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일관계 물꼬 튼 尹 방일…기시다 사과까지 이어질까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3. 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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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尹과 2차만찬서 셔틀외교 의지
G7정상회의에도 尹초청 최종 조율 진행
대통령실 “양자·다자 관계 판 바꿨다” 자평
“기시다도 주목받길” 사실상 사과 표명 촉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17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에 이어 연달아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나는 일정이 추진 중이다. 일본 정재계에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필요성을 강조한 윤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사죄 의사를 밝히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정치권 및 외교가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2차 친교 만찬을 마무리하며 “이 마지막 한잔은 내가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 한 잔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경우 상대 국가를 서로 방문하며 수시로 소통하는 ‘셔틀외교’에 대한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같은날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미 “한일 정상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셔틀 외교를 재개하는 데 일치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선제적으로 결단한 윤 대통령에 ‘감동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개인적 친분 관계를 평생 가져가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도 도쿄에 피기 시작한 벚꽃을 언급하며 “올해는 이례적으로 빨리 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빨리 피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측은 오는 5월에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한 최종 조율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방일로 일본 측의 마음을 열고, 국제적 관계에서 판도를 바꿨다고 자평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라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 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방일 기간 중 만난 정재계 인사들의 마음을 얻었고, 비록 이틀 간의 방문이었지만 한일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고 한미일 관계 더 나아가 국제관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우리나라가 차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여야 정계 인사들을 방일 계기에 만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윤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손목에 ‘윤석열 시계’를 차고 나왔다. 지난해 12월말 방한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접견한 바 있는 야마구치 대표가 당시 선물받은 기념 시계로 윤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관심을 나타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도 당초 예정됐던 접견시간 30분을 넘겨 1시간 넘게 면담을 진행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은 셔틀외교 복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경제안보협의체 발족,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조성 등 성과를 냈다. 이에 대통령실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12년 만의 정상 양자 방문을 통해 그간 역대 최악으로 치달아 온 양국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일본과) 기존 협력 채널의 복원 노력을 하면서 공급망 안정화, 핵심 첨단기술 진흥과 같은 경제안보 분야로도 협력의 범위를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방일에 따른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면 화이트리스트 복귀 등의 성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이뤄진 반도체 분야 수출규제 해제에 이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귀 조치가 뒤따를 경우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교류를 저해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양국 산업계 간에 협력 분위기가 한층 고조될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의 핵심 협력 상대인 일본과 공급망 협력에 나설 것이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콘텐츠, 소비재 등 분야에서 서로 수출과 협업 확대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 조치를 끌어내지 못했단 지적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일 기간 동안 과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직접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역사 인식을 ‘과거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차원의 언급에 그쳤다. 이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지도자로서 한일 미래 위해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기시다 총리도 호응해야 하지 않겠냐”며 “기시다 총리가 적절히 호응한다면 한일, 한미일이 동북아를 넘어서 국제사회에서 안보, 경제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진 윤 대통령이 받는 관심이 크지만 후속조치로 기시다 총리도 주목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기시다 총리의 구체적인 사과 표명을 바라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된다.

또 일본 정부 측에서 위안부와 독도, 오염수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것도 향후 한일관계가 경색될 수 있는 걸림돌로 남아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2015년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청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리나라 측은 해당 문제가 논의된 바 없다고 맞받았지만, 양국이 합의한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고 일본 측이 거론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독도, 위안부 합의, 방사능 유출 등 문제에 대해 외교적으로 항의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앞에 두 개(독도, 위안부 합의)는 논의한 적 없다고 분명히 했고, 오염수 관련은 어떤 논의 있었는지 공개하는게 적절하진 않다”면서도 “과학적 측면, 국민 정서 측면이 있디. 과학적 안정성을 명확히 확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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