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원 수뇌부 접수한 ‘시자쥔’… 시진핑 ‘원톱체제’ 완성

이귀전 2023. 3. 1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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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강정약’ 구도 가속화 전망
국무원 총리에 핵심 측근 리창
당 결정 정책 ‘충복 역할’ 전망
지명한 부총리 중 2명도 시자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2명은
군부 내 ‘시진핑 호위대’로 불려
관영 매체 ‘인민영수’ 칭호 부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위세력이 행정부인 국무원 수뇌부를 접수하면서 당과 정부, 군의 시진핑 1인 집권체제가 완성됐다. 집권 3기 ‘시진핑-리창(李强)’ 체제의 중국 지도부 진용 구축이 완료되면서 공산당 권한이 강해지고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는 ‘당강정약’(黨强政弱)의 구도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11일 국무원 총리로 선출된 리창 정치국 상무위원은 12일 열린 회의에서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딩쉐샹(丁薛祥)과 중앙정치국 위원인 허리펑(何立峰), 장궈칭(張國淸), 류궈중(劉國中)을 각각 부총리로 지명했다.
새 총리와 악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신임 국무원 총리로 선출된 리창 정치국 상무위원(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 측근들이 이날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당·정·군 시진핑 1인 집권 체제가 완성됐다. 오른쪽은 10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리커창 전 총리.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측근그룹)의 핵심 인물인 리창은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성장과 당 서기를 지낼 당시 비서장(사무총장) 역할을 한 뒤 중국 최대 경제권인 장강 삼각주로 불리는 상하이시·저장성·장쑤성에서 당서기 등을 역임해 경제를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서열 2위로 최고 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시 주석과 군신(君臣)관계에 가깝다 보니 역대 중국 총리 중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시 주석 중심으로 당이 결정하는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충복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 주석의 신뢰가 높아 큰 재량권을 부여받아 실세 총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상도 존재한다.

리 총리는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성장 동력을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경제 분야에서 역할과 무게감에 따라 충복과 실세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가 지명한 부총리 중 딩쉐샹과 허리펑 역시 시자쥔이다. 수석인 상무 부총리를 맡을 딩쉐샹은 중앙판공청 주임 겸 국가주석 판공실 주임을 맡아 시 주석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시 주석의 국내외 방문 등 배석자 명단에 거의 빠지지 않아 시진핑의 ‘문고리 권력’ 또는 ‘그림자’로 불린다. 류허(劉鶴) 전 부총리의 뒤를 이어 경제 담당 부총리를 맡는 허리펑은 1980년대 시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샤먼시 판공실 부주임으로 일하며 40년 이상 친분을 쌓아왔다.
다른 2명은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 출신이다. 장궈칭은 군수통이고 류궈중은 하얼빈공대를 나와 공직을 밟아왔다. 장궈칭은 2017년 충칭시장 당시 현대자동차 공장을, 류궈중은 같은 해 산시성장 시절 삼성 반도체 메모리 공장을 유치한 바 있다.

부총리와 부장(장관) 사이에 위치한 국무위원으로는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포함해 리샹푸(李尙福) 국방부장,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 우정룽(吳政隆) 국무원 비서장, 선이친(諶貽琴) 전 구이저우성 당 서기가 지명됐다. 선이친은 국무원 수뇌부 중 유일한 여성이다. 경제 운용의 안정성 측면을 고려해 재정부장·상무부장·인민은행 총재에는 각각 류쿤(劉昆)·왕원타오(王文濤)·이강(易綱)이 유임됐다.

시 주석이 주석으로 있는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임된 장요우샤(張又俠)와 허웨이둥(何衛東)은 군부 내 ‘시진핑 호위대’로 불린다. 장요유사는 시 주석과 같은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 출신으로 시 주석의 군부 측근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허웨이둥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관을 맡은 인물로, 그의 발탁은 대만에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된다. 또 중국의 사정 작업을 주도할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에는 류진궈(劉金國),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에는 잉융(應勇), 최고인민법원장에는 장쥔(張軍)이 각각 선출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 제5차 전체회의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관영 매체들은 ‘인민영수’(人民領袖) 칭호를 다시 사용하는 등 시 주석 1인 집권체제의 당위성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인민일보는 시 주석 3연임 소식과 함께 “당의 핵심, 인민영수, 군 통수권자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며 “중국식 현대화의 아름다운 전망은 사람들을 동경하게 하고 인민영수는 각 민족 인민을 이끌고 새로운 꿈을 좇는 여정에 올랐다”고 표현했다. 시 주석을 ‘영수’였던 마오쩌둥 반열에 올려 장기 집권 명분을 쌓기에 나선 것이다. 왕후닝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지난 11일 정협 폐막식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마르크스주의를 중국화한 중대한 이론 혁신 성과로, 당과 국가가 반드시 장기적으로 견지해야 할 지도 사상”이라고 치켜세웠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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