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필요한 노후자금 10억, 정말 그렇게나 필요한가요?


네. 최민식 씨처럼 은퇴를 목전에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 궁금하실 겁니다. 은퇴 후에는 지출할 일이 적어지겠다고 생각했는데, 10억이나 필요하다니… 그만큼의 돈이 정말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은퇴 후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출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이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거나 예상치 않은 지출이 발생하면 노후자금이 더 빨리 소진될 수 있겠죠. 즉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노후 생활비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은퇴 시점에 내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 계산하는 방법과 은퇴 후의 지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후자금,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정보가 필요합니다.

먼저, 내가 필요한 한 해 생활비가 얼마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망 시점을 고려하여 은퇴 후의 생활 기간이 얼마나 될지도 가늠해야겠죠. 마지막으로 물가 상승률과 투자수익률(할인율)도 가정해야 합니다.

그럼, 이 정보를 바탕으로 노후자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우선 어떻게 10억 원이라는 금액이 나오게 되었는지 은퇴 예정인 올해 65세 홍길동 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홍 씨는 은퇴하는 해에 생활비로 한 해 3,600만 원(월 300만 원)을 사용하고, 이후에는 매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생활비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은퇴생활 기간은 30년으로 예상하며, 은퇴생활 기간 동안 생활비는 매년 2.5%씩 상승하고, 은퇴자금을 운용해서 연평균 3%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매년 필요한 생활비부터 계산해 보겠습니다. 65세 때는 3,600만 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가 상승률에 맞춰 2.5%씩 생활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66세 때 3,690만 원, 67세 때는 3,782만 원이 필요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30년 뒤 94세 때에는 생활비로 7,367만 원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미래의 생활비를 은퇴 시점 화폐가치로 할인할 차례입니다. 이때 할인율로 투자수익률(3%)을 사용합니다. 은퇴생활 기간 매년 필요한 생활비를 은퇴 시점 가치로 할인한 다음 전부 더하면, 10억 731만 원이 나옵니다. 구체적인 계산 과정은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은퇴 후에는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과 서비스도 달라질 수밖에 없죠. 따라서 이후 지출 항목과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노후 필요 자금 규모도 달라지게 됩니다.

사실, 앞선 홍길동 씨의 사례처럼 매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은퇴자의 지출이 늘어난다고 하는 것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매우 보수적인 가정입니다. 만약 현실에서 은퇴자가 물가 상승률에 맞춰 지출을 늘려가고자 한다면 상당히 많은 노후자금을 준비해야겠죠. 그런데 과연 그래야만 할까요?

이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타이 버니케(Ty Bernicke)는 은퇴자들의 소비가 매년 물가 상승률에 맞춰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재무설계사로 일하는 그는 은퇴자의 지출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은 해에 여러 연령대에 있는 사람을 조사했고, 후속 연구를 통해 동일한 연령에 있는 은퇴자의 지출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폈습니다.

연구 결과, 버니케는 75세 이상 은퇴자가 65세부터 74세 사이 은퇴자보다 적게 지출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65세부터 74세 사이 은퇴자가 55세부터 64세 사이 은퇴자보다 더 적게 지출한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은퇴자의 지출이 줄어드는 것일까요?

버니케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줄다리기’에 비유했습니다.

은퇴생활 기간 내내
기본적 지출과 재량적 지출이
힘겨루기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적인 지출은 물가 상승률에 맞춰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행을 떠나고 외식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재량적 지출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지출 증가와 재량적 지출 감소가 상쇄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지출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네, 맞습니다. 재량적 지출이 줄어들면서 노후 생활비가 감소하더라도, 계속해서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건강이 나빠지고 간병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면 오히려 지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2가지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1994년 마이클 스테인은 은퇴 기간을 10년 단위씩 3단계로 나누고, 각각 활동적인 시기(Go-Go Year), 회상의 시기(Slow-Go Year), 간병의 시기(No-Go Year)라고 명명했습니다.

활동적인 시기65세에 은퇴한 다음 74세까지 진행되는데, 이 기간 동안 은퇴자들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등 재량적 지출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3단계 기간 중 가장 지출이 많습니다. 그리고 물가 상승에 맞춰 지출도 늘어납니다.

75세부터 84세 사이에 은퇴자들은 ‘회상의 시기’를 맞이하는데, 활동적인 시기에 비해 지출이 많이 감소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활동량이 줄어들고. 재량적 지출도 줄어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물가 상승률에 맞춰 지출이 늘어나지도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퇴자는 85세 이후‘간병의 시기’를 맞습니다. 이 기간 동안 재량적 지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지만, 의료비와 간병비가 더 많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지출이 상승합니다. 그래서 은퇴자의 지출은 하락을 멈추고 다시 상승하는 ‘U’ 자 형태를 띠게 됩니다.

모닝스타의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블랑쳇(David Blanchett)은 2014년에 은퇴자의 소비 퍼즐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은퇴자의 실질 지출이 84세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점은 84세에 나타났는데, 은퇴생활 초기와 비교하면 지출이 최대 26%나 감소했습니다. 이후 90세가 될 때까지 지출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은퇴생활 초기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퇴 이후 지출 패턴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은퇴자금 규모가 달라지고, 은퇴자금을 모으기 위해 매달 저축해야 하는 금액도 달라집니다.

은퇴 후 지출이 꾸준하게 늘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매우 보수적인 노후준비 방법이지만, 미래에 더 많은 지출을 하려면 현재의 지출을 더 많이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겠죠.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더 많이 희생해야 하는 셈입니다.

은퇴 후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출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이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거나 예상치 않은 지출이 발생하면 노후자금이 더 빨리 소진될 수 있습니다.

의료와 간병 관련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은퇴 이후 생활비 감소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욱 안정적인 대응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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