리가 급등했는데 당시 만기가 도래하기 전인 저금리 상품을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상품으로 변경하면서 발생한 페널티가 수익률 저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변경 후 1년 여 지나며 원리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은 페널티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며 "이 기간동안 전체 보험사 원리금보장형 상품 퇴직연금 수익률은 하락했지만, 삼성생명 퇴직연금 수익률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은 앞으로도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을 위해 회사 장기상품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단기 고금리 상품과 자산운용사에서 취급하는 퇴직연금 펀드 상품인 공모펀드 라인업을 확대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 걸맞는 상품 구성의 다변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출처=생명보험협회 공시실

이런 가운데 생보 업계 1위 삼성생명이 보유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보험권을 넘어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말 30조원, 2022년 말 40조원을 각각 경신한 데 이어 올해 3분기 기준 48조5902억원을 기록하며 또 다시 역대급을 찍을 전망이다. 은행, 증권을 포함한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는 약 40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약 12%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 업계에서 삼성생명 다음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유한 교보생명(12조7607억원)과도 격차가 확연하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속해있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도 각각 20조원 미만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유 중이다. 증권 업계에서 가장 많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확보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30조원 내외다.

한편 이달 31일부터 정부 주도로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 현재 퇴직연금 계좌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 타사 계좌로 옮길 수 있게 돼 가입자의 선택 폭이 커진다. 기존에는 상품을 모두 해지하고 현금화해야 다른 금융사 상품으로 이전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입자가 쉽게 금융사 이동을 하기 어려웠다.

다만 삼성생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축 중인 퇴직연금 차세대 시스템이 오픈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4월에 맞춰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